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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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대로 추억이 쌓여간다.
아이들은 저희들이 살아온 나이만큼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할테고,
어른들도 나름대로 힘겨울때나,즐거울때,행복할때..
옛날 일들,예전의 만났던 사람들,또 아주 오래전에 사랑했던
사람들까지도 가슴속에 차곡차고 쌓아두며,
추억할것이다.
딸아이가 저희반에서 부반장이된것을 자랑하길래
얼마전 중학교 앨범을 보여주며 엄마도 학교다닐적에
전교 부회장까지 지낸 아주 잘 나가는 학생이었노라고 자랑하니
아이 두 눈이 동그래지더니,
와~우리엄마 짱이다.하며 호들갑을 떤다.
제법 폼잡고 찍은 흑백 사진...속의 선생님과 친구들....
지금은 아주 어색하고 우수워 보이지만,
그땐 아주 한껏 멋을 내어 잘찍힐려했던 흔적들이 보여진다.
중학교 3년 내내 입으라고 턱도 없이 크게 맞춘 교복이
3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헐렁걸릴 수밖에 없는것이
남들 다 크는 사이 난 뭐 먹고 못자랐는지 정말로 교복이 작아지질
않는것이었다. 그래서 허리가 잘룩하도록 딱 맞게 줄여입고
운동화도 감지덕지하며 고마워하던 시절에 엄마를 졸라
사 신은 구두를 파리가 마끄러질정도로 반짝거리게 닦고,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은 모습으로 앨범 한 귀퉁이에
아주 자랑스럽게 서 있으니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중학교 1학년때 아주 유난히 나를 예뻐해주던 국어선생님이 계셨다.
말끔하고,단정하고,날씬하고...정말로 여학생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시는 총각선생님....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질러넣고
오른손으로 분필을 잡아 칠판에 글씨를 쓰는 모습도 멋있었고,
한손에 국어책을 들고 줄줄 읽어내려가는 목소리도 정말 매력적이었고,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총총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는것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복도 유리창 너머 테니스장에서 라켓을 들고
폼을 잡고 운동하시는 모습을 바라볼땐 가슴이 콩콩 뛰기도 했었다.
더구나 방과후에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문예반 시간에
나의 글들을 평가받고,칭찬을 듣는 일들은 더욱 신나는 일이었다.
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릴만큼 깨이진 않았지만,선생님의 모습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내 맘속에서 안달이 날 정도였으니....
그런 선생님을 3년동안 혼자 좋아하면서 비로소 이성에 대한
눈이 뜨여졌던것 같았다.
앨범속에서 환한 웃음으로 날 바라보는 선생님이
보고 싶어졌다. 지금은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중년의 삶을 살고
계실텐데...
입만 열면 뻥이 반 이상이나 되는 과학의 백뻥~선생님,
키가 유난히 커서 언제나 걸음걸이가 꺼부정하신
수학의 꺽다리선생님,복도의 유리창에서 빼꼼한 눈으로 교실을 살피시던 사회선생님 빼꼼이,
껌씹는 아이들을 용케 골라내어 무슨 껌이지도 알아맞추는
가정의 깍쟁이 선생님,늘 헉헉대는 숨을 몰아쉬며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뚱뚱한 수학선생님...빨간돼지...
정말로 철없이 열심히 공부하고,열심히 뛰어놀고,웃었던...
그때의 어린 여중생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앨범을 접으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여러 선생님들과 아이들....
지금은 모두들 어딘가에서 나름대로 달콤하고,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아님 고통과 절망과 아픔속에서 시름하고 있을까.
숙제 안하고,예습,복습안하고 공부를 조금 못해도 선생님의
매 한대 맞고 히히~~웃음으로 넘기던 교복속의 철없던 시절..
아~~시간을 되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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