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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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일(긴급)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요.
011-***-****
10월 10일 09시11분
출장간 우리 너구리가 아침에 보내온 문자 메세지...
아내 생일을 기억해주는 자상한 남편이라구요?
아니죠.
전날 너구리 머리속에 입력시켜준 덕이라고나 할까요?
말로만 때우고 마는 짱구녀석과,딸아이 (용돈이 떨어져 선물을
못샀다는 핑게로 뽀뽀로 무마시키려 하는 )학교로 쫒아 보내고
미역국을 꿇일까 말까 하다가,에라 그만두지...
청소하고 빨래 하고,머리감고,화장하고....
감기란놈이 찾아와 몸은 으스스 떨려 뱃속에선 왜 밥 안주나,기다리고 있는데...아참 오늘 점심 약속이 있었지...
시내까지 나서기가 영 귀찮은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어
약속 취소를 하니 자꾸 우리집까지 찾아온다고 해서 거절 못하고..
그리 친한 분은 아닌데,과일과 쥬스를 들고 찾아온 이웃..
한동안 식탁에 앉아 아이들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그러다 종교이야기까지 하면서 열변을 토하는데
나중엔 건성으로 들려지더군요.
12시가 조금 넘으니 띵~~동 하고 친구가 놀러와서는 집 안 분위기가
화~악 바껴 있으니 눈이 휘둥그레...
"도배 장판 새로 하고,가구 새로 들여놓으니 새집 같다.요즘
신혼 기분 나겠는걸? 얼마 들었니 모두?
우리도 내년즘 새로 싹 바꿔야겠어"
여자들 수다 다 그런거 아니겠어요?
집,남편,아이들,...이야기 하다보면 시간 가는줄도 모르거든요.
"오랜만에 왔는데 맛있는 음식도 준비못해 미안해.
뭐 먹고싶니? 나가서 사먹자."
집 앞에 보리밥과 칼국수를 아주 맛나게 잘 하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다시 집으로 돌아오니,올리브님이 집 앞에 왔다는
전화...
"생일 축하해요"
그제서야 친구는 왜 진작 애기 안했냐며 미안해 하는데..
친구도,올리브님도 모두 아는 사이라(남편들끼리도 계원)스스럼없는
대화가 오고가고...여기저기서 전화벨소리 휴대폰 벨소리...
그래도 나를 기억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따라 눈물겨운 한마디에
진한 감동을 느끼고 말았어요.
초,중학교 동창 친구의 전화...
"뭐~하~니?"
"앤 년아,오늘 이 언니 생일이다,선물 사갖고 얼릉 와"
부담없는 친구라 이년 저년 해도 아무 흉허물이 없걸랑요.
득달같이 달려온 친구의 손에 들려진 케익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에 또 진한 감격의 눈물...오면서 몇몇 친구에게
언제 소문을 냈는지,여기저기서 다시 전화가 걸려오고,
손님 맞이하랴 전화 받으랴,정신없는 하루가 훌러덩 지나가고
말았네요.
모두들 돌아간 자리에 어둠이 찾아오고,
저녁은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내야지...하고선 너구리에게 코맹맹이
(진짜 감기댐시)소리로 "거기 어디야?"
하니 "응 옥천...좀 늦을거 같으니까,엄마하고 애들하고
맛있는거 팍팍 먹어.영수증 올리면 결제해 줄께"
"어머니 우리 외식하러 가요..."
모두 밖으로 나오니 서로 가는 방향이 달라 우왕좌왕...
"엄마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가요.."아이들 말에 따르자니
어머니께 불효하는거 같고,어머님 말에 따르자니 아이들이 반발하고,
"거기 갈거면 나는 그냥 집에 가서 짠지랑 밥먹을란다"
간신히 어머니를 꼬셔 레스토랑으로 낙찰.
동네에 가끔 가는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겻지요.
그사이 둘도 없는 친구의 전화..
"저녁 먹었니?" "지금 가는 중.."
"있다가 저녁 먹고 전화해 맥주나 한잔 하자.."
"그러지 뭐"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우리 짱구
카운터에 가서 뭐라 뭐라 하는거 같아요.
생일인분 있으면 축하 노래 틀어주거든요...그리고 회원카드 있으면
음식값도 10% 할인 해 주고요.친절하고 맛있고 분위기 좋아
가끔 오는 곳이랍니다.
잠시 후 들려오는 축 하 합 니 다..노래소리
웨이터가 다가오더니 어느분 생일이냐고 묻길래,내 생일이라 했더니
회원카드 있으시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집에 두고 왔다고 해더니
성함을 물어보더니 잠시 후
"오늘 시키신 정식 2인분은 써비스입니다"
"아니 이런 횡재가 ...."
이럴때 효자노릇한 우리 짱구 정말 기특하지요?
꽁짜라 하니 더 맛있는거 같아요.
어머님도 니글거려 못잡숫겠다시더니 접시를 깨끗히 비우시고는
흡족해 하시고 후식까지 아주 여유롭게 마시고.....
2만원이 넘는 금액을 할인받고 집에 돌아오는 박걸음이 루루라라..
왜 사람들은 꽁짜를 그렇게 좋아하는걸까요?
낮에 친구가 사온 케익을 열어보니
어라? 키 큰 초 4개...엉? 작은거 한개는?...
생각히 보니 그 친구는 나보다 한살 어렸지요.
지 나이 생각만 하구선...
그래 한 살 줄어들었으니 기분 좋은데?
밤 열시가 되어서야 돌아온 우리 너구리...
손에는 빨간 장미곷다발이 다른 한 손엔 무언가 들려져 있는데..
풀어보니 그것은 어디선가 얻어온 풋고추...
식탁에 올려놓고 방으로 쏘옥 들어가길래...(전해주기가 멋적은건지)
꽃다발 들고 따라 들어가 "고마워요." 하니
"생일 축하해"하네요.
그래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거지요.작년처럼 어마한 숫자가
아닌거 같아 일단 장미꽃송이를 세어보니 15송이...
마치 내가 15세 청춘이 된것 같이 기뻤지요.
"띠리리리~~"
"빨리 나와, 맥주 한잔 하자..."
'여보야~~우리 맥주 마시러 같이 나가자. 친구가 요 앞으로
나오라 그러는데..."
"피곤해,자야겠어 당신이나 다녀와"
멋도,맛도 없는 너구리....얼마나 피곤하면 쇼파에서 테레비젼
쳐다보다 그대로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어버리더군요.
친구와 맥주 한잔 놓고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이런 저런...
세상사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데,감기기운에 맥주 한잔 들어가니
눈앞이 가물가물...머리가 지끈지끈...
자정이 넘어가고 밤 한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와
헤어져 아파트 입구를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했지요...
오늘 하루 나 참 행복했구나.
얼른 집에 가서 깡통 열고 호칠님이나,오즈님께 생일 축하 노래
들려 달라고 부탁 해야지,아침에 부탁한다고하고선
컴 열 시간도 없었지요.
에궁...그런데 어쩌나 내 생일 이제 완전히 지나 버렸으니....
내년 이맘때를 기약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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