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나를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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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드디어 나를 불러주었다.
아니 내가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났다.
서해안 대천 해수욕장으로....
아주 오래전 여고시절 수학여행길에서 동해바다를 처음 바라보며
아~~하는 짧은 탄성과
바닷가에 사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선생님께 던진 내 감탄사에,
알수 없는 미소를 지으시며
더 커봐라.....하셨던 염려의 말이 왜 새삼 이 저녁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차 속에서 떠오르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간절히 바라던 날이 비교적 빨리 돌아왔다.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할 줄 알았던 겨울바다.
하지만 비교적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았다.
연인들과,가족들과,친구들과,또 알 수없는 관계로 엮인 사람들과,
바다는 겨울이라서 더이상 조용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었다.
몸살을 앓고 있는듯 했다.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갖가지 색색을 뿜으며 불곷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때문에
초라하게 느껴지고 말았다.
불밝히고 주욱 늘어선 포장마차에선,
소주잔 기울이며 안주로 끝발 날리고 있는 삶의 연기가
풀풀풀 빛을 뚫고 모래사장으로 내어 달리고.....
온갖 횟감이 전시된 식당들은 손님 잡으려
언니,오빠를 남발하며.....
**호텔,**모텔....**노래방...
별천지도 아니고,서울 한복판 유흥가도 아니고,
꽤 여러번 찾아왔던 곳이었지만
무심한 맘으로 아침 일찍 왔다가 저녁이면 돌아왔던 여행길에선
보지 못했던 풍경....
바다는 오늘도 그냥 말없이 파도만 치며 놀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 바다를 찾으며 타락을 시켜 버렸으니,
아주 오래전 내가 보아왔던 그 풍경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
절대로.....
갈대숲과,조용한 침묵과,시원한 바람과,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액자속 그림과도 같은 풍경.....
우리도 별수없이 사람들이 엮어논 곳에서 생선 살의 알몸을
씹으며,쓰디쓴 소주잔을 마주하고, 건배를 외치며
과거와,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또 그 열을 식히려 노래방을 찾아 한바탕 소리높혀
꽃바람 여인~~을 부르는 남편들의 입장단에 박수를 치며 놀았다.
별수 없는 속물 근성....
그리곤 우리들의 밤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바닷가의 새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꺄우~꺄우~
밤엔 볼 수없었던 갈매기들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래 밭위에,물 속에,하늘에 그들만의 놀이터를 만들고,
상큼한 새벽 바람에 귓볼이 시렸지만,
남편을 재워놓고 발자욱 남기며 해변가를 걸어보는
낭만에 대하여 나는 혼자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내 삶의 절반을 다 던지고 돌아와도 하나도
서운하지 않을것 같은 이 순간들....
이제는 알것 같다.
여고시절 그 선생님의 야릇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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