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손은석

손은석

소백산 산행기



	http://www.korea-dongpo.org/soneus/essay/view.cgi?34 소백산 : 경상북도 영주시와 영풍군, 충청북도 단양군에 자리하고 있는 소백산맥의 기간을 이루고 있는 산으로, 높이 1,439m. 지방에 있는 산을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산행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친구들이 많다. 그것도 주말의 시작인 토요일 아침인지라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 전날에 무리하지 않았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 아침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가기로 한 일행 중 한명이 늦게 나왔다. 산행이 있는 날이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사회 생활이 어찌 마음대로 될까. 그래도 참석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였기에 출발이 1시간 늦었지만 별다른 이견없이 버스에 오를 수가 있었다. 소백산은 한번 산행을 했었다. 그래서 일단 긴장이 된다. 험한 코스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12월로 접어들었으니 소백산에는 눈이 쌓였을 것이고 녹아서 얼음이 된다면 길역시 험하지 않을까 싶다. 단양에 도착하였다. 산의 북쪽인지라 바람이 차가워야 하나, 평일의 매서운 추위는 토요일의 산행 앞에서 쌈닭 꼬리내리듯 없어졌다. 택시를 타고 산 입구 천동리까지 가는 동안 메마른 듯 눈이 쌓여있는 산들을 바라보았다. 8시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천동리 매표소에 이르기까지 2시간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이제는 매표소를 통과하여 눈길을 밟으며 정상까지 향했다. 일전에 소백산을 올랐을때에는 남서쪽 희방사에서 시작하였다. 그 길은 1시간 넘게 계단만 올라가는 아주 힘든 곳이었기에 새벽에 오르면서 고통이 엄청났었다. 물론 내려올때에는 비로봉에서 지금 올라가는 천동리로 내려왔기 때문에 편했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 올라가는 길이 매우 편하다. 험한 비탈이나 끝없는 계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이 쌓여 얼음이 된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걸어올라 가는 정도이다. 일행은 전부 4명이다. 총각 셋에 유부남 하나. 총각 셋은 지난번 명지산을 올랐던 "전우들"이다. 시간이 없어 뛰기까지 했던 명지산, 걸어가기에는 산세가 험하고 인적조차 드물어 일순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명지산. 더구나 가장 체력이 약했던 신회장은 이번 산행을 위해서 대폭적인 장비 개편을 하였다. 등산화, 스키바지. 명지산에서 운동화로 인해서 엄청난 고통을 겪은 이후에 나온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는 군 장비의 현대화를 선도하여 개개인의 전투력 손실을 막아보겠다는 치밀한 계산이다. 더구나, 정상에서 생일빵을 통해서 전달받은 신형 아이젠의 장착은 이후 하산길에서 미끄러운 얼음길을 "조심조심" 걸어간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뛰어내려가는 부분 전투력 향상까지도 가져 온 것이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한때는 암벽등반으로 날렵한 몸매와 튼실한 근육을 자랑했던 유부남이 편안한 결혼생활로 인해 불어난 체중을 감당하지 못해서 오를때부터 고생을 하였다. 물론 하산길도 마찬가지였다. 천동리방면으로 오르면 산 중턱에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프가 있다. 매표소 입구에서부터 눈길이 이어져 야영 캠프까지 온통 하얀 눈이었다. 일행 중 전문 산악인에 가까운 총각과 나는 걸음이 좀 빨랐기에 캠프에 먼저 도착을 하였다. 매표소에서 출발한지 약 1시간 정도 지났을 시점이었다. 이 캠프에서 음료수와 빵 등으로 허기를 채운 후 정상을 한번 꼬나보고 다시 걸어 올라갔다. 앞서도 말했지만 천동리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그냥 조금 비탈진 길을 걸어올라간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경치는 명지산(눈덮인 명지산을 보지 못했으니)보다 나았다. 야영 캠프를 지나서 옹달샘에서 물을 보충한 후에 좀 더 올라가면 비로봉으로 갈 수 있는 능선에 도착을 한다. 