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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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신은 꽃을 만들면서 인간을 위해 만들지는 않았다.
또 인간도 인간을 위해 만들었지 성서에서 말하는 만물의 연장 지위에서
자연을 인간 마음대로 어찌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야생초들은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입히는 법이 없다.
단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다른 생물체에게 약간의 고통과 아픔을 주기는 하지만
그러나 사람들은 생존이 아니더라도 종종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프게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도 말이다. 과욕 때문에 혹은 편리함으로...
이번 주말에 필름 세 통을 허비하며 야생화를 찍었다.
보통 한 통 정도면 족했거나 정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반절정도 찍고 차 트렁크에 박혀두기 일쑤였다.
특히 올 해는 유득 꽃이 이제 막피웠다 유혹을 해도 그냥 몇컷만 찍던지
찍는 흉내만 내다 말곤 했다.
눈에 잘 들어오질 않을뿐더러
예전에 다 찍었던건데 특별하지 않고,
그런다고 더 잘 찍을 자신도 생기질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심하게 표현해서 귀찮기 까지 할 정도였다.
필름을 세 통이나 허비하였으니
지근 거리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향내에 취한게
최소 72번 정도 렌즈를 통해 찍을 포즈를 취한 것까지
도합 100번이 넘었겠다.
땀이 송글송글 이마를 지나 스쳐가고 옷은 반쯤 적셔져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연출을 하지 않았음. 그렇다고 비온뒤도 아님. 주인이 물을 준 뒤 찍은거라
이번에 찍은것들을 현상해서 보니 초롱꽃과에 속한게 유난히 많다.
아마도 초롱꽃의 자태가 내 마음에 쏙 들었는가 보다.
그렇지 않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알게 모르게 눈길이 한번 더 간다는 자연의 법칙을.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프랑크는 그 일기에서
"초롱꽃들은 꽃들을 위해 종을 울려 준다.
마치 교회종이 사람들을 위해 종을 울려 주듯.
그래서 장미꽃보다 훨씬 행복스런 꽃이다." 라고 썼다.
우리도 초롱꽃을 보면
신랑각시 행복하게 오래 살라는 청사초롱 불을 밝히는
이미지가 언른 떠 오를 것이다.
또 우리 민족의 정서에 꼭 맞는 아담하고
소박하고 현란하지 않은 모습이라 더 정이 가는 듯 싶다.
전형적인 초롱꽃 모습
초롱꽃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최승원의 "초롱꽃" 이라는 노랫말을 차용해 본다.
실제 이런 노래가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초롱꽃 - 최승원
창가에 초롱꽃 붉게 피었네
말없이 곱게도 피어있네
따사한 햇살에 고개 숙이고 깊은 시름에 젖었나
왼종일 말없이 그 누굴 기다려
외로이 피어서 눈물에 젖었나
그 누굴 기다려 피었는가
그만큼 동양적인 자태를 갖고 있고 그 한스런 이미지는
우리에게 딱 맞는 이런 전설로도 전해지기도 한다.
"하루 세 번 종을 치는 것이 일생의 업인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서 부상을 입은 뒤 지금까지 종만을 쳐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종소리에 맞추어 일상의 생활을 잘해 나갔고
종을 치는 그를 무척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마을에 마음씨 나쁜 원님이 부임하여
종소리가 시끄럽다고 종을 못치게 하였다.
마지막 종을 치던 날 종치기 노인은 눈물 때문에
높은 종각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 다음해 봄, 그의 무덤에서 종처럼 생긴 초롱꽃이 피어났다고."
이런 사진을 찍을때가 기분이 제일 좋다. 귀한 자색 초롱꽃/누구는 붉은 와인색이라고 좋아하던데 참 멋진 색감을 지닌분 같다.
서양에서도 초롱꽃에 대한 전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초롱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꽃임에 틀림없다.
음지쪽에 피었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너무나도 조용한 이미지의 초롱꽃에 대한 서양의 그리이스 로마신화에도 있다.
"밤의 아가씨들 중의 한 신인 '헤스페리데스'와 그녀의 딸 '캄파뉼'은
세계의 서쪽 오케아노스의 강물 가까이에 황금의 사과나무를 지키고 있었다.
이 나무는 '헤라'가 '제우스'와 결혼 했을 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어느 날 캄파뉼은 도적이 나타나자 파수꾼이며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용
'라돈'에게 알리려고 은빛의 종을 울렸다.
이때 당황한 도적은 캄파뉼의 가슴을 한 칼에 찔러 죽인 후 도망쳐 버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라돈에 의해 무참히 죽은 캄파뉼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그 시체를 보고 그녀의 죽음을 가엾게 여겨
은종 모습의 아름다운 꽃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 꽃이 바로 초롱꽃이라는 것이다.
종의 이미지를 보기위해 저녁무렵 향일암 풍경을 억지로 끌어 왔다
그런가 하면 금강초롱의 전설은 정말 설화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 온다고 한다
"금강산에 두 오누이가 살았다.
부모를 여의어 어려서부터 힘들게 살았지만
형제간의 우애는 누구나 부러워 할만큼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누나가 아파서 눕게 되었다.
집이 가난한 그들에게 약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남동생은 말로만 들었던 약초를 찾아 금강산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꽃들이 남동생에게 속삭였다.
그 약초를 구하기 위해서는 달나라까지 가야한다고.
남동생은 누나를 살리기 위해 달나라까지 갔다.
집에서 남동생을 기다리던 누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동생을 찾아 초롱불을 들고 늦은 밤 집을 나섰다.
몸이 좋지 않았던 누나는 얼마 걷지도 못해 금강산 한 구석에서
죽고 말았다. 그 누나가 들고 있던 초롱등이 금강 초롱꽃이 되었다고."
금강초롱 사진이 없는 관계로 "한국의 야생화"에서 들고 왔네요.
전설이 하도 애틋하고 또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밖에 없는
금강초롱을 보고 싶다. 와인색을 내고 있다는 초롱꽃이 혹시 금강초롱이 아니었는지?
만약에 금강초롱이었다면 그 꽃은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
자신을 몰라주는 돌팔이 같은 사진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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