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향기
|
| |
|
|
| |
| |
| |
화려한 꽃들이 자리를 비켜준 유월의 산에서 밤꽃냄새를 날려보낸다.
신록들이 녹음으로 짙어갈때쯤 떠난 언젠가의 여행길에서 동네의 초입에서부터 진동하던 밤꽃냄새를 맡고는 그 향이 너무 독해서 약한 현기증을 느낀적이 있었다.
그곳은 푸른 나무잎위에 목화솜을 여기저기 얹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서있는 밤나무의 집단 서식지였다.
화려한 꽃이 아니기에 저토록 진한 향으로 자기자신을 알리는 것일까?
유월의 며칠을 지리산 주변에 머무는 동안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밤꽃 향기에 친숙해졌다.
그 이후로 차창으로 들어오는 연한 밤꽃 향기도 쉽게 감지할 수 있게 되어 산자락으로 눈을 돌리면, 머리에 밤꽃을 가득 피운 나무를 어김없이 한두 그루 만날수 있었다.
문득 유월의 밤나무 꽃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본다.
마치 하늘은 아무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글처럼, 우리의 삶도 타인보다 미미한 꽃을 가졌으면
삶의 향기가 더 진하지 않을까?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하여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것은 화려한 색상일까 아님 진한 향기일까라고 자문해본다.
그리고 꽃의 무게를 어떻게 견딜까 싶을 정도로 온몸으로 꽃을 피우면서 결실을 기다리는 유월의 밤나무를 오래동안 나는 바라본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