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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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달력이 나를 유혹했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이 활짝 피어 붉게 내 마음까지
물들이고 있었으니.
소백산 찰쭉제도 이때즘인것 같은 생각에....
정말로 태어나서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소백산이
5월의 아카시아향과 더불어 나를 부르는것만 같았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의 꾀임에 내 귀가 움직였다.
그래 또 떠나보는거야....무작정...
이번엔 꼭 소백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쳐봐야지.
지난날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지 못한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었는데.....
새벽 4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밤새 잠을 설치고
도둑고양이처럼 3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니 아직 컴컴한 시각.
17명의 인원이 봉고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서....
드디어 소백산을 향하여 출발!!
잠을 잤는지,꿈을 꾸었는지...암튼 눈떠보니 벌써
죽령휴게소란다.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컵라면에 가지고 간 밥을 말아 먹고,각자의 배낭속에
주먹밥,김밥,오이,초코렛,물 과자...등등
나누어 메고서 정말로 가슴 설레는 산행을 시작했다.
활짝 핀 철쭉의 무리가 내 가슴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일거란
상상을 하면서....
아침 공기도 정말 맑았고,발걸음도 상쾌했다.
천문대를 지나 제1연화봉을 오를때까진....
철쭉은 몽울몽울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성질급한 몇몇놈들만 피었을뿐...
그래도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도 찍고....
오이도 깨물어먹고,주먹밥도 먹고,즐거운 이야기에
신나게 웃음도 나누고...
비로봉 정상까지 가자는 팀과,여기서 놀다가 하산하자는 팀으로
나누어 지고 말았다.
연화봉까지만도 2시간이 걸렸는데 비로봉 정상까지 또
3시간을 어떻게 가냐며...
정말 강행군이었다.
손만 벋으면 정상이 바로 저긴데...
한구비 넘으면 또 한구비 넘어야 하고....
먼저 가는 팀과 뒤쳐지는 팀...으로 차이가 벌어지고,
정말 나이에 상관없이,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표시가 났다.
조금 가다 주저앉고, 조금가다 쉬고,조금다가 목마르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니....
땀과 노력의 댓가는 반드시 있는 법.
500년이상씩 되었다는 주목 군락지역을 지나 힘겹게
올라가 맞이한 비로봉....
그 정상에 서서 바람을 가슴께가 시원하도록 실컷 맞고서.
야호!!
소리도 쳐보고, 위스키를 발음하며,비석앞에서 단체사진도
찍는 쟁탈전도 벌였다. (줄서서 기다려야 했으니까)
잠시 땀을 닦고 산 아래 경치를 감상하고 있으니
마치 내 자신이 선녀가 되어 구름을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착각속에 빠져들게 했다.
정상을 정복하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그 기쁨도 잠시였다
다시 하산하기 시작....눈앞이 캄캄했다.
죽령 휴게소에 차만 없었어도,
다른 코스로 내려 갈텐데....
희방사,비로사,천동...여러 갈래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만나고서야,우린 정말로 미련한 산행을 한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쩌랴...
다시 왔던 길 되짚어 가야 할 수밖에,도리가 없었다.
왕복 9시간의 긴 산행이었다.
20대 시절에 11시간의 지리산 산행을 가장 힘겹게 한 이래
두번째로 힘들고 지리한 산행이었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철쭉의 화려한 모습은 볼 수없었지만,이름모를 야생화가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고,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도
내 귓가를 간지럽히고, 굽이굽이 물결치듯 펼쳐진
초목들이 내 눈을 싱그럽게 해주었다.
죽령휴게소로 다시 내려오니 그래도 30분정도 빨리 내려온
팀들이 준비한 저녁식사가 늦게 내려온 우릴 맞아주었고...
우린 시원한 막걸리를 주고 받으며,상추쌈에 고기얹어....
풋고추 된장에 푹 찍어,입에 넣으며, 행복한 미소를 흘렸다.
그동안의 고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배는 부르고,막걸리 한잔에 모두들 알딸딸한 기분....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다리는 아파 몸은 녹초가 되엇지만,
약간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뽕짝 메들리 틀어놓고
신나게 흥에겨운 박수를 치면서 오다보니 벌써
붉은 해가 서산에 걸려 있었다.
시누이 방귀는 백여시 방귀~
며느리 방귀는 샘방귀~
내 님의 방귀는 사랑방귀~
내 방귀는 단방구~
정말로 요상 야릇한 무슨 타령 노래를 들으며,밀려오는
피로 때문인지
고개가,눈꺼풀이,어느새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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