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나미

나 미

덤으로 얻은 행복(소백산을 다녀와서...)



	모든 일에 미치지 않으면 그 목적에 도달했을때 환희를 맛볼 수 없듯이 지난번 덕유산을 다녀온뒤 일주일 내내 나는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친구가 슬슬 나를 또 유혹하는 것이었다.이번 토요일엔 소백산을 가자고... 남편 너굴님의 눈치도 있고 해서 장담은 못하지만 일단 예약은 해 놓아보라고..... 수요일에 대전으로 교육을 떠나며 금요일에 돌아온다던 너구리는 금요일 저녁 집으로 전화해서 친구들 모임있어서 늦을거라는 말을 남기고는 자정이 넘어 새벽 두시..네시...가 되어도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분명 고스돕 판을 벌려 밤새도록 손목운동,눈운동 실컷 하고 새벽이면 참새처럼 제집 찾아 들어와 피곤하다니 어쩌니 해가며 한나절 잠만 잘테고....그럼 늦은 아침을 먹고 슬슬 채비를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 하러 나가버릴테고...열 받고 속 뒤집어 지느니 그래 친구따라 소백산에나 가자!고 맘막고나니 속이 후련하였다.(물론 산에 갈 채비는 전날 미리 다 하여 놓았고 한번 언질은 주었으니)새벽녁 집에 돌아온 남편은 마누라 없는침대를 바라보며 얼마나 허탈한 미소를 지을까 ㅎㅎ 생각하니 정말로 고소하고 신나기만 하였다. 세수를 하고 꽃단장을 하고,도시락을 싸고 모든 준비를 다 하고 났더니 여섯시 밖에 안되었다. 7시에 만나 출발하기로 했는데...만약이 이시간에라도 너구리가 들어와 발목을 잡히는 날엔 공연히 핀잔 하는 소리에 기분만 상할것 같아 서둘러 집을 빠져 나왔다. 물론 함께하는 회원님들 만나고픈 설레임도 있었고... 인원이 많아 차가 두 대가 가니 조금 일찍 나와 앞자리좀 잡아 놓으라는 친구의 부탁도 있고 해서 체육관에 택시를 타고 당도하니 6시 20분도 되지않았다.차도 도착을 아니한것도 같고...... 30분이 넘으니 차 두대가 도착을 했고 여기저기 낮익은 분들의 얼굴이 보이니 정말 반가웠다. 겨울 산을 보러 간다는 설레임에 마음은 벌써 소백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회장님의 친절한 안내와 새로 온 분들의 간단한 소개 에 차 안은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해서 집에 전화를 거니 어머님이 받으시며 "애야 방금 들어왔는데 밤새 담배 쩔은 내가 진동을 한다. 피곤하다더니 금새 들어가 잔다.너 산에 갔다고 했으니 재밋게 놀다 와라." 어느새 버스는 죽령 휴게소에 도착을 하였다. 모든 장비를 갖추워 만반의 준비를 하는사이 벌써 시산제 준비를 하고 있는 운영진들의 모습이 보였다. 함께 진지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동참하여...정말로 가슴뭉클하게 진정으로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는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산행 시작... 2년 전 봄 똑같은 코스로 산행을 한적이 있는 터라 소백산 천문대까지 오르는 길이 무척 지루하고 힘들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고루한 생각은 빗나가고 나뭇 가지마다 쌓인 눈꽃 구경을 하며 오르는 길 내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무어라 말로는 표현할 수 아름다움에 푹 빠져 걸으니 힘든줄도 몰랐다. 오르는 내내 오길 잘했지 잘했지...되네이며 회원분들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훌륭한 경치 앞에서 사진도 찍어가며 도착한 곳은 소백산 천문대...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먹으니 정말로 산에서,손도 시리고 입도 볼도 시린 추위속에서 덜덜 떨며 먹는 밥이 왜그리도 맛있던지~~ 다시금 만반의준비를 하고 나는 친구와 헤어져야했다. 친구는 비로봉 정성까지 가는것이 무리라고 판단했던지 10여명의 일행들속에 끼어 희방사 쪽으로 내려가는 탈출팀을 따라 내려가고 나는 다른 일행들 속에 제 2 연화봉,비로봉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온차가 점점 심해지더니 눈보라가 치고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혹한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후미팀에 붙어서 함께 사진도 찍고 어린 아이들처럼 눈밭에 쓰러져도 보고 각자 가져온 배낭을 풀어 초코렛,과자도 나누어 먹으며 드디어 비로봉에 다다랐다. 안개가 짙게 끼어 비로봉 정상에서 산 아랠 제대로 대려다 볼 수 었었지만 온통 산호초가 물결치는 바닷속 풍경같았다. 힘들고 땀흘리며 산행한 보람이 바로 이런거구나. 예가 낙원이고 여기가 무릉도원이었다. 극락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하고 함께 한 이들이 행복하면 바로 여기가 지상 천국이었다. 조물주님의 위대함에 다시한번 고개숙여 기도하고 복면(너무 추워 입까지 꽁꽁 싸맨터라)을 벋고 산의 맑고 꺠끗한 정기를 마음껏 받아가리라는 욕심을 부려보아도 전혀 죄가 되지 않을것같았다. 기념 사진도 찰칵~~찍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 올라갈땐 바람을 등지고 가서 그리 추운지 몰랐는데 내려올땐 눈만 뺴꼼이 내놓고 걸어가는대도 몸이 휘청 바람에 날아갈것만 같았고,정면으로 맞이하는 눈보라에,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정도 내려오니 바람도 그치고 해가 나오니 내려오는 설경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치 다른 세상에서 놀다가 행복한 꿈을 꾸어 절대로 꺠고 싶지 않은 것처럼... 바람도 자고 눈보라도 그치고 해가 반짝 나니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산봉우리들이 고고한 자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하산... 7시간의 길고도 험난했던 여정을 마치고 먼저 당도한 분들이 내밀어준 막걸리 한잔...역시 꿀맛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함께 저녁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오르니 한꺼번에 피로함이 몰려 왔는지 어느새 잠에 취해버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덤으로 얻은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