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나미

나 미

짱구와 딸아이의 영어 발표회



	일요일에 아이들이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행사가 있었다. 학원측에서 대학교 문화관을 빌려서 비교적 크게 준비를 했던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학원을 다닌지는 2년 6개월 정도가 지났다. 특별히 아주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길 원하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아하고 싫증 안내고 열심히 하기에 다른 학원은 다 접고 영어학원만 보내고 있다. 마음같아선 그것도 저것도 다 보낼필요없이 실컷 놀리면서 키우고 싶은데 요즘 엄마들 욕심이 그게 아닌가보다. 학교 마치기가 무섭게 학원 가방을 메고서 또다시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들이 얼마나 안스럽고 불쌍해 보이는지..... 학교 교육은 다 어디로 도망을 가고 우리의 아이들을 모두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때론 몸서리 쳐지게 싫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것이 어찌 내 맘처럼 쉽게 없어질 일인가? 나역시도 모국어 공부하기도 어려운 내 나라 땅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외국어 공부를 시키고 있으니.... 오후 3시부터 행사가 시작 되었다.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팜플렛도 한글은 눈씻고 찾아볼 수 없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다. 물론 아주 간단한 단어 몇마디쯤은 읽을 수 있지만, 프로그램 순서도 모두 영어로 쓰여 있었기에, 까막눈이 따로 없게 되었다.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아이들이,그룹별로 나와서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영어로 발표도 하고 연극도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부터 6학년 아이들이 제 각각 그동안 익히고 배운 실력을 부모님들 앞에서 자랑하는 자리라 꽤 떨릴만도 할텐데 그래도 실수 한번 하는 아이들 없이 줄줄줄 마치 국수 가락 뽑아내듯 하니 정말로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물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었지만....사회도 외국인 강사분이 영어로 했으니...조금 안타까운것은 너무 외우는데만 치중하다보니 아이들의 표정에 거의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긴장하고 떨리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딸아인 별 문제 없이 잘할거라 믿고 있었지만 아들놈 짱구가 좀 불안하긴 했다. 워낙 엉뚱한 핻동을 잘 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곳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기에....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우리 딸아인 자기 소개하는데도 정말 막힘없이 또박또박 잘 해내었다. 팝송을 부르며 율동을 하는데도 내딸이라서가 아니라 제일 잘하고 제일 예뻐 보였다. (엄마보단 백배 더 났다,엄만 영어회와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데..) 같이 간 올리브 동생이 디지탈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고.. 드디어 우리 짱구와 올리브 아들 그룹이 올라 오고... 내심 불안하여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긴장을 하는데, 두리번 두리번 아마도 우릴 찾는것 같아서 손짓을 하며 싸인을 보내는데,영 엉뚱한 곳만 바라보며 두리번 거리다가 옆의 아이와 키들키들 웃다가,몸을 비비 틀면서 어찌 할바를 모르고 있으니,올리브가 사진을 짝어주려 하는데 순간 포착이 안된다네. 글쎄.... 올리브 아들 남석인 듬직하게 의젓하게 서서열심히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있는데 말이다. 다 같이 부르는 팝송이라 그래도 별 실수 없이 무사히 잘 마치고 무대 밖으로 나가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참 아이들의 차례가 지나가고,다시 짱구네 그룹이 나와서(그룹별 인원은 거의 12명 정도)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아니,무대위로 올라오는 순간부터 말썽이다,우리짱구, 초코파이와 음료수를 들고 올라오면서 입에 한가득 우물우물... 이그그....