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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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으려 할땐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사랑을 주려할땐 마음이 비워진다.
내가 가진 따스함을, 내가 가진 정을, 내가 가진 그리움을
나누어 주면 내 마음속엔 어느새 옹달샘처럼 더 싱그러운 사랑이
퐁퐁 솟아난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보고싶은 감정이 사랑이라했던가.
그러한 사랑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들고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고 그래서 즐겁고 기쁜 환희에 도달하다가 때론
이별을 맛보기도 하고 슬픔 괴로운 감정에 휩싸여도 보면서
여자는 사랑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게 되는것 같다.
너구리와의 결혼 생활은 젖은 장작에 불붙이듯이 더디고
앞이 보이지 않을것 같은 안개길을 걷는것처럼 불안한 생활이
많았다.
서로 지지않으려는 자존심의 대결.
서로 받으려고만 하는 이기주의적인 마음.
표현력의 부족으로 생기는 잦은 오해.
이러한 것들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입으론 사랑을 말하며
속으론 왜 내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해주질 않는걸까.
원망도 하면서.....
세월이 흐르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넓어지고
무조건 주어야하는 사랑을 배우게 되었다.아이들로부터.....
보상심리나 한이 쌓이는 무조건적인 희생도 부작용을 낳겠지만
모든걸 다 해주어도 아깝지 않은, 어미가 자식에게 해주는 조건없는
사랑으로 남편을 대하니 더이상 사랑때문에 티격태격할 일이 없어졌다.
그의 생일날,결혼 기념일날 내가 먼저 그에게 꽃다발을 보내주고,
내 생일날을 기억해주지않는다고 불평할것도 없이
그냥 지나쳐도 서운해하지 않고 다행히 기억을 시켰다가 꽃한송이라도
선물하면 눈물겹도록 고마워하는 법을 배우고 나니.....
모든것들이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거늘......
나는 나의 남편을 사랑한다.
햇수로 14년이란 세월을 그래도 한결같이 한 직장에 머물며
괴롭고 힘든 고비도 몇번씩 넘겨가면서도 가족이라는 울타릴 든든하게
치며 행복을 만들어다 주었으니 말이다.
그 안에서 나와 아이들은 참으로 어려움없이 살아왔으니,
우리의 너구리가 여간 소중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먹구름 낀 날들이 있으면 무지개가 뜨는 즐거운 나날도 있겠고,
소나기에도 옷이 젖고 안개비에도 옷이 젖을 수 있듯이
사랑은 누구에게나, 소나기처럼 세차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겠고
안개비처럼 보이지 않는듯,잡히지 않는듯 사랑이 시작되다가
어느새 가슴까지 흠뻑 젖어들듯이 천천히 찾아올 수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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