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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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화가인 구청장이 취임한 이래 도로변에 이런 원추리꽃도 -
샤먼 앱트 러셀은 "꽃의 유혹"에서
꽃의 삶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그만큼 외면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꽃도 그 자신만의 삶을 위한
몸부림과 그들만의 생존전략의 표출인 것이다.
유월 하순경이면 우리가 보이는 들판에는 개망초꽃 천지가 된다.
북미가 고향인 개망초는 자생력이 너무 강해 어느새 도로변이나
조그마한 공터공간들 그리고 휴경지엔 어김없이 자그마한 힌꽃으로
메꾸어 버린다.
-연잎꽃의다리꽃의 꽃잎이 바늘이되어 허공으로 뿌리려 하는 듯-
개망초꽃이 기승을 부리는 길을 따라
야생화를 몹시 좋아하시는 분 집에 갔더니,
벌써 전문 사진작가 두 분이 와 계셨다.
그분들은 귀한 꽃이 피었다는 소문을 듣고
전날 가도 되겠냐는 허락을 받고 왔었고
나는 한번 와보면 반할 꽃이 많이 피었다고
주인의 초청에 의해서 마지못해? 간 차이가 있다.
-잎이 톱모양같다고해서 지어진 톱풀꽃-
산 밑 300여평의 너른 대지에 자연스럽게 자란 야생화들
물론 처음엔 인위적으로 옮겨 왔겠지만
이곳에선 집주인이 그들만의 세계를 존중한 듯 보인다.
먼저 동자화를 보았다. 산속에서 화사하게 웃고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이곳에선 꽃잎이 다소 제 빛을 잃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얼마나 귀한 꽃인데
-꽃속에 꽃을 안고 피는 산수국이 저 어때요? 이쁘죠?-
이미 진을 치고 꽃을 만나고 있던 프로 사진작가들이 꽃 이름을 몰라
꽃들에게 징징 당하고 있다가 나에게 넌즈시 물어 본다
"부래옥잠화, 비비추, 동자화, 송옆국, 산수국, 섬초롱꽃,연잎꿩의다리꽃 " 등등
-흔하게 치부해 버리는 쑥갓도 꽃이 피어 아름다운 것을-
비록 김태정 선생님 정도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어찌 술술 나오는
꽃이름 통에 그분들 얼굴에 약간의 무언가가 달라지는 걸 감지했다.
그리고 다른곳에서 또 질문
"이 꽃은 무슨 이름은요?"
아! 어쩌란 말인가? 어찌보면 들판에 숫하게 만난 기억이 있기도 한데
어찌보면 생전 처음 보는듯도 싶고
-애기도라지꽃이라 하는데 이번에 첨 인사를 나누었다-
나중에 주인이 "피뿌리풀꽃"이라 한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 꽃을 보는게
행운으로 생각하랬다. 그만큼 귀한 꽃이라고 한다. 제주도에 야생하고 있지만
최근 남획되어 거의 사라져 가는 꽃이라고
이 꽃나무도 누군가 귀하게 얻어 온걸 관리 소홀로 다 죽게된걸 보고
사정사정 하여 다시 얻어 이정도 살렸다고 한다.
-피뿌리풀꽃이 마악 부화를 하기전 알을 품듯이 소중히 꽃잎을 감싸고 있다-
보통의 꽃들은 잎이나 꽃 생김새로 자신의 이름을 얻곤 한다.
그러나 이 꽃나무는 특이하게도 뿌리가 핏빛같은 붉은색을 띤다하여
피뿌리풀이라 불리운다 한다. 꽃이 매혹적이기도 하고 또 이식하였을 때
생존율이 낮아서 그만큼 고귀하고 귀하게 모셔야할 우리 야생화인 듯 하다
꽃은 처음 진한 분홍색의 꽃봉오리에서 점차 피어지며 분홍색으로 밝아지는데,
그 연속적인 색의 변화가 고웁다고 모두들 그리 평가들 하는데
나는 귀하다는 즉 그만큼 휘귀함으로 고가에 남채되고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그 고운 색깔을 기억조차 못하겠다
-삐뿌리풀꽃의 매혹적인 자태-
한켠에 한무리 동자꽃을 발견했다. 사진작가들은 이 꽃은 알고 있는걸로 보아
피뿌리풀꽃 보다는 귀하지 않는가 보다.
동자꽃도 짙은 분홍색을 띠게 되는데 새색시 연지곤지 찍던 그 색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이 꽃은 생김새와 다르게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우리나라 꽃의 전설은 늘 연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나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난 이야기들이 주로 전해지는데 반해
동자꽃은 주지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승이 다시 태어난
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자꽃에서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의 붉그스레한 볼을 연상시키는 전설을 생각해낸
우리 조상들의 낭만에 대해 다시 한번 그 깊이를 되새겨 본다.
-동자승의 전설로 다시 살아난 동자꽃-
이번에 몇점의 소중한 야생화를 얻고 나서
"꽃은 지금 피어 있기에 아름답다. 이는 곧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러나 꽃은 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기에 더더욱 아름답다."고한
박흥규 영남대교수님 말씀이 생각 난다.
삐푸리풀꽃과 동자꽃, 분홍섬초롱을 만난것은
주인의 말대로 올 초여름에 나에게 보내진 행운인지 모르겠다
어쩜 내년에도 어김없이 이 귀한 꽃을 다시 만나는 행운을 꿈꾸며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돌려 본다....
-꽃이 진 석류엔 윙크하며 석류알을 톡 깨물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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