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른것도 아닌데....(산아 산아 지리산아)
|
| |
|
|
| |
| |
| |
가을이다.
이제 누가 뭐라해도 완연한 가을이 우리 눈앞에 전개되어지고 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그래서 더욱 넉넉해지는
인심들....
먹거리,볼거리,일거리가 있어 더욱 분주해지는 이 가을에...
또 누군가 내 맘을 흔들어놓고 나를 유혹하고 있으니,
지리산...
그래,언젠가 꼭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가슴설레이는 세글자.
연인의 이름처럼 늘 맘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던 그 이름.
그 아름다운 산엘 가잔다.
내일 당장....
미리 언질을 주었더라면 지리산의 도사(?)님들께 사전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너무 갑작스레 가자는 말에
잔뜩 감기에 걸려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나는
지리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가기로 맘먹고,자세한 사항을 물으니,
당일치기로 천왕봉까지 다여온다고 한단다.
참 아줌마들이 겁도 없이 지리산이 무슨 동네 뒷산인줄 아시는가봐.
1박 2일 코스로도 모자른 천왕봉을 단숨에 다녀오겠다고 하니...
지난번 소백산에 다녀온 걸 생각하면 정말로 아찔했었는데...
장확히 새벽 5시 30분에 청주를 출발해 우리 아줌마 일행(16명)은
지리산을 향했다.
밤새 인터넷을 뒤져 여러갈래의 지도를 분석한 결과
당일치기로 가장빨리 천왕봉을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중산리-법계사-천왕봉 이라고 말하니,의견이 분분했다.
노고단,화엄사,대원사....
등등 여러갈래의 의견이 나오자 오늘 안으로 집에 돌아오려면
이 길 밖에 없다고 우겨..결국 모두 내 말에 따르기로 했다.
8시 30분에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
우린 간단하게 먹을것들을 각자 배낭에 짊어지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선 9시 정각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험난한 코스라 각오는 하고 왔지만,
감기란 놈때문에 연실 흘러내리는 콧물 닦아내랴,뒤쳐지면 더욱
힘들어질까봐 앞서 걸으니 얼마 못가 지치고 말았다.
그동안 운동도 안하고 가까운 산행도 제대로 안한탓에
다리가 굳어버렸는지,숨이 차고 호흡조절이 제대로 안되는것이...
그러나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것이 계곡아래서 졸졸..흐르는 물소리,
붉게 물든 단풍나무...빼꼼한 하늘 아래,바람 사각거리는 소리..
그 소리에 후두둑 떨어지는 나뭇잎들...
아 이런 맛에 사람들이 산을 찾는거구나,
힘들어도 열심히 정상을 향하여 도전해야지.
1915미터의 거대한 천왕봉을 향하여 다시 출발!!
칼바위를 지나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것같은 산을
우리는 오르고 또 올랐다.
금요일인데도 많은사람들이 산행을 하고 있었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 정다운
인사와 힘내라는 인사가 오고가고....
지리산 하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분의 얼굴도 수시로 떠오르고..
혹여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다보니,
나중엔 남정네들이 모두 두칠님,호칠님 얼굴로 보여지다니...
장터목 대피소에서 잠시 목 축이고 휴식을 취한다음,
뒤따라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젤 먼저 올라온 우리 세 사람은 배낭에서 주먹밥처럼 뭉쳐온
찰밥을 꺼내 짱아찌와 함께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꿀맛~~
귤과 사과로 마지막 배를 채운 다음 일행이 거의 올라올때쯤
우린 또 앞장서서 용감하게 산행을 시작하였다.
법계사가 눈앞에 펼쳐진 순간 나는 정말 감탄을 아니할 수 없었다.
이런 높은 곳에 저런 아름다운 사찰이 있었다니...
절 내로 들어서니 절로 엄숙한 분위기가 되고,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대웅전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고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서서 염불하시는 비구니스님 옆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절을 하고 있는 불자들..무슨 소원이 그리도
저리저리 할까...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은은히 내 가슴으로 울려퍼지고,
나역시 잠시 고개숙여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고 기도를 드렸다.
거대한 바위위에 세워잔 3층 석탑이 눈에 들어오니,
그 오래전 옜날에 우리네 조상님들의 지혜가 엿보이고
뒤로 극락전에 다다르니 스님의 염불소리...
모든 중생 극락으로 인도하는 기도인가.
작지만 고요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잠시 내 맘을 맡겨 놓으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장승처럼 버티고 서있는 천왕봉의 모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단숨에 정상에 달려갈 수있을것 같이 기뻤다.
그러나 여기부터가 완전 난코스인것 같았다.
깍아지를 듯한 절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개미만하게 보여지고,
왜,무엇을 잡으려,우린 지금 저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있는가.
질문을 해 보지만, 왔으니 올라가야지,아무것도 없을 지라도....
2사람은 결국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눈앞에 두고도 오를 수 없는 안타까움.
나역시 나중에는 네 발로 길 수 밖에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이마엔 땀에,콧물에,눈물까지...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치고 있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바람이 옷 속을 파고 들어 살쏙까지
스며 들어왔다.손도 시렵고,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서있는것처럼..
힘겹게 올라온 만큼 두 눈 똑바로 뜨고 저 아름다운
대 자연을 보리라.
그러나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았다.날씨가 너무 흐려서 산 아래가
제대로 보이질 않는것이었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갑자기 알 수없는 슬픔에 목이 메었다.
여러가지 감정들이 어지러이 교차되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 곳에 모여 점심을 먹고 있는 일행들을 뒤로 하고
나는 하염없이 잘 보이지 않는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밥을 먹는것이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힘겹게 도전한 천왕봉에서 조금이라도 더 내 가슴에
소중한 풍경을 찍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언제 다시 올 수 있는 기약이 없기에...
다시 하산하기 시작...
내려가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오르는 일 만큼이나 다리나 무릅에 힘이 가해지는 일이니...
왔던 길 도로 내려 갈거 무엇하러 올라갔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글쎄,대답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분명 무언가 얻어오긴 했다.
말로는 표현되어지지 않는 그 무언가를 짊어지고 내려왔으니..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우린 출발점인 중산리에 다시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기온이 자꾸 떨어지니 온 몸에
피로가 몰려오며 추워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뒤쳐진 일행이 7명이나 있기에 먼져온 우리들은 걱정이
앞섰다. 비도 오고 길도 미끄러울텐데...무사히 내려오기를..
된장찌게 보글보글 끓여놓고 기다리다가 먼저 저녁을 먹었다.
막걸리 한잔씩 곁들이면서....
술이 들어가니 몸 안에서 열이 나는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먼저 차에 가서 눈을 붙이고 있으니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일행들이 비를 쫄딱 맞고서 내려왔다.
얼굴엔 피로함이 역력히 묻어있지만,그래도 모두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자처럼 웃고 있었다.
배도 부르고,졸음도 슬슬 오고,비는 내리고....
돌아오는 버스속에선 참선(?)하는 일만 남았으니...
다음번엔 좀 더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 싶다.
정상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그런 산행이 아닌,
주변 경관을 맘껏 즐기며,아름다운 베일에 가려진 지리산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가면서....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