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보따리(건망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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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너구리네 가족은 모두 5남매이다.
모두 결혼하여,위로 누님은 아들,딸,
그리고 장남인 너구리 역시 아들(짱구),딸(수미),
여동생이 둘 있는데 거기도 위로는 아들,밑으로 딸....
마치 짜고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순서도 바뀌지 않고,
아들하나 딸하나씩을 두었다.
그런데 우리 시동생 만큼은 위로 딸 둘에 3살짜리 아들하나.
그래서 시동생만 돌연변이이다.
처음 내가 너구리네 집으로 시집을 와서
우리 짱구를 임신했을때,
내심 늦은 결혼이라, 첫아들을 떡~~낳아주어야
시부무님이 좋아하신다는 막중한 책임감때문에
낳을때까지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다.
고추달린 짱구를 낳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아들하나만 더 나면 소원이 없겠다는 시어머님의 욕심을
저버리고 난 연연생으로 딸을 낳았다.
그때 딸이라고 너구리는 좋아했지만 서운해하시던 시어머님의
눈빛을 역역히 읽었었다.
둘만 낳고 더이상 나이가 많아서 내게서는 아들 손주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포기하신 어머니께선 시동생이 결혼을 하자
거기에 큰 기대를 거셨다.
외손주도 3명이나 있으면서도 늘 하시는 말씀이
"외손주를 구여워 하느니 방아깨비를 구여워 하지"
하시며 딸 둘 낳고 그만 두려는 시동생 내외만 만나면
노래를 하신다. 아들 안 낳을 거냐고.....내가 다 키워 주마고,
친 손주가 짱구 혼자인것이 불아하신건지.....
동서는 젊다.
무려 11살이나 나보다 어리다.
그러면서도 요즘 신세대 주부처럼 튀지도,깨이지도 않았다.
착해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형님이 알아서 하세요" 하니 한번도 얼굴 붉혀
싸워본 적이 없다.
그런 동서가 작년에 아들을 낳았다.
시어머님이 그렇게도 소원하시던....
짱구에게 퍼붓던 사랑은 금새 그 놈에게로 옮겨가고,
기분이라시며 병원비일체를 다 대주시고,
보약도 한재 지어 주시며, 나보고 같다 주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 둘 낳도록 보약 한재 못 얻어먹어봤지만)
작년 이맘때이지 싶다.
아이들 방학이고 해서 숙제(친척집 방문하기)도 할겸,보약도
전해줄겸 해서 조치원에 살고 있는 동서네 집으로 가는 길에.....
웃지못할 헤프닝을 한바탕 벌이고 혼자 두고두고 웃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짱구,딸아이,그리고 작은 신우 딸.....
아이들 세명과 함께 보약 다발을 들고
우리 동네에선 조치원가는 시내버스가 없어서,
차비도 아낄겸 ㅌ마트 버스를 타고 마트 앞에서 내려서,
다시 신호등을 건너,조치원 가는 버스길에 올랐다.
좌석버스라 아이들도 어른 차비계산을 해서 4명의 버스비를
내야 한다기에
지불하고 자리에 앉아서 흐르는 땀을 식히며
시내를 빠져나올 무렵 갑자기 보약 생각이 나서 발밑을 보니
보따리가 없어진 것이다.
별별 상상이 스쳐 지나가고, 마트 앞에서 버스 기다리는 동안
잠시 내려놓았다가 아이들만 챙겨 태우고 안가져온것두 같구....
나의 건망증 증세가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분명히 들고 버스에 오른것 같은데.....
도무지 추적이 안되는 것이다.
의자 밑,앞뒤를 돌아다니며 아무리 살펴보아도
보약 보따리 그림자도 밟히지 않아,가뜩이나 더운데
긴장을 하니 이마며,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얼굴이 후끈흐끈
달아올라 결국 아이들을 앞세우고 버스에서 다시 내렸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ㅌ마트 앞 주차장으로 다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도 보따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그 차에 두고 내린것두 같아,택시를 타고
그 버스보다 앞질러 가서 다시 그 버스를 타야지 하는
계산을 했는데, 글쎄 그 버스 차 번호를 알아야지.....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엄마, 왜 그래요?"하며 어리둥절해 한다.
"내가 말이야, 보약보따리를 들고 버스를 탔니?"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만
"잘 모르겠는데...."라는 대답뿐, 물어보는 내가 멍청이지 싶어,
다시 조치원 가는 좌석 버스를 타고 아이들 차비까지
계산하기가 어쩐지 아까워 (택시비로 금새 만원을 날리고 나니)
내 차비만 슬쩍 집어 넣으니 기사님 아무 소리가 없으시다.
동서네 집에 도착하니, 기진 맥진......
"동서, 미안해 어머님에 산후조리 보약을 해주셨는데
내가 가지고 오는 도중....."
잃어버렸노라고 이야기 하고 내가 다시 지어다 줄께.
어머님 물어보심면 받았노라고 대답해 달라고 부탁하고
둘이 앉아서 한바탕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꾸 미련이 남아 약을 지어온 한의원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여차저차해서요,혹시요, 누가 보약 주워서 보관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으면 이리고 연락을 주세요."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올 때쯤
청주 00동 집인데요, 보약 여기 있으니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을 수있었다.
조치원에서 청주로 나오는 분이
버스에 올라 한참을 달리는데
무언가 발밑에 걸려 들여다 보니 보약 보따리란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보따리 겉에 한의원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이 내가 부탁을 해 놓은 상태라,
연결이 되었다며......
"아줌마도 건망증 증세가 몹시 심하신가봐요."하신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버스 안에서 그렇게 찾아도
없던 보따리가 거기에 있었다니......
한바탕 소동을 치루고 보약이 무사히 동서의 손에 건너 가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할머니께
"할머니, 엄마가요, 보약을 요....."
할때면 "쉬~~잇!!"
지금도 우리 어머님은 그 사건을 모르신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어머님은 그 놈을 귀여워 하신다.
돌잔치 비용도 화끈하게 낼 정도로......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니 금새 그날의 일들을 잊어버린다.
나만 가끔 떠올리며 얼굴 붉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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