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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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이라!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조그마한 암자,
남해에 보리암도 있고 이곳 아니고도 바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암자가 많이 있다
그러나 해를 바라보는 암자란 그럴듯한 명함을 가지고 있는 암자는 없을 것이다.
산에는 절이 있고 절은 산과 생명을 같이하고, 산속의 아늑한 품에 안겨서 자연의 일부분으로 변한지 오래다. 인간들이 절을 만들었지만 수백년이 지난 오늘에는 자연스럽게 산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향일암 역시 금오산이란 야트막한 산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재법 역사를 안고 그 멋에 사는 암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난 첫 인상은 아주 고약했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30분여 가는 길목은 여관이나 모텔이 가득차있는 해 바라보는 동네를 가고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갓김치 야시장이라 방불할 만큼 장사치들이 가득한 그곳엔 산속으로 오붓이 가는 30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자꾸 생각나게 한다.
산속 30분의 오솔길과 장사아치들이 왁자지껄 거리는 30분의 차이는 산사를 찾아 가는 길이었기에 이렇게 다른 감정으로 다가 오는 걸
돌계단을 몇 개단이나 올랐을까?
그래도 초등학교 다니는 딸래미는 열심히 따라 온다. 이마에 땀이 송글거릴 즈음에 석문 앞에 다다랐다. 사람 한사람만 겨우 지나 다닐 수 밖에 없는 바윗틈의 문, 세상의 욕심은 전부 버리고 지나가라는 "해탈문" 대신인 모양이다. 바윗문을 지나고 나니 비로소 또 다른 해오름의 세상을 들어 온 느낌이다. 암자래 해봤자 두어채 밖에 아닌 평범한 사찰이지만 이곳이 비로소 해를 바라보고 떠억하니 부처님 자비를 온 몸으로 받는자리이다 생각하니 그도 그걸 듯 해 보였다.
우리가 가는 시각은 낙조가 질 무렵이다. 이곳에선 해 뜨는곳이지 해 지는 곳은 아닌 듯 싶다. 그래도 신새벽이라 생각하고 수평선을 바라 본다. 그래 이곳에 내 근심도 욕심도 야욕도 조금씩 털어 버리자.
그리 짤막하게 내려다 보는 바다에 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의례 고요한 산속 절간 팔작지붕 처마에 늘어놓아 바람 스치는 소리로 공양하는 조그마한 종이다. 인간이 만들었으되 바람이 종을 치는 풍경,
이곳에선 바닷바람에 더 빈번하고 요란스럽게 울려 될 것이다. 인간들이여! 깨어 있으라고?
바다에선 끊임없이 화물선과 어선들이 힌 포말을 내며 이곳 저곳으로 바삐 내 달리고 어떤 배에선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리는 뱃고동 소리를 꾸역꾸역 뱉어 낸다.
겨울여행은 그야말로 모든걸 버리는 여행이 제격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라는 핸드폰도 꺼두고, 몸뚱아리만 추스러 조용한 산사에 이삼일 박혀 아무런 생각없이 육신을 쉬게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만 늘상했지 실천에 옮겨보질 못했다. 오늘 여행도 해지기 전에 언른 내려가야 한다.
내려오는 돌계단에서 아쉬운 바다를 또 한번 쳐다보고 다시 향일암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림 한점을 얻었다. 그것도 액자에 바다를 넣은 살아있는 귀한 선물을 말이다.
스님들이 거쳐하는 요사채인 모양인데 그 곳 유리창에 바다 한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배가 지나가는 모습도 생생히 보여지고 있었다. 너무 황홀하고 또 운이 좋다 싶어 한참을 쳐다 보다가 그만 배가 지나가고 말았다. 이젠 카메라를 들이대고 또 다른 배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바다에 배 한척 떠 있어야 그림이 더 멋질 것 같아서다. 한참이나 기다린 덕분에 배 한 척이 다가 온다.
여지없이 찰칵하는 둔탁한 소리만 들리고 이젠 순천만의 갈대의 속삭임을 듣고, 겨울바닷가에서 조약돌 밑을 헤집고 들어오는 밀물의 은어를 해독하고, 이제 향일암에서 떠 오르는 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무언의 언지를 깨달은척하면서 이 초겨울여행을 맺는다.
배는 힌 포말을 포구로 밀려 들어오고 밤으로 치닫는 바다는 오늘을 마감하러 부산하다. 절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해 뜨는 모텔에선 아침맞이에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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