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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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우리 너구리가 휴가때면 챙기는 꽁치 통조림으로 찌게를 하고
열무김치,배추김치,오징어채,계란 후라이
멈출줄 모르고 퍼붓는 빗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는 아이들은
언제 계곡에 가냐고 투덜거렸다.
"비가 그치면 천동동굴에 갔다가 계곡으로 가자"
비가 개이고 드디어 산이 진초록 물결로 눈앞에 들어왔다.
하늘은 언제 비를 뿌렸냐싶게 푸른빛이었고 산 중턱에 걸린
구름들이 멋드러진 경치를 연출했다.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와~~이젠 비 안오겠지? 빨리 물놀이 하러 가자."
"그래도 천동 동굴 구경은 하고 가야지"
동굴 안은 냉장고같이 시원했다.
천동동굴은 천동리 마을 뒷산 중턱에 위치한 석회암층 천연 동굴로,
1977년 마을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약 4억5천만년전부터 생성된 470미터의 동굴로서 석순,종유석, 석주로 이루어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있는 곳이라한다.
미로같이 얽힌 좁고 협소한 계단을 지나고 지나서
가족 사진도 한 컷 살짝 찍고,다시금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도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아는만큼 설명도 해주니
처음 들어가 보는 동굴이 마냥 신기한지 만져보고,소리지르고,
어떻게 이런 동굴이 생기는거냐며 묻는다.
다시 동굴을 빠져나와 우린 텐트를 치고 또 하룻밤을 묵을
장소를 물색하던 중 사인암으로 가려던 차를 돌려
상선암으로 향했다.
단양에 아는 분과 잠시 통화를 하더니 그곳이 경치가 좋고
물도 깨끗하다고 했단다.
단양 8경에 속하는 상선암,중선암,하선암,옥순봉,구담봉,도담삼봉,
사인암,석문중에서 우린 하선암으로 향했다.
소백산맥을 흐르는 남한강 상류에 위치,단양 남쪽 4키로 지점,
단성면 대잠리에 있다는.....
심심유곡의 첫경승지로소 佛岩(불암)이라 부르는 3층의 넓은
바위를 조선 성종때 임제광이 선암이라 부른뒤 하선암이라 개칭,
봄에는 철쭉,가을에는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며 절정을 이루는
아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고 안내 표지판에 써 있었다.
너구리가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는동안 아이들은
벌써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야외에 나와서 짐을 풀고 정리하고 싸는 몫는 너구리 차지다.
정리정돈의 귀재(?) 청소반장(?) 늘 놀러가면 주변 정리정돈은
물론 챙겨온 짐을 풀어 제자리 제 위치에 아주 깔끔한
모습이여야만이 안심이 되는지,마냥 늘어놓는 내 성격과는
대조적이다.
점심엔 간단하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아이들과 물속으로 풍덩~~~ 어이구 시원하다~~~
수영을 할줄 모르는 아이들과 나,그저 물놀이만으로도
즐거웁기만 하다.
어느새 집 한채 뚝딱 지어놓고 완벽한 짐정리 완료 후
우리의 너구리도 물속으로 들어와 아이들과 재밋게 놀아준다.
주변 경관도 정말 아름다웠다.
넓찍한 바위와 바위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앞을 둘러봐도,뒤를
보아도 푸르른 산,그 위로 파아란 하늘.....
정말로 피서를 오긴 온것이로구나....
고구마 5개를 쪄서 간식으로 먹고,또 아이들은 내쳐
물속으로 들어가서, 사귄 친구,언니,형들과 마냥 신나는
놀이를 한다.
산속의 해는 일찍 떨어졌다.
저녁은 즉석 카레와 짜장으로 밥과함께 비벼먹고,
아이들은 또 내일의 물놀이를 기약하며 텐트속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어찌 그리 쉽사리 잠이 오랴.
너구리는 술도 전혀 입에 안대고 밤새워 동양화 그릴 멤버도
없어서 그런지 별 말이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역시 너구리와 단둘이 오손도손 나누어야할 야기도 별로 없고....
그래서 넷이 텐트속에 누워 이리 뒤치락,저리 뒤치락,
나는 결국 텐트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 소화도 안되고 그냥 자면
이 아름다운 계곡에서의 하룻밤이 억울할것도 같고 해서....
달밤에 체조를 하고 있자니 아이들도
어느결에 밖으로 나와 나를 따라 체조를 한다.
열심히 국민 체조도 해보고,에어로빅도 해보고,
"엄마, 왜 잠 안자?"
"영 잠이 안 오네?"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을 새며 수다를 떨던 휴가 동지들이
안계시니 이렇게 심심할 수가.....
옆 텐트에서 아이들을 재우는데 성공을 했는지
부부가 함께 나와 간이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를 잡는다.
다시 아이들과 텐트속으로 들어와 이젠 진짜 자는거다.
하나,둘,셋,....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 날, 어느 골짜기......
너구리는 어느새 코를 골고, 아이들도 색색 잠이 들었다.
흐릿한 불빛과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두 부부의 이야기소리에
나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너구리와 무~~드잡고 마실려고 사온 맥주가 아이스박스속에서
울고 있었다.
혼자는 마실수도 없고.....
아쉽고,허전하고,쓸쓸하고, 산속의 밤은 물소리속에 깊어만
가고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꿈나라로 나는 달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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