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로 보는 찔레꽃
|
| |
|
|
| |
| |
| |
춘삼월이 시작되면 개나리부터 목련, 진달래 꽃들이
얼마나 성급하였던지
잎보다 원색의 꽃을 먼저 보여준다.
노오란 색 그리고 핏망울이 든듯한 진달래가
온 산과 들을 물들고 지나가면
비로소 들판은 신록의 옷을 챙겨 입기 시작하고
우리 곁에는 완연한 봄이 찾아 든다.
이즈음엔 유채꽃이 그 독특한 향내와 함께
남녁들녁을 스치고 북상하게 된다.
마치 꽃은 자기인양 무리지어 온 들녘을
노오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그 틈새로 자운영꽃들이 붉으락 푸르락
논둑을 타고 들어가 논을 갈아 엎기 전까지
마치 주인인냥 행세하기 바쁘다.
그리고 잠시 조용한 듯 하지만
우리 곁에는 하얀꽃의 진수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아카시아 꽃들이 어느날 주렁주렁 열리고
등나무에서 이에 뒤질세라 연자색 꽃들을
그 향과 더불어 뿌려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하얀꽃의 일품인 우리의 찔레꽃은
거의 무방비로 이들에게 밀려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기 바쁘다.
꽃의 질박함이 유난히도 흰옷을 즐 겨 입던
한민족의 정서에도 꼭 맞는 우리의 토종
찔레꽃은 언제나 들판이나 계곡 후미진 곳에서
이름없이 피다가 사라지기 일수이다.
간혹 모내기 하는 들판에서
오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피하러 온 농부들에게
발견되어 사알짝 웃어 주는 수수한 미로 대신 하기도 하지만
장미처럼 화려한 대접을 받기는 못한다.
옛날부터 찔레꽃 넝쿨을 담장에 올려 꽃을 보면
그 집이 상을 당한다고 하여 대접을 못받던 꽃
그 언제나 노랫가사에 "찔레꽃 붉게 피는...."
영향으로 해당화가 아닌 붉은꽃이 찔레꽃인냥
대접을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장사익의 노랫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 주던 못잊을 사람아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천리 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작년 봄에 모여 앉아 찍은 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정다운 시절아
내가 찔레꽃을 좋아하던 이유는
우선 꽃피기전에 그 줄기가 어렸을적
간식거리로 요긴한 적이 있었다.
꼴을 베거나 소를 몰고 다니면서
심심하면 이 찔레줄기를 끊어 껍질을 벗겨내고
아그작 아그작 거리면 좀 단맛이
재법 입속을 즐겁게 해준데
꽃마져 아름답고 흐드러지게 피어내니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보리가 누릿누릿 익어갈 즈음
설익은 보리도 불에 태워
시커멓게 입가에 번지있는지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 했던 기억들....
그러나 후에 성장하여 그 꽃이 애절하고
슬픈 한을 대변하는 꽃인지를 알고부터는
이 꽃에 대한 글 한 구절이 안써 진다.
다만 그를 쳐다보면 눈물 한방울만
똑 떨어 뜨릴 것 같다.
죽은 누이도 없는데 하필이면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올라서 슬프게 하는지 참 모를 꽃이다.
그만큼 수수한 하얀 꽃잎은 마력이 있는가 보다.
-양희은이 부르는 노랫말
찔레꽃 피면 내게로 온다고
노을이 질땐 피리를 불어준다고 그랬지
찔레꽃 피고 산비둘기 울고
저녁 바람에 찔레꽃 떨어지는데
너는 이렇게 차가운 차가운 땅에 누워
저기 흐르는 하얀 구름들만 바라보고 있는지
음음 바라보고만 있는지
너는 이렇게 차가운 차가운 땅에 누워
나도 그렇게 네가 있는 나라 보았으면 좋겠다
좋겠다 음 좋겠다
이즈음에는 벽오동나무에서도 계절을 기억이라도 하듯
그 등치에 맞지도 않은 꽃을 피워된다.
잎은 푸르러 가고 꽃은 그 잎새 뒤에 꼭꼭 숨어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쳐갈지도 모르게 이 여름을 말이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