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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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사람하고는 꽤 오래 펜팔을 한것 같다.
그는 글을 참 잘썼던것 같다.
지금생각해 보면, 그림도 잘 그렸던것 같고.....
한번은 편지에 대구에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여러번 망설이다 좋은 생각을 해냈다.
나에겐 위로 두살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도 그 나이 먹도록
애인이 없었다. 미모는 나와는 비교도 안되리만큼
예쁘고 뭇 남성들에게도 인기도 있었지만,너무 튕겼다.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언니,그러다 시집 못갈라. 적당히 고르고 넘어가 주라"
대구 사람과 펜팔을 하고 있는걸 언니도 알고 있었고,편지도 그동안
함께 보아왔던 터라,난 언니를 그 사람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
"언니,그니가 놀러오라고 초대했는데,언니가 나로 생각하고
함 만나볼 의양있어?"
"지지배...니가 가지?"
"난 외모가 꿀리잖아,혹시 알아? 아주 잘생긴 사람인데
키 작고 못생긴 내 외모에 실망을 해서 돌아서 버리면..."
언니는 쾌히 승낙을 하고 언제 어느시간에 가겠노라고 편지를 하고는
"실수하면 안된다?"
그가 편지에서 일러준 대로 기차를 타고 대구 역에 내리면
모자를 쓰고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저라고.....
그리고 이름 부를때 먼산 보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아이를 물가에 보내는 심정으로 언니를 보내게 되었다.
무슨 007 작전을 짜는듯이 아주 재밋게 사간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집에서 아주초조하고,가슴두근거리게 언니가
올때만을 기다려야했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있어서 바로바로 궁금증을 물어볼 수 있겠지만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와야만 보고를 받을 수 있었으니....
밤 늦게 집으로 무시히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언니는 씩씩거렸다.
"야, 다시는 날 끌어들이지 마. 지땀빼느라고 혼났네"
왜,언니야,일이 잘 안됬어?"
이야기 인즉슨 이랬다.
대구역에 도착하니 정말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서 있더란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서 그에게 다가가
"저...청주에서 왔는데요" 하니
그는 반갑다면서 손을 덥석 잡더란다.
너무 깜짝 놀라 뒷걸을쳐 한발 경계태세를 취하니
그는 넉살 좋게 웃으면서 잘 왔다고 했단다.
마치 언니를 저 아래 동생 취급을 하면서.....
모자를 너무 푹 눌러 써서 얼굴을 잘 볼 수 없었고, 초면이라
자세히 바라볼 수도 없었단다.
그가 이끄는대로 대구 시내를 구경하고,팔공산에도 가고,
어느 식당에 들러 점심도 사주고....
"글을 참 잘쓰시는 거 같아요."
"그러시는 분도....."
언니는 혹여 신분이 들어날까봐 데도록 말을 짧게 끝냈단다.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하면서....
오후가 되니 자신의 집으로 놀라가자고 해서,아니 간다고 실갱이
하다가 결국 가게 되었더니,
누님이라는 분이 아주 반갑게 맞아주더란다.
그래서 간당한 차와 과일을 을 대접받고, 그의 방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름이라 문이 모두 열려있어서 조금은 안심을 하고...
방엔 꽤 많은 책들이 있었고,노래를 좋아하는지 꽤 많은
노래 테잎들이 있었단다.
그는 기타를 들더니,노래한곡 선사한다며, 분위기를 잡더란다.
그러면서 모자를 벋었는데,그때 드디어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있었는데, 너무 못생겼더란다.(언니의 기준으로)
그래서 나 대신 그를 만나고 있는 자신에 대해
갑자기 회의가 느껴져 그 곳을 빠져 나오고 싶은 마음에
그가 들려주는 노래소리가 하나도 귀가에 들려오지 않았더란다.
"이젠 집에 가야겠어요."
그는 기차역까지 마중을 나오며 표까지 끊어주고는
악수를 청하며 "아주 즐거운 만남이었어요. 다음엔 청주로
절 꼭 초대해 주실거죠?"
반 어거지로 대답을 하고는 개찰구를 도망치듯 빠져나와
기차에 몸을 싣고서야 한숨을 쉴 수 있었단다.
그의 친절한 마음씨에 고마움을 느꼈으나,
언니가 내가 아니기에,그리고 내가 언니가 될 수 없기에...
"근데 얼굴이 너무 못생겼다,사람은 착한거 같은데....
얼굴만 쬐금 잘 생겼으면 내가 어떻게 해볼텐데....."
그 후로 언니는 니가 알아서 해라는 말과 함께 더이상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외면을 해버렸다.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듯 싶었나보다.
펜팔은 펜팔로 끝을 맺어야 하는가보다.
보이지 않는 속에선 누구나 자유로운 날개를 펴서
아주 아름다운 환상에 젖어들게 마련이고,
너는 백마 탄 왕자, 나는 백설 공주......
소중한 것일 수록 더욱 값진 보물이 되게 하려면
감춰 두어야 하는걸까?
두 번의 펜팔 경험으로 사람을 대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임자 만나 살다보면 다 제눈에 안경이고
잘생기고 못생긴건,인간성 다음으로 여겨지는데
철없던 그때에는 왜 그리 첫인상이 중요했는지.....
여고 시절 어느 선생님께서 해 주시던 말이 생각난다.
"냉중에 신랑감 고를땐 기생오래비 같은 삶보다는
소도둑놈 같이 못생겨도 맘만 좋으면 되는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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