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나미

나 미

버스 안에서 생긴 일



	요즘 난 참 디게 바쁘다. 고무신에 열(?) 받도록 뛰어 다닌다. 물론 내게 생기는건 하나도 없다. 허나 하루에 착한일 한가지 이상 하면 내 업도 한가지씩 벗어지리란 마음으로 한다. 누굴 위해서도 아니고,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다. 오늘은 이사한 친구의 집에 가서 일을 도왔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우린 너무 많은 짐들을 늘어놓고 산다. 사실 그다지 필요치 않는 물건들도 이사 할때면 보따리,보따리....싸고 풀고 또 싸고 풀어놓고.... 점심은 시켜 먹을까?...하길래 무슨 소리? 김치만 있으면 먹지...하면서 압력밥솥에 쌀씻어 가스렌지에 올려 놓으니 금새 딸깍딸깍.... 김치 한조각에 총각무우 하나면 어때. 꿀맛인걸.... 우리 집보다 훨 시원하고 좋다. 물론 평수야 작지만서도,양쪽으로 베란다 문 다 열어놓으니 맞바람이 쳐서 선풍기,에어콘 없어도 살것 같다. 너무 너무 션하고 좋다. 뒤로는 초록의 나무들이 산을 이루고 앞은 탁 트여 멀리 산이 보이고...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감자를 수북이 바구니마다 담아놓고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바구니에 수북이 올라온 감자가 우리동네 시장에서 파는거보다 맛도 있어 보이고,더 많이 담겨져 있길래 3000원어치 봉지에 담아 버스에 올랐다. 오늘 저녁엔 아이들에게 감자를 뽀얗게 분이 나도록 쪄서 먹일까? 아님 채 썰어 볶아서 먹을까. 아님 아욱에 된장 풀어 감자국을 끓여 볼까? 상상을 하면서... 중간쯤 빈 자리가 있길래 앉고서 무심코 감자 봉지를 바닥에 내려 놓았더니, 차가 출발 하면서 벌어진 봉지 사이로 감자들이 튀어 나와 차 바닥에 떼굴떼굴..... 갑자기 시선이 모도 나와 감자에게로 몰리고 어머나!!하며 감자 주으려 일어나려다 휘청거리는 바람에 도로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아 차마 감자 주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앞에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총각이 말없이 감자를 모두 주워 봉지 안에 담아 주는것이다. 어찌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창피하고 미안한지.... 멀리 굴러간 감자 하나가 아줌마 손에 잡히자 "자 받아요 "하며 던져 주는데 그만 내가 두 손으로도 받지를 못하고 다시 뒤로 데구르를...굴러가니 손님들이 우습다고 모두들 ㅎㅎㅎ 다시 뒷손님이 내게로 패~~스. 그래도 사십대 아줌마의 뻔스러움 때문일까? 약간의 챙피함도 있었지만 그 상황이 재밋다고 느껴졌다. 잠시였지만 버스안의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줄 수있었다는것이 결코 브끄럽고 챙피한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즐거운것 같았다. 먼저 내리는 총각한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멋적게 웃는다. 감자 봉지 꽁꽁 동여매고 다시 떨어질까봐 꺼진 불도 다시 보자,한번의 실수는 코메디이지만 두 번의 실수는 주책이라는 생각에, 두 무릅에 앉혀 행여 놓칠세라 신중히 모시고 무사히 집 앞에 도착.... 뒤에서 내게 감자 하나 패스해준 아줌마가 앞서 내리면서 씩 웃어준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