레이스 뜨기 레이디경향 2001년 6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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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리아섬님의 글 "레이스 뜨기"가 레이디경향 2001년 6월호 별책부록 "해피투게더"에 실렸습니다. 해피투게더는 레이디경향에서 발행되는 별책부록으로 "향기로운 삶을 위한 잡지"라는 슬로건으로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 여러편 싣고 있습니다.  아직도 문밖을 나서려면 아장거리는 걸음에 보폭을 맞추어야하고 아이의 손이 빠져나가지않도록 손을 꼭쥐어야만하는 전업주부로서 가끔 시간죽이기에 좋은 레이스뜨기는 나의 전업처럼 손을 떠나지 않던때가 있었다. 큰아이가 돌이 되었을때는 엄마가 손수짜준 하얀 레이스뜨기로 된 원피스를 입고 걸음마를 했었고 둘째아이는 돌이지나 여름을 맞았을때 언니와 똑같은 모양을 한 여름 가디건을 입고 사진속에서 웃어주고 있었다. 막내가 태어나던 구월까지 그 해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는데 만삭이 된 배를 주체하지도 못하면서 시어머니의 여름 가디건을 만들고 있었다. 막내를 낳고 그 이듬해까지도 미완성의 가디건은 제구실을 못하고 실더미 속에 내팽개쳐져있었다. 지난해 둘째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막내와 둘이 있는 오전 시간에 뭔가 다른 것으로 채울만한 여유가 조금은 생긴듯해 미완의 가디건을 완성해보려고했다.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드리면 더없이 좋을듯해 열심히 손을 놀렸다. 꽃모양을 한 모티브를 이어가면서 옷을 만들어가는데 책에 나오던 것보다는 사이즈를 크게 잡아 어머니에게 넉넉하도록했다. 짬짬이 나는 시간을 이용해도 하루에 만들어지는 모티브는 세개가 될까말까했다. 워낙 가는 실이라 무척이나 시간이 많이 걸렸다. 완성을 하는데 들어간 모티브는 120장이나 되었다. 그리고 몇년간에 걸쳐만든 옷을 어머니께 보내드렸다. 어머니께서 가끔 "나도 소매 여기까지 내려 오는 놈으로 하나 만들어줄래" 하신 말씀에 답을 드리게 되어 마음이 무척 가벼워졌다고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을때 어머님께서는 소포로 온 옷을 받았다시며 옷이 작다고 하셨다. 그런 일을 잊고있었는데 지난 구정 시댁에 내려갔을때 어머니는 고추장이며 김치, 하얀 가래떡까지 싸서 주시면서 작아서 한번도 입을 수 없었던 가디건을 꺼내서 같이 싸주셨다. "어머니 이번 여름에 입으실수있도록 고쳐드릴께요" 가디건은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도 한참을 옷장속에 내버려져있었다. 엊그제 달력을 한장 한장을 올려보다가 5월에 여러가지 행사가 있는 것을 보았다. '스승의날 선물은 미리 준비해둬야겠구나. 아! 어버이날은 어떻게 하지?' 용돈은 보내드고 있는 것이고 어버이날 만큼은 손수 무언가를 만들어서 선물을 하려고 했다. 그제서야 옷장속에 던져두었던 옷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어디를 어떻게 수선을 할것인가 궁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무언가를 시작하는것이 그리도 힘든것을 처음 알았다. 아무리 시작을 한다해도 끝을 맺을 자신이 도무지 생기질 않았다. 그런데 어머님의 얼굴을 떠올리자니 맥없이 풀어졌던 마음에 힘이 생겼다. 서른다섯 청상에 혼자되어 자식 넷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 오신 어머님은 다들 여장부라고 할만큼 대단하신 분이다. '시'자 들어가면 다어렵다고하고 그것이 사실이긴하지만 그말이 무색해지도록 며느리에게도 그지없이 잘해주시기만하는 어머님이시다. 내년에 회갑을 맞는 어머님은 아직까지는 자식에게 짐이 지우고싶지 않다시며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시려는 생활력 강한 분이기도 하시다. 그런분이 폼나게 입고다니시면서 며느리 자랑을 해보고싶어 하시는 것을 내가 하기 싫어하며 다른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죄송스러워졌다. 이번 여름엔 150개쯤되는 하얀꽃으로 만들어진 멎진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님의 얼굴을 미리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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