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레이디경향 2000년 9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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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현주님이 쓰신 "나의 아버지"가 레이디경향 9월호 별책부록에 "해피투게더"에 실려 있습니다, 해피투게더는 레이디경향에서 발행되는 별책부록으로 "향기로운 삶을 위한 잡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 여러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아버진 가정에 대한 기대와 꿈이 많으셨다. 어릴 적 소풍이나 나들이를 갈 때면 아버지가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주셨고,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오면 아버진 집에 계시다가 살며시 나가셔서 내가 좋아하는 핫도그며 떢볶기 등을 사오셨다. 이런 아버진 내 친구들에게 인자하신 아버지상으로 추앙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아버진 사진 찍는 것을 너무 좋아하셨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가 되면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어깨에 매인 카메라를 보며 오늘도... 하는 표정으로 아버질 바라보았다. 어릴적 아버진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는 걸 나무나 좋아하셨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와서 매주 주말이면 아버질 따라 부산 명소를 한 군데씩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산이나 밀양 등 사찰엘 간 기억도 있다. 내가 사춘기 때 아버진 경험주의를 주장하셨다.고등학교시절 우리에게 독서실은 선도장소 중 한 곳이었다. 그때는 왜 그리 가지말라는 곳은 그리 가고 싶은지... 아버지께 한 달간 독서실에 다니겠노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진 '니가 직접 가서 공부가 잘 되면 내가 보내주마. 일단 오늘 하루 가 보고 다시 애기하자'라고 하셨다. 난 그 후로 독서실에 가지 않았다. 그때가 겨울이어서 무척 추웠고 역시 집에서처럼 공부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난 그때의 기억이 참 자주 떠오른다. 독서실에 가서 공부가 잘 되었던지 안되었던지 그건 추억이 된 이유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의 판단을 인정해주셨다는 것이 나에게 정말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내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내게 클래식 소품집을 사주셔서 음악을 즐기게 된 것도 아버지 덕분이고, 집에 피아노를 사다 주신 것도 아버지고 내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근무를 할 때 아이들 간식을 사다 주신것도 아버지시다. 내 생각으론 오빠의 미술적 재능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그러나 아버진 오빠가 미술학도가 된 것을 그리 반기시지는 않는다. 아마도 아들에 대한 기대가 다른 방향이셨던 것 같다.) 아무튼 아버진 나에게 너무나 인자하시고 권위를 전혀 내세우시지 않는 너무나 착한(?) 아버지셨다. 덕분에 난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전혀 고려치 않고 내 의견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버릇없는 딸이 오늘 새벽. 아버지의 발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요즘들어 가끔 새벽잠을 설치다가 듣게 되는 아버지의 출근하시는 발소리다. 잠결에 들려오는 어렴풋한 아버지의 현관 문 여는 소리가 이불 속에 있는 내 심장을 너무나 먹먹하게 했다. 아버진 2년전에 28년이란 세월을 접고 퇴직이란 걸 하셨다. 그리곤 돈으로 환산된 젊은 날들의 땀으로 기원을 여셨다. 그러나 유행성 감기처럼 닥쳐온 imf한파는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감기는 미열로 그치기도 하지만 때론 심한 고열로 사람의 목숨을 헤치기도 한다. 그 덕(?)에 아버진 또 다시 직장생활에 들어가셨다. 매일 1시간 반정도의 출근길을 세벽 6시면 나서신다. 그 먹먹함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멍울져 가시질 않는다. 마치 며칠전 송정 바닷가에서 본 안개낀 하늘바다처럼. 비내리는 6월의 마지막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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