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아온 나날 만큼 살아야 할 나이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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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아온 나날 만큼
살아야 할 나이를 깨닫게 된다면
그때는 분명 낙천적인 여름이 지난
가을의 길목을 것이다.
아님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까마귀가
전기 줄에서 낙엽을 떨어짐을 보고
목이 마를 때
나는 비로소
가을임을 체험한다.
그리고 세월을 온 몸으로 느끼고
구석구석 찌든 때를
살로 태운다.
까마귀는 태양의 변화를 보고
삶의 귀퉁이에 조그맣게 알을 낳는다.
나의 시간은 아다지오로
긴긴 밤을 지세 운 사랑이고
흘러가는 물살의 낙엽이다.
나의 사랑은 프레스토이며
붉은 장미처럼 달콤하고
순간의 상처로 영원히 남는다.
까마귀는 청명한 하늘빛으로
날아올라
그토록 염원했던 가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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