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무슨 소용 있노 레이디경향 2001년 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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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님의 글 "자식이 무슨 소용 있노"가 레이디경향 2001년 2월호 별책부록 "해피투게더"에 실렸습니다. 해피투게더는 레이디경향에서 발행되는 별책부록으로 "향기로운 삶을 위한 잡지"라는 슬로건으로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 여러편 싣고 있습니다.  남편은 벌써 자리에 누웠다. 요즘 많이 피곤해 한다. 장사도 신통찮고 데리고 있는 아이들이 이런 저런 일로 속을 많이 썩히나보다. 남편은 친구들 모임에선 비교적 나이가 덜 들어보이는 축에 속한다. 생각하는 것도 다른 이들에 비해선 젊은(?) 편이라 옷차림도 요즘 신세대 차림을 선호하다보니 더러 빈축을 살 때도 있다. "야! 넌 옷이 그게 뭐냐? 나이 값 좀 해라 이 놈아!" ...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이 의식하지 않고 젊게 살아야 한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스타일에도 꽤 신경을 쓰는 편이다. 데리고 있던 직원들이 이래 저래 갑자기 그만 둬버리고 새로 사람 들이기도 쉽지 않은 요즘이라 사람 구해질때 까지는 버텨봐야지 하더니 혼자서 동분서주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저녁 상을 물리고 차 한잔을 마시면서 불쑥 지나가는 말로 "몸이...나이가 드나보다..."한다. 못 들은 척 지나치려다가, "그럼 나이가 어디 가요? 그래도 나이 안 먹으려고 발버둥치는 건 더 추해 보여요. 인정하고 살아야지..."했다. 오금을 박자고 한 말은 아니었고, 요즘 힘들어 한다는 것도 알면서 웬일인지 그런 대꾸를 하고 말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쉬움 그리고 조급함을 감춰보려는, 나자신을 위로하는 행동이었는지 모르겠다. 텔레비젼은 혼자 떠들고 멍하니 딴 생각을 하고있는 눈치길레 옆자리로 기어들면서 차거운 발을 남편의 다리 사이로 쑥 디밀었다. "엇! 차가워.."하면서도 남편은 내치지는 않는다. "넌 겨울만 되면 발이 왜 이렇게 차냐..."하고는 녹여줄려고 애쓸 뿐이다. 남편의 따뜻한 체온에 발이 서서히 녹아가면서 혼자되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다. "니 아버지라는 사람이 얼마나 인정머리없는 사람인줄 아나? 발 시려워서 좀 녹일라고 디밀면 매정하게 싹 돌아눕는다. 아이고 인정머리없는 인간...." 간혹 푸념하듯 내뱉으시던 말씀이.... 그렇게 잔정없이 무뚝뚝한 아버지를 보내시고는 "이제 내 손 발 저리다고 누가 알아줄끼고... 자면서 끙끙 앓으믄 "와 끙끙 앓노? 약 사먹었나?"고 누가 물어 봐 줄낀고 다 소용없다...."하시며 슬퍼하시던 모습이... 밤에 잠이 안와서 "이걸 깔고 자야 잠을 좀 잔다"시며 방 한 켠에 펴 놓으셨던 자석요. 어머니의 불면을 그 자석요가 치유해 줄 수 있다면.... 집에 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 그런 것엔 별반 관심이 없던 아버지는 오로지 남이 못한 새로운 상품의 개발, 연구 그런 거에만 관심이 있으셨다. 새로운 것에의 끊임없는 관심, 도전, 실패, 그리고 또 다른 것의 시작..더불어 생활은 항상 쪼들리고, 궁핍하고, 빗장이에 시달리고.. 그게 돈이 되고 안되고는 딴 문제였다. 아버지에게 돈은 별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생각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런 것 뿐이다 . 언젠가 한번은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고 싫어서 아버지는 왜 사시냐고, 무엇을 위해 사시냐고 대든 적도 있었다. "나는 내가 개발하는 것 밖엔 관심없다." 딱 잘라 말씀하셨을 때의 그 서운 함.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도 의식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서도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을 그리도 아쉬워 하셨다. "...내가 지금 00를 만나야 하는데.... 샘플을 갖고 가기로 했는데..." 상태를 보러온 간호사에게도 "..내가 지금 나가야 하는데..." 그러셨다. 아버진 평생 당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한 일만 하다 가셨으니 세상적인 것의 득이나 실을 떠나 길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살다 가셨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회한은 없으셨는지.... 통증으로 무의식 중에 꽂아 둔 바늘들을 다 뽑아 버릴까봐 꽁꽁 사지를 묶어 놓았다가 더 이상 기진해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때 그때야 결박을 다 풀어드렸다. 끝내 인정하시지 않던 당신의 죽음을 눈물 한 줄 주루룩 보이시면서 준비하시던 아버지. 어디에서 그런 힘이 생겨났을까....부축하라 눈짓하면서 억지로 일으키신 몸은 어머니를 꽉 부등켜 안고 놓치를 않으셨다. 눈물만 흘리시면서.... 먼저 가니 미안하다는 뜻이었을까? 어머니만 알아 들으셨겠지... "당신 힘들다. 그만 하소.." 힘들여 다시 눕히시던 어머니. "걱정하지 마소! 아들 다 컸는데.... 빨리 가소 이래 아픈데... 그만하고 빨리..." 아버지 가신지 이제 일년. 때마침 태어난 막내 아들네 손주 재롱에 맘 부치고 사시는 어머니는 몸이 아플 때마다 혼잣말을 하신다. "다 필요없다. 너거 다 필요없다. 자식이 무슨 소용있노.." 발은 다 녹아서 따듯해졌고 남편은 피곤한지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자식 다 필요없는 어머니는 차거운 발을 어디에 녹이면서 잠이라도 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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