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남촌

남 촌

순천만 갈대



	몇해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던 순천만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늘 이맘때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고 매스컴에서는 불난집 취재하듯 다큐 형식으로 아름다운 순천만과 그 주연인 철새들에 대하여 대대적인 알리기가 시작된다. 순천만 초입에서부터 은갈대 숲이 너을너울 춤을추며 피곤에 지친 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한시간에 이내에 훌쩍 떠날 수 있는 곳, 난 그곳을 몰라 아직까지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그러다 내 일 때문에 무심해진 가족들에게 미안하여 주말에 순천만의 철새를 한번 보러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본다. 물론 대 찬성이어서 그렇게 준비도 없는 탐조객이 되어 버렸다. 새벽에 출발하기로 한 일정이 가족의 늦잠 탓으로 한시간이나 지체되고 그렇게 미명을 받으며 남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서순천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려면 한 사십여분 가야한다. 햇살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출몰하지 않고 안개가 덜 걷힌 탓으로 운전중 힐끗힐끗 쳐다보는 들판이나 산들이 여간 아름다운게 아니다. 고속도로 갓길에 잠시 주차를 하며 카메라를 챙겼다. 그러나 시속 120키로 이상을 달려대는 차들이 지축을 흔드는 듯 하여 가족을 차속에 남겨두고 도져히 카메라를 잡을 수 없어 눈속에 담아 두고 아쉬움만 남긴채 순천만으로 치달렸다. 가면서 늘 머리속엔 이번 탐조여행은 재발 행운이 있기를 바랬다. 몇 년전 가창오리의 천국이라는 해남 고천암에 갔었을때도 행운이 없어 하늘을 뒤 덮는다는 군무를 보질 못했다. 이번은 갈대를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철새의 그 우아한 자태를 기리는 가족들에게 실망을 주기 싫어해서 였다. 초행길이라 단지 곽재구님의 "포구기행" 속에서 읽었던 "노을빛이 다 스러지고 난 뒤 갈대밭은 어둠에 잠긴다. …자세히 보면 푸르스름한 쪽빛의 기운이 어둠 속을 흐른다.”를 계속 머리속에 담아 두면서 그 아름다운 자태 갈대의 유연한 춤을 구경하고 싶었다. 갈대꽃은 시도때도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그 생명을 갯뻘에 퍼트리고 갈대는 흔히 아침에 보는 은갈대, 낮시간에는 세갈대, 노을질때는 금갈대로 부른다. 나는 은갈대를 보고 있다. 이미터가 넘는 갈대군락은 바다를 숨기고 있었다. 갈대숲 사이에는 갯길이 나있고 그 길로 짱뚱이와 갯지렁이 그리고 조그마한 물고기가 끼어 다니는 풍요의 길목이다. 갈대들 사이로 음푹 페인 이 길은 생명의 이음이고 뭍과 바다를 이어가는 교량이었다 우려했던 바 그대로 몇마리 군무포즈를 취해주는 천둥오리 몇마리에 만족해야 했다. 모두들 하구둑에 우두커니 앉아서나 서서 언제나 나으려나 그 날개짓을 기대하지만 끄덕치도 않은 오리떼들이 밉기만 한다. 심심했던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도 두 딸들이 나란히 앉아서 갯펄에서 움직이는 미세생물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내 맡기는 갈대는 그러나 그 허리 굽혔다고 모든걸 양보하질 않았고 그 아름다움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갈바람은 굴복시켰노라고 생각하며 유유히 순천만을 빠져 나갔을 것이다. 갈대 부딪히는 소리는 또 얼마나 멋진가? 삭풍이 대지를 휩쓸어 이곳에 당도할때쯤 갈대들은 서로의 몸을 의지한채 갈대교향악을 표출해 된다. 무의미한 찬바람을 그렇게 의미있게 맞아 들이는 것이다. 무서리가 내리던날 그들은 또한 숨죽인 듯 하며 솜방망이 한 개씩 머리에 이고 아침햇살을 기다리는 그 모습은 결코 기가 죽지도 않았고 창백하지도 않았다. 당당하게 아침녁을 기다려 기꺼이 따사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다. 다시 기력을 찾아 갈대만의 자태를 간직하며 철새를 부른다. 그렇게 가을은 가고 겨울이 지나면 푸른빛이 감도는 봄이 올 것이다. 여름날엔 당당함을 기다리며... 기다리던 철새를 만나지 못하고 광주일보 오영상 전문 사진기자님의 사진을 올립니다 철새의 사는 모습이 궁금했던지 뻘밭 사이에 널빤지와 대발을 펴 놓은 인간의 욕망의 길이 보이고 기다리는 모습은 전부 같은 마음인가? 망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군무를 기다리는 전문사진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