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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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에 우연히 알게된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작년 여름 길을걷다 더위를 잠시 더위를 피하려 나무그늘 밑에
앉아있었는데 할머니 힌분이 지팡이를 집고 아주 힘겹게 길을 걸어오고 계셨다. 그리곤 내 곁에 털썩 주저앉으시더니 이마에 난 땀을 손으로 훔치시며
"색시도 더워서 쉬고 있어?" 하신다.
"예,할머니 날씨가 꽤 덮네요."
"색시 요 앞이 우리집인데 션한 물이라도 마시고 가" 하시길래 아파트로
따라 들어갔더니 온갖 살림살이들이 여기저기
어지러져 있어 발 디딜 틈도 없이 지저분했다.
"색시, 지저분하지? 내가 거동을 잘 못해서 치우질 않아서 그려"
할머니완 이렇게해서 인연이 되었다.
아들 며느리 손주와 아주 오붓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며느리가 집을 나간 후론 할머니 혼자 아들과함께 손주를 키우며
살림을 하셨단다.
그런데 몇개월전 손주가 할머닐 벌컥 뒤로 미는 바람에 그길로 병이들어
거동도 잘 못하게 되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 빨래며 청소같은건
제대로 하시질 못한단다.지팡이 집고 겨우 동네 노인정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하루를 보내시고 계셨다.
아들이 퇴근해서 돌아올때까진 밥도 못하실 정도로 쇠약해지셨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 생각도 나고 해서 (칠십오육세정도,나이도 비슷)
불쌍하고 안된 마음에 가끔 할머니 집에 들러 말벗도 하며 집안일도
도와드리며 지내온 날들이 벌써 8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정월 대보름 날도 궁금하여 집에서 나물 이것저것 만들고 밤,땅콩,호두를 봉지에 조금씩 나누고, 김 굽고 잡곡을 사가지고 들렀더니 나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셨단다. 혹시나 보름 날이라 내가 오려나 해서.....
오면 당신 손으로 음식을 못하니 나에게 부탁하려 하셨단다.
옛날 정월 대보름날 해벅던 음식이 그립다시며.....
아파트앞 벤취에 양말도 신지않고 나와 몇시간 동안
손과 얼굴이 차갑고 콧물까지 흘려가면서....
나를 금새 알아보시더니 손을 꼭 잡으시며 눈물부터 흘리신다.
나이가 들면 외롭고 서글퍼지시나보다.
"에구, 우리 메느리했으면 울마나 좋을꼬...."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며 눈시울을 적시는 할머니.장 보아온 값이라며
만원자리 한장을 자꾸 호주머니에 찔러 주신다.
"고맙기도 하지"
시아버지 제삿날 장보러간다고 나간 며느리가 그길로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원망도해보고 미워도 해보고 기다려도 봤지만 소용없었다면서....
키우던 손주마져 데려간후 할머니의 눈물과 한숨과 우울증이
더욱 심해지셨단다. 딸들은 다 멀리 살아 자주 찾아오질 못하고....
"우리 아들 보면 불쌍해. 참 착한데 색시가 우리아들 중매좀 해줘."
나같은 며느리 보는것이 살아생전에 소원이라신다.
당신은 이제 죽고 싶으시다며......
아들에게 무거운 짐덩어리로 살아가는것이 괴롭다고 하신다.
겨울엔 날씨가 추워 노인정도 못 가시니 아파트에 갖혀
아들오기만 하루종일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지루하실까.
그래서 내가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신적이 많았단다.
"할머니 매일 올수는 없고 가끔 들를테니까 이렇게 나와서
추운데 기다리지 마세요"
할머니의 얼은 손과 볼을 만지니 내 코끝도 찡하니 아파왔다.
우리 엄마도 낮동안 얼마나 적적한 삶을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셨을까
생각하니 살아생전에 지척에 두고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것이 큰 불효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잠깐 짬을 내서 들렀더니 할머니의 얼굴이 오랜만에 밝아보였다.
큰 딸의 손녀가 과일을 사들고 찾아와 점심을 시켜서 드시고 계셨다.
밥을 먹고 왔다는 나에게 더 먹으라고 자꾸 젖가락을 건네 주시는데......
짜장면을 아주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이 꼭 아이 같았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하던가.
어느 누구라도 찾아와 관심을 보여주면 그저 좋으신것을......
자식 키워놓고 그 자식 결혼시켜 함께 살면서 손주들 재롱에
오손도손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권리가 박탈 되어진
요즘 우리네 노인들의 삶은 너무나 쓸쓸하신것 같다.
"색시 시간 있으면 나랑 미용실 가자. 파마도 해야 혀"
"할머니 예뻐지고 싶으신가봐요? 그런데 오늘은 시간이 없고
다음에 오면 꼭 같이 가요."
"그럼 꼭 와"
월요일에 와서 미용실에 가기로 철썩같이 약속해 놓고
뒤돌아서는 발길이 가벼웠다.
내가 오면 반갑고 서러워서 울고, 간다고 일어서면 아쉽고 쓸쓸하다며
우시곤 하셨는데 오늘은 손녀딸이 있어선지 손까지 흔들어 주시며
귤 두개를 손에 꼭 쥐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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