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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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동네에 살고 있던 막내 신우내외가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다.
12월 중순경에 입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아직 날짜가 남아있고
그동안 살던 전세집이 빠져서 부득이 이사짐은 택배회사 창고에
보관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우리집으로 피난을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 넷이 정신없이 어지르고 돌아다니니,
내 생활의 리듬도 조금은 흐트러 졌다.
신우는 요즘 미용학원에 다닌다.
자격증도 따고 그래서 더 열심히 배워 경험을 익혀
미용실을 운영해 보는 것이 꿈이란다.
4살,7살짜리 남매를 키우며 참으로 억척스럽게,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언니, 내가 파마해줄까?"
신우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러잖아도 미용실엘 가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파마를 꽁짜로 해준다고 하니.....
요즘 미용실에 한번 가서 파마하려면 몇만원은 가져야 한다.
특히 내 머릿결은 무지 약해서 파마한번 할때마다
여간 신경을 쓰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미용실 아가씨들도 내 약한 머릿결을 두고
좋은 약,좋은 시스템,좋은 .......갖가지를 붙이며
5~6만원짜리 파마를 권하니 미용실 한번 가는것이
여간 부담스러운것이 아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줌마들의 마음이 그러할게다.
그래서 나는 신우에게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러마고 맡겼다.
그래서 어머님과 함께 파마를 하기로 했다.
신우는 학원에서 파마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해가지고 왔다.
그래서 일찌감치 저녁상을 물리고 우리는 파마를 하기로 했다.
어머님이 먼저 의자에 앉고......
한참을 마는데 어머님의 얼굴이 하애지셨다.
"아이구 죽것다, 왜이리 냄새가 지독하니?"
하시며 갑자기 쓰러지신것이다.
옆에 있던 나는 너무 놀라
"아니,어머니 왜 그러세요."
"나도 모르것다, 챗나봐, 어서 바늘을....."
아이들도 놀라고 머리를 말던 신우도 놀라 당황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바늘과 실을 가져다, 어머님 손가락을 따드리니
시커먼 피가 솟아났다.
거실에 온통 늘어논 파마도구들,파마약 냄새, 우왕좌왕하는
아이들...... 정신이 없었다.
아무 소리없이 조금 누워계시던 어머님은 부시시 일어나시더니
화장실로 가서 머리를 새로 감고 나오시며
"아이구,죽을뻔 했다, 파마하다.... 왜이리 냄새가 지독하니?"
급하게 저녁을 먹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계셨던게 화근이었나보다.
속이 더부룩하고 안좋은데다 약냄새를 맡아서
갑자기 어지럽더니 정신을 잃으셨단다.
"나, 파마 안할란다, "
"어머니 괜찮으신거예요?"
"그래, 소화제나 먹고 잘란다, 내 딸래미한테 공짜파마하다
죽을뻔 했잖아?"
머리에 잔뜩 약을 발라논 상태라 곱슬했던 머리가
쪽 펴져서 모두들 할머니 머리를 보고 한바탕 웃어야했다.
"할머니 머리 왜그래요?"
어머님은 주무신다고 방으로 들어가시고,
그래서 시간이 꽤 많이 흘러 열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벌려논 일이라 아니할 수도 없고, 모든 재료를 내일 다시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 늦어도 파마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네킹으로만 실습해 오고 어머님은 나가리 되시고
내 머리가 신우에겐 첫작품인 셈인데......
신우는 열심히, 정성스럽게 나의 머리를 만졌다.
로울로 머리만 마는데 한시간 반이나 걸렸다.
졸립구,피곤하구,하품나구, .......
하지만 참았다.이정도 고통쯤이야 감수를 해야지.....
한참의 시간이 흘러 중화제 바르고, 다시 좀 기다렸다가......
머리 한가닥 풀러 테스트해보니 아직 잘 나오지 않았단다.
"내 머리 원래 다른사람보다 잘 안나와,시간이 좀 걸릴거야"
"언니, 약도 젤 좋은거 쓰고 특별히 신경써서 잘 했는데,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 나도,"
속으로 혹 불탄 머리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하면서
겉으로 태연한척......
자정이 넘은 시간이 되서야 머리를 풀 수 있었다.
드디어 머리를 감고 거울앞에 서니.....
"언니, 성공이야, 잘나왔다."
신우는 기뻐 소리를 질렀다. 흐흐흐 웃음까지 흘려가면서....
자신이 배운 솜씨가 처음으로 결실을 맺으니 어찌 아니 기뻤으랴.
나역시 여느 미용실에 가서 했던 파마보다 오히려 잘 나온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내 머리를 만져준 신우가 참으로 고마웠다.
"언니,고마워,처음으로 파마를 해본건데 그래도 참 예뻐서..."
오히려 신우가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내가 더 고맙지, 돈 굳었잖아."
"그나저나 엄마가 걱정이네"
"낼 다시 파마를 해 드려야지..."
다음날 아침 머리 손질을 하고 너굴님에게
"나 파마했다? 동생이 해줬어 어젯밤에"했더니
"괜찮은데?" 한마디 하고 만다.그리고 어머님 머리를 쳐다보며
"왜, 엄마는 파마 안했수?"
"얘, 말도 마라, 내 어젯밤에......."
"미장원에 가서 할란다. 딸래미한테 꽁짜 파마 하려했다가.."
어머님이 내 머리를 쳐다보시며 하시는 말씀
"그래도 너는 잘 나왔다.예쁘다?"
그래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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