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작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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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무심천변에 벌써 벗꽃이 하얗게 활짝 피었어요.
개나리도 노랗게 수줍은 새색시를 연상케 하구요.
진달래 꽃을 바라볼땐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시집오셨을 어머님의 치마자락이 나폴거리는 것만 같네요.
이렇게 화창한 봄날 어머님과 꽃길을 걷고픈데
오늘도 어머님은 새벽같이 일터로 나가셨지요.
늘 일찍 일어나 어머님의 아침을 챙겨드린다고 하면서도
새벽잠이 많은 이 게으른 며느리 덕에
제대로 밥한술 뜨지 못하시고 슬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나가시는 소리를 들을땐
벌떡 일어나 인사라도 드려야 옳건만 그냥 이불 속에서
죄송한 마음만 전할뿐.....정말 늘 부지런하신 어머님 앞에
부끄런 며느리,이제야 더욱 죄송한 말씀 전합니다.
어머님과 함께 살아온 지도 벌써 4년의 세월이 넘었어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절대로 자식들하고 함께 살지 않겠다며
혼자 살아오신 어머님이셨는데...
그래도 잘살든 못살든 자식들 싸우는 모습도 보시고,손주들
커가는 모습도 바라보시며 살아야 사는것 같지 않냐는 저의
말에 살림을 합치시고는 정말로 크게 기뻐하셨던 어머님...
때때마다 맛있는 음식에,철마다 몸에 좋은 보약,좋은 옷 제대로
사드리지 못하고,어머님 마음에 쏙 들게 애교만점인
며느리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웃분들께 우리 며느리 참 착하다고
칭찬하시며 다니실땐 정말로 제 자신이 반성이 되기도 합니다.
어머님!
능력이 부족하신 아버님 대신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시며
온갖고생 다 하시고 5남매를 키우기 위해
결국 공사판에 뛰어들어 남자분들도 하기 힘든
밑바닥 일부터 시작 하셔서
미장 기술자가 되어 등뼈가 오도독 소리가 날정도로 일을
해 오셨다는 어머님,낮잠 한번 주무신적 없고,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셔서 집안 살림에 농삿일에,
또 일터로 나가셔서 하루종일 힘겨운 일을 하시고,
또 집에 돌아오시면 어머님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셨으니...
정말로 어머님은 건강은 타고 나셨나봐요.
아니 너무 바빠서 아플 겨를도 없으셨겠지요.
그래서 아들 둘 대학공부까지 시키시고,딸들도 고등학교까지
마치게,모두들 제 앞가림을 해 주셨으니
정말로 어머님은 장한 어머니시고 훌륭하신 부모이십니다.
어느땐 그런 어머님의 마음을 자식들이 헤아려 드리지 못할때,
소주 몇잔에 취해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당신의 살아온 인생
넋두리가 시잘될땐 어머님의 손을 붙들고 함께 울었던적
여러번 있었지요? 아무 영문 모르던 아이들도
어머님과 제가 울고 있으면 이유없이 따라서 울어버려
집안이 온통 눈물 바다가 되기도 했지요.
그러시고는 한참 후 언제 그랬냐고 하시며 툭툭
자리 털고 일어나 호탕하게 웃으실땐 어머님은 정말로
치마만 둘렀지 남자보다 더 배짱이 두둑 하셨고,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식들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오신것 같아요.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 놓으시고도
올해로 예순 일곱이나 되셨는데도
아직 일손을 놓지 못하시는 어머님....
힘겨운 일 이제 그만 두시고
친구분들과 등신이나 다니고 여행이나 다시시며
즐겁게 사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이신 어머님,
"그래도 내가 돈벌어서 느이들 살림 사주는 재미로 다닌다.."
하시며 월급 타시면 손주 컴퓨터도 사주시고,손녀딸 피아노,
며느리 김치 냉장고....거기다가 제 용돈 아이들 용돈까지
두둑히 얹어주시는 어머님...
제가 정말로 시어머니 복은 있나봐요.
제가 어머님 자랑을 막 하고 다니니까
주위에선 모두들 부러워 하거든요.
그리고 어머님과 닮았다며 고부간이 아니라
모녀간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그만큼 어머님과 제가 친해보이나봐요.
고부간의 갈등이란 전혀 없는 사이처럼....
어머님!
아직까진 건강하시다고 자부하시지만
요즘은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안스러워 보일때가 있어요.
저녁을 먹자 마자 누우셔서는 즐겨보는 드라마도
제대로 다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시며
곤히 주무시는 어머님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노라면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어 제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작업복을 빨면서도 여러번 울었드랬지요.
먼지,시멘트 가루,땀에 얼룩진 작업복의 때구정물이
흐를때마다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맑고 깨끗하게 헹구어진
작업복을 널면서도 편하고 좋은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놀고 먹고 게으름 떠는 며느리가 얼마나 미우셨겠어요.
어머님!
어머님과 큰소리 내어 싸움 한번 안해봤지만,
가끔 말없이 삐지실땐 얼른 과일 한쪽 깎어 내어
갖다 드리면 금새 풀리시는 어머님.
똑같이 앚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도
전후 설명을 하려 애쓰시며, 같은 애길 열두번은 더 들었어도
생소한 이야기처럼 맞장구를 쳐주면
더욱 신이나서 말씀 하시는 어머님이 때론 친구 같고
언니같고 친정 엄마처럼 느껴질때가 많았답니다.
부족하고,어리숙하고,살림도 똑부러지게 잘 하지 못하는
며느리가 때로는 마음에 안들게 보이시겠지만,늘 딸처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어머님께 이렇게 편지로나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어머님,정말로 고맙습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들은 절대로 어머님처럼 힘든 일 시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대학공부까지 마치게 해주셔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
깨끗한 양복입은 모습으로 출퇴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은혜,그 무엇으로다 다 갚아 드릴 순 없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게 효도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세요.절대로 아프시면 안돼요.
그리고 이제 일좀 그만 하시고 저와 함께 어머님 좋아하시는
절 구경도 가시고,꽃구경도 가시고,제주도 여행도 가시고,
등산도 다니시자구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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