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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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20여분 정도만 달리면 공기 맑고 들판 풍성한 시골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의 누님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때문에 가끔 일손이 모자르면 나를 부르시곤 한다.
나보다 세살 위이기때문에 언니같이 잘해주신다.
저번부터 고추를 따러 오라고 했는데 바빠서 못 갔더니 새벽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새벽 공기를 마시고 달리는 버스는 신이나게 달렸다.시골 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 하다. 벌써 들로 밭으로 과수원으로 일하러 나간다.
신우네는 농사거리가 많다. 표고버섯재배,벼농사,고추농사,자두,배,....
그래서 늘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다.
농사일이 힘이들어서인지 옛날보다 얼굴도 자꾸 까매지고 마른 모습이 볼때마다 안타까웁다. 매년 농사지면 친정 엄마처럼 봉지봉지 싸서 보내주는것이 너무 고마워서 어쩌다 한번씩이지만 시간이 나면 버섯도 따주고 고추도 따주곤 한다.
오늘도 고추를 따는데 전같지않게 고추가 많이 병이 들어 있었다.
며칠전 비온 뒤 탄저병에 걸려서 그렇다고 한다.
내가봐도 이렇게 아까운데 신우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생각하니 고추가루 한스푼이라도 아껴먹고 쌀 한톨이라도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된장찌게에 금방 새로한 밥,김치 별 찬은 없었지만 일하고 난 후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 같았다.
요즘은 농촌의 새참, 점심도 짜장면을 시켜먹는다고들 한다는데....
불은 고추를 다 따고 나니 저녁나절이 되었다. 구부러진 허리를 쭉~~~펴고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걸 뿌리치고 오려고 하니 또 신우는 친정 엄마처럼 봉지마다 버섯,고추,배,고구마줄거리,등등 잔뜩 싸 주신다.
주신 성의가 고마워서 무겁다는 말도 못하고 낑낑거리며 버스에 실고 돌아오는 마음에 희비가 엇갈렸다.
너무 고생하시는 신우가 안스러웠고,가을 걷이로 풍성한 시골 인심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추석명절에 오면 꼭 선물 한가지라도 사놓았다가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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