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
|
| |
|
|
| |
| |
| |
바다. 그는 인간에게 위대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험악한 무법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절박한 슬픔에 잠길 때 바닷가에 가서 드넓은 바다에게 하소연도 해보고
마음이 허전한 어느날도 불현 듯 그의 곁에서 배회하거나 서성이게 된다. 그만큼
넓은 가슴을 가졌기에 조그마한 인간들에게는 늘 포근한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바다가 낭만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한량하고 인적이 끊긴 바닷가
그것도 귓볼을 애이듯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날에도 바닷가를 찾는 이들이 많아 졌다.
우리 가족도 이른 아침에 출발한 탓에 순천만의 갈대를 구경하고는 초겨울 바다를 찾게 되었다
수산종합관이 있는 여수 돌산은 갓김치도 일품이지만
수족관이 있는 건물 뒷편에 위치한 바다의 비경은 일품이었다.
파래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갯가 돌틈으로 파도가 스치듯 밀려 왔다가
하얀 포말을 일다가 사라진다. 한두번은 조용히 속삭이듯 밀려왔다가 돌틈으로
사라지고 또 한번은 거세게 밀어 부치듯 몰려 온다. 이때는 밀려 오는 파도의 특유의
소리도 치면서 말이다.
겨울바다 운치는 그 쓸쓸함에 있지 않을까?
늘 자만감에 충만한 인간에게 바다의 깊이는 무한적이며
그 이상을 알길이 없다.
그러나 그 깊이에는 그 많은 고기들의 사연을 담고 있으며
애닮픈 어부들의 슬픈 목소리까지 안고 바다는 살아 간다
난 바다를 참 좋아했다.
어렸을적 집에서 오리정도만 걸어 나가면 뻘이 질퍽한 바다를 만나게 된다
그 뻘속에 손을 어께죽지가 닫을 정도까지 밀어 넣으면 게가 잡힌다. 그러다 게의 단단한 이빨에 물려 깜짝 놀라곤 했던 기억도 아련하다.
가을이면 알이 가득찬 암게도 잡고 볼품없는 숫게도 잡게 된다.
게를 잡기 위해 바다를 좋아했던게 아니라
바다가 막연하니 좋았던 어린시절 추억이다.
뻘을 뒤집어 쓰고 집에 들어 갔다가 야단맞기 일쑤였지만
그 바다가 좋았었다.
십년도 더 지난 그곳엔 간척이 되있어 내 그리운 갯뻘도 게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동심에 자리잡은 가슴 한곳엔 펑 뚫린 추억 한 장만 남아 있다
바다 이야기
쉬고 싶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출렁이는 파도를 베개삼아
한 사나흘쯤 쉬고 싶다
만월의 늘 반복되던 그리운 날에도 어김없이
참치와 멸치, 황금고래와 은상어떼들까지
비정한 인간들에게 희망을 걸었는데
염산으로 가슴이 찢기고 방카시유에 목이 잠긴
내 목소리를 들었는가?
포박된 고깃배의 한숨소리까지 들리는가?
어부는 소줏잔에 어김없이 한풀이만 넘치고
아낚의 비릿내 나는 징징거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삶터에서 밀려난 낚시군의 찬 눈물방울이
게옹으로 흘러 들어올 땐
선잠 마져도 못 자고 있다
자고 싶다
수평선에 걸린 꽃섬을 베개삼아
별이 쏟아지는 태몽이라도 꾸며
한 삼일만이라도 자고 싶다.
난 이런 식으로 바다를 내 쉴공간으로 간직하고 있다.
비록 겨울바다는 아니더라도 여수 우슬목에 자리잡은 그곳은
내 감흥을 불러 일으켜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철썩 처얼썩~~
큰 파도는 아니지만 조용히 와 닿는 겨울이야기가
어쩌면 한때의 휴식과 위안을 주는 듯 하다
횟집에 앉아서 바라본 여수항 바로 옆 전경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