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열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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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덤덤했던 마음이 막상 내일 입대라 생각하니
깊은 잠 이룰수 없어 밤새 뒤척였다
어머니도 간밤 뜬눈으로 지세우셨는지 아침 준비 끝내시고
부엌에서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눈물 훔치고 계셨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수저를 놓을때쯤 친구들이 나를 배웅한다고
마당에서 웅성거렸다
부모님께 큰절 올리고 빡빡머리에 모자 눌러쓰고 집결지로 향했다
마을 어귀 벗어날쯤 돌아보니 어머니는 나와 일정한 거리두고
따라오셨다 나는 큰소리로 "엄마 따라오지 마세요"하고 나니
애써 눈물 감추시고 "알았어 어이가"~ 하시고는 망부석이
되어 계셨다
집결지인 초등학교 운동장엔 벌써 800여명의 입대자와 가족포함
수천명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모여 있었다
잠시 후
군인들은 신원확인후 탑승할 임시열차 객실과 좌석번호를 알려줬다
시간이 여유있어 친구가 앞장서 들어간 "역전 다실"에는 O자와
친구가 앉아 있었다 나는 반가움에 "또 보내! 그저께 고맙데이"~
하고 서로에 얼굴을 쳐다보니 친구들과 약속을 하고 나온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 0자와 친구가 각각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주었다
난생처음 여자에게 받아본 선물이였다 아무런 말없이 시간은
흘렸고 자리에 일어나 작별에 악수를 나누고 대합실로 향했다
열차에 올라 창밖을 보니 친구들도 풀랫홈까지 따라 들어왔다
손 내밀며 이별의 정을 나눌때쯤 구슬픈 기적소리와 함께
육중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0자도 손수건을
흔들면서 눈시울을 훔쳤고 울지 않겠다던 나도 콧물인지 눈물인지
흐르고 있었다
그날따라 역전에는 진종일 진짜 사나이란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별의 여운이 체 가시기도 전 열차가 풀랫홈을 빠져나가자
현역병 두명이 들어 오더니 큰소리로
"동작 그만"!
"창문 모두 닫고 커텐을 쳐라" 실시
"이 짜씩들 동작 봐라" 하며 말보다 군화 발이 날아 다녔고
순식간 분위기는 살별해져 갔다 그리고는
"너희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군인도 아니고 장정이다"
이 자리를 이탈하면 탈영이고 죽어도 군번이 없으니 개죽음이다
"알겠나!"
"예"
목소리 봐라 알겠나!"
"예"
오전에 친절했던 병사들의 모습은 간곳없고 저승사자 모습 이였다
그러면서 기합받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의자위 수류탄 하면
의자밑으로 몸숨기고 의자밑 수류탄 하면 의자위로 올라오라고 했다
쉽고 처음 받는 기합이라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의자위 수류탄하면 까투리 새끼 머리 숨기듯 군화발 난무하는
가운데 머리 숨기고 일어나며 서로에 모습보고 킥킥거리던
웃음소리가 회를거듭할수록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로 바뀌어 갔고
초복을 일주일 남겨둔 여름날씨에 창문닫고 좁은 공간에서 받는
기합으로 인해 흐르는 시간 많큼 우리는 빠르게 길들여져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칠대로 지친 우리에게 휴식시간이
주어졌고 휴식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 틈에 조금 전 친구가 준 선물을 뜯어보았다
포장 속에는 파랭이 꽃을 수놓은 손수건과 또 하나의 선물속에는
양말이 들어져 있었다
나는 22년 6개월간 민가에서의 추억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곱게접어 마음 한켠에 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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