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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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이다.
어른들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봉사와 희생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특히 우리의 아버지들은 오늘만큼은 아이들에게
큰 점수를 따야 하는 날이기에 어른들은 고생길, 아이들은 행복길로 들어가는 날이 아닌가.
며칠전 마트에 갔다가 아이들 선물로 요즘 유행하는
바퀴달린 운동화를 사주려 했는데,
그 금액이 장난이 아니었다.
16만원이나 하는데 두켤레면 32만원??
어린이날 선물로 우리 너구리가 약속을 했기에 구경은 왔지만 다시한번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도 다행히 크게 사고픈 욕망이 없는지 엄마가 알아서 사주세요..한다.
그래서 여름샌달,옷가지 몇가지를 고르고 맛있는 점심까지 먹고 오고도 그 신발값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어린이날!
늘 어린이날 아이들이 어딜 가지고 하면 사람들 틈에 끼어 고생만한다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우리 너구리...
왠일인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서두르는 폼이 이번엔 그래도 아이들에게 봉사정신을 발휘할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의 반응이 문제다.
그렇게 특별히 가고싶은곳도 없다며 오히려 이런날 움직이면 저희들이 더 고생스럽다고 말을 하니 원,
벌써 아이들이 이렇게 다 커버렸구나,생각하니 좀 씁쓸하다.
"그래도....아빠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함께 나가자고 하는데..
우리 대전 동물원에 갈까?"
청주에서 대전은 한시간정도면 갈 수 있는곳,
물론 이곳에도 동물원이 있지만,여러번 가 본 곳이기에 대전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
아니,이런~~
들어가는입구부터 이건 장난이 아니다.
전쟁이 시작된듯 하다.
사람과,차와,날씨와의 전쟁....
어디서 몰려온 인파이던가.
동물원 근처엔 아예 주차할 곳이 없어서 각기 다른 곳에 임시주차장을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셔틀버스로 사람들을 실어날으고 있었다.
그 버스를 기다리는 줄도 만만치 않으니....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우린 동물원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고 동물원 입구에 도착하자 또다시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표 파는 입구에 줄줄이 소세지 역이듯 늘어선 사람들...
또 한참을 기다린 후에 우린 입장권을 구입하여 드디어 동물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의 관심은 놀이기구 타는 곳으로 눈길이 모아졌고,
그 놀이기구도 하나 타려면 또 줄을 서야 하는 고생이 시작되고,
아예 모든것 타 포기하고 그냥 울타리 안에 얌전히 있는 동물들 구경이나 할 수 밖에없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저 낮잠만 자고 있었다.
하긴 저희들도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속에서 피곤도 할터이지만...
"엄마 재미없다,동물들이 다 자고 있으니까..."
기대에 미치지 못함때문인지,아이들도 점점 지쳐가고
지루해 하고 나역시 별로 볼거리도 없는것 같아 차라리 그냥 뒤돌아서 나오고 싶은 맘뿐이었다.
딸아인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못내 서운한 눈치였고, 아들놈 짱구는 피터팬 분장을 하고 로봇처럼 움직이는 행위예술을 하는 한 남자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간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부부들도 그 조그만 아기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암튼 모든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오늘만큼은 정말로 모두 다 훌륭한 일을 하는것 같아,보기가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아버님 산소에 잠깐 들렀다.
지난 식목일날 잔디를 새로 입힌것이 잘 자라고 있나 궁금해서..
그리고 근처의 불가마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이들은 휴게실에서도 역시 컴퓨터에 정신이 팔리고..
어휴~~다음엔 컴없는 오지 마을로 여행을 떠나든지 해야지.
밖으로 나오니 벌써 해는 지고 달이 뜨려한다.
핸폰 열어보니 불이 났었다.
너구리꺼,내꺼...번갈아 찾아대는 지인회(?)...
올리브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아니 언니 어디갔었어? 하두 연락이 안돼서 혹시 놀이기구타다가 사고라도 나지 않았나 얼마나 걱정했다구.. 집에도 여러번 전화했었는데..."
"어,우리 찜찔방에...근데 무슨일 있어?"
"아이들 저녁 사준다고 다 모였는데 빨랑 와요."
지인회(친목 도모를 위한 남자들의 모임)-여기서 친목 도모란 남자들이 즐겨 하는 그런거....다 아시겠지만...
여섯가족이니 어른만 12명,아이들이 12명 모두 24명...
레스토랑에 모였는데 자리가 없단다.
워낙 큰 곳인데도 자리가 꼭차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
아이들 따로 어른들 따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각자 저마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어린이 날이라고 아이들을 위해 근사한 저녁을 사주기 위해 모였으니, 참으로 고마웁다.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분위기 잡긴 틀린거 같고,
주위 사람들에게 민망스럴 정도로 천방지축 날뛰는 아이들,
아이들은 저녁을 먹자마자 밖으로 뛰어나가 저희들끼리 어울려 놀고,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벌써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리고,
레스토랑 문이 닫힐때까지 있었으니...다행이 아는 집이라니 덜 눈치는 보였지만.....
부모노릇 하기 정말 힘드는구나.
느이들 며칠있다가 두고 볼테다.
가슴에 카네이션 하나 달랑 달아주고 말것인지,어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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