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나미

나 미

생일날 아침..........



	생일날 아침 손수 미역국을 끓이고픈 마음이 일지 않았다. 아이들도 잘 먹지 않고 너구리도 없는데 내 목구멍에 한숫갈 떠넣자고........ 그래서 아이들과 밥만 해서 몇가지 반찬만 꺼내놓고 식사를 했다. 우리의 너굴님은 아직 귀가전이고.......... 그래서 난 화가 났다. 아이들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국제 공예비엔날레에 가기로 약속을 했기에 아침일찍 서둘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침 열시가 다가오도록 너구리는 나타나지 않는 거였다. 물론 같이가는 것은 아니지만(초등학교 동창들과 산에가기로 한 날) 부인 생일날 아침까지 아니들어오는 간큰 남자의 얼굴을 보고가려고 쇼파에 앉아서 tv를 보고있는데 띠리리~~~~ 전화벨 소리....... "어 집앞인데 얼른 밥차려놔" 순간 머리끝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나도 모르게 이시간에 밥이 어딧냐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기에 괜히 더욱 화가 나서) 5분도 안되어 들어온 너구리 식탁위에 무언가를 탁 올려놓고 부랴부랴 신행준비를 하고 있었다. 얄미워서 밥상을 차리지 말까 하다가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니 장미꽃다발인거 같았다. 그래서 대충 식탁위에 밥을 차려주고 뺑 토라져서는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외박한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싶었던것이다. 어제 너구리 친구한분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개업식을 해서 함께 갔다가 나는 먼저 오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분들과 사무실 터를 팍팍 눌러주는 신고식(?)을 해야한다기에 설마 자정은 넘기더라도 2~3시는 들어오겠지........ 했는데 훤한 아침이 되어 들어왔으니......... 것도 오자마자 밥을 달라고 하니,분명 간이 부었나보다. 밥도 먹는둥 마는둥 수저를 놓더니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너구리...... 뒤따라 나가서 "아니, 꽃을 사왔음 전달을 해줘야지,그냥가면 어떻게 해" "서방님 식사준비도 않해놓고 무슨 큰 소리는? 미역국,내지는 해장국이라도 끓여놔야지" "서방님이 끓여주는 미역국 먹고 싶어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리고 집앞에 와서 상차리라고 일방적으로 그러는게 어딧어!!!" 더 길어지면 생일날 아침 괜히 싸움이 일어날거 같아서 꼬랑지 슬쩍 내리고 "암튼 잘 다녀와요" 정말 멋도 없고 낭만도없는 너구리 보내놓고 잠시 화를 진정하고,그래서 냉수 한컵 들이키고는 꽃다발을 들어보니 빨간 장미가 안개에 들러싸여 무려 **송이나..........참으로 예뻤다. 송이수가 많아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자꾸 늘어나는 내 나이가 새삼 부끄러워지는것 같았다. 에구......아까워라,반 뚝 잘라서 사올것이지.....(아줌마 마음) 그래도 고마웠다.예전엔 꽃은 무슨.....하다가 한송이,두송이.....하며 조금씩 늘려가는 꽃송이를 올해엔 만도수를 채웠으니........ 향기를 맡으며 꽃에 뽀뽀를 하고나니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는것 같았다. 아름다운 꽃에 넘어가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으랴......... 얘들아~~~ 어서 가자. 가서 신나게, 오늘 하루 즐겁게 놀다 오자. 저녘이 되어 집에 돌아오니 아직 귀가전인 너구리..... 은근히 또 열이 받아 꾹꾹꾹 핸폰 눌러보니 혀가 얼마나 꼬부라졌는지 완전 맛이 간 목소리 "어 난데, 생일 축하해~~~ 지금 동창들과 노래방 가는 중,내가 한턱 쏘기로 했어. 여자 동창생들도 많거든? 끊어 " 그리고 딱 끊기는 소리..... 허긴 동창회장체면에 한턱 내셔야겠지. 마침 신우가 저녁을 사준다고 해서 식당에 나가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들어와보니 우리 너구리 글쎄 벌써 들어와 큰대자로 뻗어버렸다. 케잌도,선물도 없이...........옷만 한짐 벗어놓고, 잠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은 친구가,회사 동료가, 사회에 얽힌 인연들과.... 더욱 유대관계가 깊은 우리 너구리. 아내에게 잠시 소홀한것을 그래도 장미꽃다발로 무마를 시켰으니 맘 편히 잠들 수 있었겠지. 내게 있어 아이들에게 있어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안아주려 하니, 푸~~푸~~ 숨쉴때마다 뿜어나오는 술 냄새............. 정말 누구도 못말리는 나의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