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나미

나 미

여름 휴가 마지막 날.....



	오늘은 유람선을 타고,청풍으로가서 문화재단지 구경을 하고 왕건 촬영장을 둘러보고 집으로 가는거다. 너구리가 오늘의 일정을 발표하자 아이들은 그냥 오늘도 계곡에서 놀다가 하룻밤 더 자고 내일 가잔다. 아침을 먹기가 무섭게 너구리는 다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텐트를 걷어서 흐르는 계곡물에 헹구어 넓은 바위에 말리고 돗자리와,모든 물건들을 깨끗하게 빨아서 말리고 치우고, 주변정리,마지막 쓰레기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이들은 함께 놀아주지 않고 짐만 싼다고 아빠를,엄마를 열심히 불러댄다. 이게 아니지 싶어... 하던 일 멈추고 아이들과 다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재밋게 놀아주었다. 아이들은 연실 바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하면서 물속으로 뛰어 내리며 엄마도 하라고 강요를 한다. 무지무지 재밋고 시원하다고..... 워낙 수영도 못하는 맥주병이라 바위에 올라가서 코를 막고 눈을 감고 물 속을 들여다 보니 그래도 꽤 깊다. 겁이 덜컥 나지만 아이들도 하는데 나도 못하랴 싶어 풍~~~덩~~~ 물속으로 빠지고 보니 짜릿한 기분이 든다. 짱구의 구명조끼를 입고 두 팔을 휘저어 보기도 하고, 뒤로 하늘을 보고 누워 둥둥 떠내려 가다가 물살이 세어서 위험한 곳 근처에 다다르자 겁이 더럭 나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면 아이들이 재밋다고 낄낄 웃어댄다. 멀리서 너구리님 손짓을 한다. 이제 가자고..... 유람선을 탔다. 사전 지식없이 무작정 타고 보니 단양 8경을 둘러보는 유람선이 아니라 옥순봉과,구담봉만을 보고 오는 왕복 1시간 걸리는 유람선이었다. 방향키를 돌리며 열심히 주변 경관을 설명하는 선장님의 목소리가 밖으로 나와서 주위 경치를 감상하는 내겐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안내장을 읽어보니 구담봉은 단양 서쪽 8키로지점, 남한강을 따라 깍아지른듯한 장엄한 기암괴석으로 그 형상이 거북같다하여 龜峰(구봉)이라고도 하였으며 옥순봉은 단양 서쪽9키로 지점, 자유분방하고 기상천외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렀다. 1549년 단양 현감으로 부임한 이퇴계가 석벽에 (단양동문)이라 각명했다고 한다. 우후죽순같이 솟아오른 천연적 형색이 희다하여 옥순봉이라 하였다고 한다. 다시 청풍으로 향해 문화재 단지에 다다르니 벌써 오후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배가고프다는 짱구 "금강산도 식후경이래요" 배가 고파서 도저히 걸을 수 없다는 짱구땜에 입구에서 빈대떡 한조각 사서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마음으로 문화재단지 한바퀴 휘~~~둘러보고..... 그냥 가잔다. 우리의 너구리께서.... 왕건 촬영지로 다시 향하고, 가는 동안 주변 경치가 정말로 너무 아름다워서 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큰 기대를 걸고 맞이한 왕건 촬영장 셑트를 보고는 조금 실망을 한듯....아이들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배경이 이곳이라는 것이 잘 매치가 안되는듯,진짜 촬영할때 우리 다시 오자고 한다. 너구리와 짱구는 왕건 애청자다. 그래서 그런지 열심히 돌아보면서 사진도 찍고 아무도 없는 집 안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 짱구 하는 말 "아무도 없어요? 누구좀 나와 보세요." 성에 올라가서는 활 쏘는 시늉도 해 가면서 엄마 빨리 죽으라고 하는 통에 딸아이와 나는 어찌나 웃음을 뺐는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 구경하느라고 생각도 못했던 피로가 돌아오는 차속에서 잠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힘들게 운전하는 너구리에게 미안하여 졸다가,깨다가...를 반복하니 아예 자란다,나더러....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잠을 깨어 딸아이와 뽕짝 노래를 틀어놓고 신나게 체조를 하고 오다보니 배가 고프다고 모두들 아우성이다. 8시가 넘어서 우린 충주에 들러 전에도 가본적 있는 서울 뚝배기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청국장 찌게로 유명한 식당이다. "엄마 뚝배기가 뭐예요?" 짱구가 묻는다. "장 끓여 먹는 그릇이야.우리집에 있는거 같은거...." 시골 밥상처럼 한 공기씩 꾹꾹 눌러 밥을 푸고 양은 냄비에 차려온 청국장 찌게에 모두들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밥을 먹었다. 정말로 배가 무지 고팠나보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충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한시간 반은 어떻게 왔는지조차 모른다. 모두들 뒷좌석에서 꿈나라로 향했으니..... 어쨌거나 알뜰하게 볼거리 많게, 아이들에게도 유익하게 잘 다녀온 2박3일의 여름 휴가였던거 같다. 연례행사처럼 치뤄지는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짜기 계곡에 천막치고 자리를 한번 정하면 3박4일 끄떡없는 먹거리와 함께, 남자들은 밤새워 술마시며 동양화 감상,여자들은 끝도없는 수다로,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재밋거리를 찾아서 여러 가족과 함께 즐기는 휴가도 그런대로 추억거리가 남겨지지만, 너구리에겐 조금은 무료하고,심심했을 이번 휴가야말로 아이들과 내겐 다시한번 가족에 대한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짧고도 아쉬운 여름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