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오~~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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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것도 제법 많이 쏟아진다.
기상청도 때론 실수할 때도 있다.
장마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 지는 시기라고....
그래서 그 말 믿고 바리바리 짐꾸려 피서 떠난 사람들,
지금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짐 풀었다 쌌다가 ....
고생 꽤나 하것다.
늘 비가 오는 날만 택해 휴가 날짜를 정하는 우리 너구리
올핸 아직 아무런 소리가 없다.빨리 날짜를 정해야
지리산으로 떠나든, 산청으로 떠나든 할텐데 말이다.
딸아이만 신나는 여름 휴가를 보냈다.
작은 집 가족들과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완전 시껌둥이가 되어 돌아왔다.
외모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나이(?)라 그런지,얼굴이 너무 탔다며,
하얗고 뽀얗게 바뀌는 화장품 없냐며 호들갑이다.
보다 못해 냉장고를 뒤지니 오이 비슷한 모양의 야채도 없다.
둘이서,우산 밭쳐들고 딸아이와 오이를 사가지고 돌아와,
강판에 갈아,얼굴 ,팔,다리에 잔뜩 얹어주니,
오이 맛사지 하고 나면 정말 하야지는 거냐고 묻는 딸아이....
오랜만에 딸아이와 누워 오이 맛사지를 하는데,
우리 짱구,밥 달라 보챈다. 호박 숭숭 썰어서 부침개 부쳐서
잔뜩 먹여논지가 언젠데 벌써 저녁 달라고 떼를 쓰다니....
후두둑...
늦은 밤까지 비 쏟아지는 소리....10시가 넘어
야인 시대를 보고 있는 그 시각에
띠리리....
전화벨 소리,
이 시간에 전화 하는 사람, 딱 한사람 뿐이다,우리 너구리...
"푹~~쉬어~~"(이건 못 들어 온다는 너구리만의 표현)
"천둥 치고 번개 치는데 무서워 빨랑 와라~~"
닭살 돋는 애교도 안 넘어간다.
"여긴 비도 안 오고 천둥 번개도 안 치는데?"
"그래도~~칠 지도 모르잖아,자기 없으면 공포스럽단 말야."
전에 없던 애교,아무리 떨어봐도 안될것 같다.
"에구..내가 벌써 취했네 그려,그리고 너무 멀리 있어 달려갈 수
없으니 오늘은 기둘리지 말아다오."
작은 집 가족 들과 일주일 동안 피서 다녀온 우리 딸아이와
놀지 못해 그동안 심심해서
온 몸 비틀며 어찌할 바 모르던 우리 짱구,물만난 고기마냥,
제 동생 괴롭히기 시작 하는데....
절간같이 조용하던 집안에 다시금 지지고 볶아대는 아이들의
장난에 온순하던 엄마의 목소리 톤이 저절로 올라가고....
자정이 다 되어가도록,잠못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을 불끄고
이불깔고, 어거지로 재워놓고, 얼마전 부터 냉장고 한켠에
고고한 자태로 나를 유혹하는 것이 있었으니...
뱃 살 찔까 두려워 외면하고선 쳐다도 안보았건만....
오늘 비는 나리고,너구리는 나더러 푹 쉬라 그러니 쉽사리
잠이 들것 같지 않아.....
저녁 나절 호박 잔뜩 넣고 지져논 빈대떡 한조각 생각도 나고,
얼큰한 라면도 끓여서 먹고 싶은 이 야심한 밤에 정말로 떨쳐
버릴 수 없는 유혹의 손길, 결국 뿌리 치지 못하고 냉장고 문을
연다. 백살,천살,만살...아니 오만년 함께 살자고,
온 몸으로 나를 마셔줘~~하는 백세주 한병 얼른 집어들고....
안주는,고민 고민 하다가 멸치 볶아논 반찬으로 낙찰 보고는
혼자만의 술상을 차린다.
재방송 프론지 TV에선 어색해 뵈는 개그맨이 나와서
사물 흉내내기 개그를 한다....
정말 웃기다.
아니 그의 표정을 보면 정말 하나도 안 웃긴다.
진지함 그 자체다.
그래도 웃는다.사람들은....
덜떨어지고,어색하고 어눌하고,무언가 모자르는것 같고,
세련미도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웃는다.
웃어주어서 고맙다고 거기다가 그사람은 덤으로 우리들에게
뽀~~~어 너스~~ 한가지 더 얹어준다.
인생은,그런것이 아닐까.
그가 어눌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뽀~~오~~너스~~같은 것,
그리고 백세주 한잔에 잠시 취해 그의 개그를 훔쳐보며
혼자 웃어보는것,비 내리는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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