능선에 다 가기 전에 등을 돌려 올라온 길을 보면 단양 시내와 충청도 쪽히 훤히 보인다. 앞서 말했지만, 이 날은 구름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날씨도 무척 따스했다. 탁트인 시야에 들어 오는 것은 잡힐듯 말듯 하는 지평선과 마치 바다와 같아 보이는 서쪽 하늘의 깨끗한 파란색 선이었다. 서쪽 하늘 끝에 조그맣게 섬처럼 떠 있는 산을 하나 바라보니 흡사 중국의 태산을 보는 듯했다. 능성에 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하는 것은 바람이 심하여 나무를 자랄 수 없게 만든다. 대신에 바람이 적게 부는 능선 반대편에는 나무가 좀 크게 자란다. 이런 재미있는 형상은 비로봉 정상의 북쪽 아래자락에 주목군락을 만들었다. 비로봉에서 약 200m 아래쪽에 주목 군락이 있는데, 그 모습이 참 묘하다. 지금은 하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서 결국은 철조망과 구름다리식으로 통로를 만들어 보호를 하고 있다. 소백산에서 유명한 것이 있다면 비로봉에서 부는 바람이다. 충청도의 깊은 산골에서 긴 숨을 내뱉듯 튀어나온 바람은 비로봉 정상까지 곧장 내달았다가 정상 위에서 한번 휘돌고는 경상도로 넘어가 버린다. 능선을 통해서 주목 감시 초소까지 걸어가니 소백산 바람이 내 등을 민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바람은 등을 때리듯이 불어왔다. 내친김에 뛰었다. 정상까지는 100m가 되지 않았으나 끝까지 계단이다. 탄력을 받아서 뛰기 시작하였는데, 바람조차도 멈추지 않도록 밀어댔다. 두 걸음에 한 계단, 한 걸음에 한 계단, 어떨때는 한 걸음에 두 계단까지 뛰었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뛰어서 비로봉 정상까지. 바람은 뛰어 올라온 내 몸을 순식간에 식혔고, 유부남이 준비해온 따뜻한 커피로 일행은 온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정상에서 먹는 간식과 커피는 맛있었다. 일단 생일빵을 한번 하고 경상도 쪽을 향해서 다같이 소리를 한번 질렀다. 야영 캠프에서 정상까지 도달한 시간은 약 1시간. 두시간도 되지 않아서 비로봉 정상까지 왔다. 지난번 명지산에서는 정상까지 4시간 30분이었던 사실을 상기해보자. 내려가는 길은 미끄러운 눈길이었다. 남향인지라 눈이 녹고 음지에서는 얼음으로 변했다. 내 신발은 밑창이 다 닳아서 걸리는게 없는 전투화였다. 정상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아이젠을 장착한 총각은 미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르게 내려갔고, 나는 행여 굴러떨어질세라 발 뒷꿈치로 눈길을 찍어 차며 내려갔다. 소백산이 그다지 높다고는 볼 수 없으나 의외로 조난을 많이 당한다는데, 비로봉에서 비로사 방면으로 내려가면서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천동리에서 비로봉까지는 그저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는데, 비로사로 가는 길은 중간중간에 험한 길이 많았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엄한 길로 갈 수도 있었다. 조심조심 내려가는 우리 일행 앞에 한 연인이 당돌하게도 손을 잡고 비로봉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신발이나 바지를 봤을때 산행을 작정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일순 총각 셋은 말이 없었다. 천동리 길에 비해서 비로사로 가는 길은 의외로 시간이 좀 걸렸다. 눈길이고 미끄러지기 쉬웠고 또 길이 험하면서도 거리가 길었다. 오후 4시가 되어 비로소 산 아래 비로사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 입구에서 마지막 남은 간식거리로 배를 채운 후, 다음 산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등산화를 통해서 장비(돈)의 중요성을 깨달은 신회장이 장비의 현대화에 대해서 역설을 하고, 다음번 산행에서는 또다른 변신을 선언했다. 기대가 된다. 풍기로 이동을 하여 버스를 탈까 기차로 상경할까를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토요일에 차가 많이 막힐 듯하여 기차를 탔다. 무려 4시간. 서울 갈때 유부남이 집에서 저녁을 주겠다고 한다. 이런 기쁜 일이 있을까. 9시에 청량리에 도착하여 신혼집에서 따뜻한 저녁을 먹었다. 생일맞은 신회장을 위해서 미역국까지 준비한 정성에 너무나도 감복하여 그 집 밥을 다 먹어버리고 보졸레 누보 한병도 다 비워버렸다. 감격도 이런 감격이 없었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로나마 남긴다. 이번 산행에서는 정말 아쉽게도 사진을 하나도 못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