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에 목욕탕(목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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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저희집엔 목욕탕이 있었지요...
한달에 한두번 했던 목욕
저녁이면 엄마는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지피면서
"어디 가지마라"
목욕하게 하시는 거였어요,
항상 그랬던것 처럼
"엄마 다음에 하면 안되요?"
지금 불을 지피잖아 가만히 있거라, 하시는 거였어요
조금후,
됐다 나오너라 하시면
부엌으로 가보면 엄마는 자주색 고무다라이에
펄펄 끓는 물을 담아 놓으시고 찬물을 부어가며 온도를 맞추었읍니다
됐다 들어가라 하시면 잽싸게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탕속으로 들어갔읍니다.....
앗! 뜨거워,
순간 놀래 탕밖으로 나와 울고 있으면
엄마는 빙긋이 웃으시는 거였어요
엄마,
엄마는 지금 닭잡아요?
이렇게 뜨거운데 들어가라고...
이게 머가 뜨겁노, 어서 오너라
찬물 좀 더부어요,
아니다 식기전에 빨리 들어온나, 하시면서 찬물 한바가지를 부으시면서
"이게 뭐꼬 까마귀가 보면 할배요"하겠다 하시는 거였어요
그말씀에 누가 볼까, 뒤를 힐끔 보고나서 다시 들어갔지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갔읍니다
엄마는 위에서 저를 꾸겨넣다시피 하시고는
새끼줄로 엮어만든 수세미에 빨래 비누를 발라 벅벅 문지르면서
이게 머꼬 이놈아, 왜그리 씻기를 싫어하노
저는 너무나 아파 울면서 사정을 했지요,
내가 씻을께요 살살하세요 아프니까 안씻으려고 하지요,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엄마에게 협상을 청했지요
엄마 부엌문 잠가요, 그리고 커텐을 쳐요,
커텐이 어디있노 잔말 말고 가만히 있거라,
빨리요 그럼 내가 할께요?
엄마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부엌문을 잠그고 치마로 커텐을 만드셨읍니다,
목욕이 끝나면 엄마는 허리를 펴시고
긴 한숨을 몰아쉬며
이물 거름되게 밭에다 뿌리라고 말씀하시고 밖으로 나가시면
부엌문을 조금 열고 사방을 둘러보고 잽싸게 밭으로 뛰어갔지요
언제나 그랬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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