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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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후의 바람결에는 진한 흙냄새와 함께 신록들의 향기가 묻어나온다.
혹시 조금 남은 바람결에 집에서도 그 냄새를 맡을수 있을까하여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베란다로 나가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던 비바람이 그치자 개구리는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아님 그 비바람이 고마웠다는듯이 울음소리로 표현하고 있는것 같았다.
계절을 잊지 않고 그리고 비가 온 후에는 더 맹렬한 기세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저 변함없는 개구리들이 참 신통하다는 생각에 개굴개굴 하는 그 소리가 더욱 정겹게 들렸다.
우리 마을의 밭 사이사이로 있는 작은 습지에서는 황소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무척 다행으로 여기면서 문득 몇년전 우포늪에서의 일들을 떠올려본다.
평소 T.V나 인쇄매체에서 늪이나 습지를 "자연정화 능력이나 생태계의 보고"등으로 보도하여 환경이나 생물의 서식지 그런쪽으로만 값어치가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간 우포늪은 내 사전 지식과는 아랑곳없이 세상에 이런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그렇게 넓은 늪도 처음 보려니와 물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도 마음껏 자라고 있는 나무는 주변의 갖가지 수초들과 어울려 당당히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꽃봉우리를 맺고 있던 가시연꽃과 물속에 둥둥 떠다는 개구리 밥, 부레옥잠, 그리고 온갖 여름벌레들과 때이른 고추잠자리의 조화로운 모습은 너무나 평온스러워 보였다.
여름철 오후의 따가운 햇볕도 아랑곳없이 아이와 나는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 울음소리를 의식하게 되었다.
주위에 인가가 있긴해도 그처럼 가까이서 줄기차게 들릴것 같지는 않은데 하면서 소리의 근원을 살피기 시작했다.
우리가 늪쪽으로 바짝 다가섰을때 제법 큰 물체가 늪으로 재빠르게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아 황소개구리다 하면서 아이가 소리를 질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의 개구리보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황소개구리로 불리워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황소의 울음소리와 흡사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삼스럽게 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신기한 것을 막연히 볼줄만 알았지 사물에 대해서 참 무지했음을 느겼다.
그일을 계기로 내 주변에 있는 자연에 대하여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끔씩 오르는 산에 가서도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있으면 그 이름과 특성등이 궁금해서 주변에 알만한 분들에게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요즈음은 봄산에 피는 야생화의 이름도 하나씩 익히려고 노력해본다.
그 이름을 알고났을때 바라보는 꽃들은 내가 그 이름을 모르고 보았을때보다 훨씬 친숙하고 정감이 가는 모습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봄날 수줍은듯이 피는 보라색 꽃의 각시붓꽃,노랑 제비꽃, 얼레지
그리고 등대풀까지도....
별로 대수로울것도 없는 일이겠지만 주변의 나무, 풀, 그리고 야생화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어느덧 내 소박한 삶의 기쁨중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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