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는 꽃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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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언젠가 꼭 지긴 하되 은은하거나 찬란하거나
제 성품대로 향기 피우다가 한번쯤 마음 흔들어 놓고 진다.
해는 뜨거나 지거나 늘 그런 해라도 하루에 한번은 붉은 빛 길게 늘이며
뒤에 남는 모든 것을 위해 간절하고 찬란하게 축원하다가
한번쯤 마음 흔들어 놓고 기운다."
-박찬익의 〈그래도 좋은 인연〉중에서-
-목련/ 이런자태를 보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내년을 기약하면서/영암 월출산 아래서-
남도에는 봄소식이 맨 먼저 도착한다.
봄바람도 제일 먼저이고 꽃소식도
이곳을 걸쳐 설악산을 너머 동토의 땅까지 퍼지곤 한다.
절대로 건너 뛰어 북쪽부터 수를 놓으며 내려 오는 법은 없다.
이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법칙이고 교훈이다.
만약에 이런 원칙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절대절명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풍소식과 들판의 황금벌 풍요로운 결실은
북쪽에서 내려 온다. 이 얼마나 공평한가.
-남도엔 잘 찾으면 이런 산벗꽃이 마악 피려하고 있어요-
-배꽃 서러움이 겹쳐서 창백하기도 한 그 모습-
예전에 한쎈시병에 몸과 마음이 상한 한하운 시인은
이곳 남도를 오는게 좀 더 정확히 고흥반도 소록도를 찾아 오는 길을
숨막히는 황톳길 삼백리로 절규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보는 전라돗길 남도 삼백리는
꽃치장에 덩실덩실 춤추는 열여덟살 꽃둥이였다.
-하얀빛 그 우아한 자태는 남도에선 흔하게 본답니다-
전라도 길
-한 하 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는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길 전라도 길.
-끝없이 펼쳐진 유채밭에서/제주도 아님-
땅 끝에 위치한 내 고향에선 유채꽃은 꽃이 아니었다.
삶의 수단이었을 뿐 .
유채기름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좋은 식용유 였고
별 수고없이 씨만 뿌려두면 따뜻한 계절 덕분인지
꽃도 피고 결실도 좋았다.
그래서 꽃을 보기 위해 심은게 아니라
수확을 위해 여유있는 밭때기엔 유채를 심곤 했다.
지금도 고향에선 친구 형님은 이 유채기름공장을 한다고 하던만.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사라져간 유채밭들이 그리워
신혼여행지를 제주도로 간 기억이 아련하다.
사진으로 봤던 끝없는 유채밭이 유혹하여 그리 결정했었다.
그러나 그곳에 발을 내딛고 얼마나 실망했던지
우리고향에는 이정도는 있다며 실소하던 기억이 새롭다.
내가 장황하게 유채를 자랑 하고픈 건
그만큼 수수한 노란꽃과 풍기는 봄내음이 길이 남기 때문이다.
사람도 이런 사람이었음 좋겠다.
가까이 있어도 싫증나질 않고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고
그 풍기는 향은 역겹지 않고 늘 그대로 신선하고
기억에 남는 채취하며....
요런 유채꽃 무대기를 영산대교 다리 밑에서 수만송이를 보았다.
영산강 둔치에 가득 뿌려둔 유채꽃들이 봄을 부르고 있었다.
나주시에서 아주 좋은 일을 한 듯 하다.
물론 주민이 잘살게 하는 수익사업도 우선이고
도로나 다리를 만들어 주민편익도 중요하겠지만
시민의 여가를 제공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유.
유채밭 한켠에 굴곡 산책로도 만들어 연인들이
그 환한 유채꽃향을 맡으며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갈
데이트 길도 만들어 두었다.
참 아름답다.
우리 가족은 한쪽에 차를 붙여 두고
그 자연이 주는 풍요를 조금이라도 만끽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사진찍기에 몰두하고 있다.
-가족으로 보이는 한팀의 찰캇/정겨롭다-
나주근방에는 배가 유명하다.
-배꽃의 또 다른 자태-
지금은 배꽃이 널부러졌다고 해야 할만큼 배꽃 천지이다.
산밑 개간지부터 밭이랑이에 촘촘히 들어선 배나무 단지에
하얀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힌색으로만 보인다.
집들 사이에도 하얀꽃 그리고 하우스 옆
또 언덕배기에 시야가 미치는 곳곳에 배꽃이 천지이다.
간혹 살구꽃밭인가 붉으스레한 꽃도 보인다.
-배꽃이 한두개가 이정도인데 이게 숲이라면 얼마나 멋지겠어요-
벚꽃파동이 지나간 남도의 자리에는 배꽃이 차지하고 있다.
한하운님이 보았다는 황톳길 가도 가도 끝없는 삼백리 길엔
온통 배꽃이 찾이하고 있다.
아쉽게도 필름이 없이 사진을 못찍고 눈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 철에 이곳을 찾는다면 이런 감회는 다시 맛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남도가 사랑스럽게 여겨 지리라.
-자목련과 벚꽃 그리고 멀리 배꽃이 어우러져 남도엔 온통 꽃물이다-
좀 더 가까이 꽃들을 찾는다면
산야에 널브러진 작은 들꽃도 발견하고
산엔 만개한 진달래와 동네어귀에 하얀 탱자꽃
그리고 산벗꽃 또 영산홍 등등...
지금 남도에는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 꽃잔치가 끝날즈음 신록이 우거진
아카시아 향내가 남도를 뒤흔들 것이다.
-작은 들꽃들 한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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