망신살, 다행히 줄을 세우시던 선생님이 뺏어서 내려 가시고 한줄로 주욱 늘어섰는데, 1분 1초도 잠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장난이 시작 되는데, 차마 저 아이가 내 아들인가 싶어,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에 손짓,눈짓,해가며 주위를 주어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천방지축 날뛰니 맘같아선 무대위로 올라가 한방 쥐어박고 내려오고 싶었다. 옆의 아이에게 똥침 주기 괜히 잘 나오는 마이크 건드리며 아아~~테스트 하기 상,하,좌,우,두리번 거리기 그외 비디오로 찍어놨어야 설명이 되지,여기에 열거 하자니 도무지 말로는 표현 할 수없는 행동이어서 나를 얼마나 긴장시겼는지 옆의 친구들은 진지하게 열심히 자기 차례를 기다려 발표를 하는데 저러다 제 순서 다가오면 까먹지 않을까....걱정이 앞서는데, 그 맘 알기나 하는것인지..... 그래도 제 차례가 돌아올때쯤 되니 중얼중얼 외우는 시늉도 해 보이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도 하기도 하면서 드디어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는데.... "마이 네임 이즈 준 성!! ......."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대충 내 이름은 준성,나의 취미는 컴퓨터게임, 나는커서 프로 게이머가 되는게 소원....그 뒤로는 솔직히 잘 못알아들었다,가방끈이 짧은 관계로.. 그래도 중간에 잠깐 막히는듯 하더니 무사히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니 창피하기도 했지만 속이 후련했다. 행사가 모두 끝이 나고 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서 반가운 모습으로 달려오는 두 아이들...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 꾹 눌러 참고 칭찬을 했다. "너희들 정말 잘했어,안떨렸니?" 딸아인 중간에 실수를 할 뻔 했단다. "그래도 우린 몰라. 엄만 짱구가 틀릴까봐 간이 콩알만해졌었어" "나도 잘했지? 엄마?"우리 짱구 넉살도 좋다. 무대위에서 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까부냐고 했더니, 글쎄...심심해서 그랬단다. 어이가 없다.할 말도 없구... "아줌마 저는 준성이 때문에 웃음 참느라 혼났어요." 남석이도 짱구의 심한 장난에 고개를 흔들고....모두들 한바탕 웃음으로 넘어가버렸다.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한 빵점짜리 아빠들은 쏙 빼고 저녁을 먹었다. 올리브네,우리,수빈이네...아홉명이서...심겹살에 밥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아이들,거기다 수빈이 엄마가 사주는 팥빙수 까지 후다닥 먹어 치우곤 놀이터로 달려가는 아이들... 6월 한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벌써 마지막 밤을 맞는다. 지나고 나면 무언가 어리석은 삶을 살아온건 아닐까 자책도 해보지만 또 다가오는 삶 역시 아주 쌈박한 생활이 아닌 그저 그날이 그날이 되어버린 일상속에서도 가끔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도 있으니, 그날을 위해,아주 작은 행복을 위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것은 아닐까,우리네 삶은..... 역시 엄마들은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 속에서 아주 작은 감동을 받는것 같다. 요즘들어 부쩍 커버린 우리의 아이들을 보면서도 그렇고, 조카들이나,또는 친구의 아이들이나,이웃의 아이들이 커갈때 역시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이제 우린 늙어가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하면 잠시 우울해질때도 있기는 하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언어가 앞으로 통일이 되는 때가 왔으면 싶다. 우리의 아이들의 짐이 조금 덜어질 수 있게.. 그리고 전 세계가 점점 일일 생활권으로 접어들어가는 요즘, 미국인 만나면 영어로,프랑스인 만나면 프랑스어로,독일인 만나면 독일어로....일본인,중국인 만나면 각각 그나라 언어로 이야기 하는 불편을 없애고 살았으면 싶다. 영어가 마치 세계 공통어가 되어 가는것 같은 시대로 흘러가고 있기는 하지만,그래도 한글을 배우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제 2의 외국어 하나 할 줄 모르고 살고 있지만 천국에 계신 세종대왕님께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두 눈 동그랗게 뜨고 기뻐하실일....바로 우리나라 말과 글이 세계 공통어가 되는것....그 날이 올까 싶지만.....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