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
| |
|
|
| |
| |
| |
신발장을 열어 식구들의 신발을 정리했다.
샌들,운동화,슬리퍼,장화,구두,실내화,.....
아이들거부터 내것,그리고 남편의 신발,
계절마다,혹은 때때마다 사서 신고 벗어논 신발들이
신발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았다.
작아지고 낡은것,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겠다고
맘먹고 하나하나 정리하던 중
남편의 하얀 고무신을 발견했다.
언제 산것인지 분명 꽤 여러해 된듯한 고무신인데,
참으로 반가웠다.
그리고,내 유녀시절 신었던 검정 고무신이
생각이 나서 잠시 추억에 젖어보게 되었다.
우리가 어려서는 거의 아이들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부잣집 아이들이나 가끔 운동화,구두가 있었지만
우리들에겐 여름이건 겨울이건 검정 고무신이
떨어지고 잊어버릴때까지 신어야하는 유일한 발친구였던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화창한 봄날,
소풍을 가는 즐거운 날이 내게는 악몽같은 날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소풍가기 전날 고무신을 잊어버린것이었다.
내 유일한 교통수단인 검정고무신을......
난 엄마에게 새 고무신을 사달라고 조르고,
엄마는 고무신 찾아오라 소리지르고.....
무거운 마음으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소풍을 가야겠는데 신고갈 고무신이 없어서
마당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데
엄마가 던저주신 남동생의 검정 고무신....
"옜다,이거라도 신고 가거라"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챙피해서 남자 고무신을 어떻게 신고 가!! 반 대표로 맨 앞에서
합창도 해야 하는데....."
"싫으면 말고!!"
학교를 가지 않는 동생은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 되니까
그걸 신고 가란다.
한눈에 보아도 작을듯한 남자 고무신을.....
내가 너무 울어대니 엄마는 소풍 갔다 돌아오면
네 신발 사다 놀테니 오늘 하루만 신으라고 사정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발에 겨우 들어가서 엄지 발가락에 고통을
주는 남동생의 검정 고무신을 신고 소풍을 갔다.
자꾸만 발에 신경이 쓰여 이마에 땀이 흐르고,작아서 발도 아프고
혹여 아이들이 볼까봐 부끄런 마음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도 내색을 하지 않았음에도
나 혼자 하루종일 마음이 콩닥콩닥, 불안,초조, 부끄럼이
교차되고, 반대표로 전교생 앞에 나와(그것도 맨 앞줄에서)
합창을 시작하고,마치는 순간까지도 노래는 입만 벙긋벙긋....
신경은 온통 두 발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함에 오후가 되니
조금 안심이 되어 소풍을 마치고 줄행랑을 쳐서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나를 위해 빨간 고무신(색깔 들어간 고무신도 귀하던 )을
사다 놓으셨다.
지금 아이들은 물건의 귀함,소중함을 잘 모른다.
새것,예쁜것,좋은것만 찾는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좀더 좋은것들만 사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도 문제가 있는것 같다.
나역시도 그랬으니까....
신발이 작아서 사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계절마다,그 계절에 어울리는 신발을 사주다 보니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좀더 예쁜 신발을 신기고 싶어서
내 스스로도 또 사주게 된 경우도 있었으니......
지금의 아이들에게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니라고 한다면
과연 신으려 할까????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