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남촌

남 촌

탱자꽃이 흩날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동료직원 모친상이 있어 주말임에도 2시간여 떨어진 시골까지 문상을 가야했다. 가는 걸음은 날이라도 새야겠다는 마음먹고 가는 길이지만 금년 봄 처음 나오는 교외길이라 성숙해진 봄의 들녁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제 여름으로 치닫는 계절이어서 그런가? 중부지방까지 밀고 올라간 봄기운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려고 하는것인가? 야산에는 겨우내 민둥에서 이젠 새싹으로 그 신록이 더하고 앙상맞은 현사시나무에도 여름에 한껏 폼을 낼 준비를 마치고 봄바람에 살랑거리기만 한다. 논두렁이에는 이 가뭄에도 물채우기에 여념없고 아직은 농사철이 아닌지라 겨우내 기다렸다 눈을 드러낸 잡초들로 들판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임시 한구간만 개통중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봄기운을 가르며 내달리는 기분은 문상가는 이유까지도 망각케 하고 있다. 이게 미혹이 아니련지?? 거리가 먼까닭인가? 토요일 오후 때문인가? 생각보단 문상객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 처지로선 지척에서 상주에게 위로도 해주어야 하고 먼 길을 마다하고 온 동료직원들에게도 겸상을 자쳐하고 한잔 술이라도 말동무를 해주어야 하니 그런 각오에 비해선 우리 역할이 없어진 샘이었다. 요즘은 흔해버린 자목련/그래도 그 자태는 늘 고웁다 나는 가까운 들판을 찾았다. 양파의 생산고장이라 그런지 황토밭들이 널브러져 있고 밭에는 마늘과 보리가 알맞게 자라고 있었다. 좀더 들판 깊은곳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풍치를 보고 오늘 이곳을 찾는 수확거리를 발견했다. 하얀 탱자꽃이다. "볼만하다"란 뜻으로 흐드려지다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많은 탱자숲이 유채꽃과 조화를 이루니 정말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하양과 노랑의 조화, 가시가 있어 침범을 맞는 강인한 탱자나무와 약한 봄바람에도 흔들거림을 멈추지 않은 나약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 유채꽃..... 탱자꽃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썩 예쁜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화사하지도 또 소란스럽지도 않다. 엉성한 하얀꽃잎 몇 개에 특별하지도 않은 꽃술을 갖고 그 배치는 또 얼마나 엉성한가? 그러나 숲을이룬 이런 모습이 자꾸 사라져가는게 아쉬웁다. 벛꽃은 그 화려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유원지나 도로가에 심어지고 꽃잎이 떨어질땐 꽃비가 내린다고들 좋아한다. 힌나비가 너울거리며 떼지어 날아가는 군무로 여기는 시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 소박한 탱자꽃은 누구에게도 봐주질 않는다. 봄이 다가는 어느날 이 들판 한가운데 허리휜 농부가 땀흘려 일할 때 그들만을 위하여 꽃비를 내려 줄 것이다. 힘든 노동의 잠깐이나마 휴식을 위한 눈요기를 자청할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소중한 가치가 세상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잠시 스쳐지나갈 것이다. 나도 이런 삶이 좋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취며 모든사람들이 우러러 하는 축에 들기보다는 그져 소박하니 내 주위에서 이런 사람도 있었다 라는 이야기 정도 해줄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요즘 고민은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는듯한 느낌이다. 역할수행이냐? 아니면 무능한 한 인간으로 내 마음에 평온을 찾을것인가? 자리를 옮긴후 3개월정도 지났건만 정작 남들이 바라는(?) 거드름도 피우고 포옴도 좀 잡고 있는척하며 쥐꼬리만한 조직내 권한을 최대한 이용하여 이 집단에 최대한 혜택을 오게하는 바램을 져버리며 살고 있다. 다만 이렇듯 혼자 끙끙대며.....바보같이 마치 서정시인이라도 되듯... 들녁엔 맥주보리가 서서히 여물어 가고 있다. 밭이랑 한켠에는 유채꽃이 한무리지어 때를 알리는 꽃을 피워낸다. 오뉴월의 보리밭 흐느낌은 융탄자 깔아놓은 들판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지금은 듬성듬성 보리를 심는 통에 이런 정치를 구경하기가 여간 힘들다. 김용택님이 보리란 시를 생각하며 아마도 섬진강변 진매마을에는 보리밭이 많겠다 생각이 든다. 그 부드러움이 극치인 그 광경을 매일 쳐다볼 그 시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양지녁을 자리잡고 피어나는 제비꽃을 발견했다. 따사로운 봄볓을 혼자 차지하고 느긋하게 이 계절을 피어나고 있는 제비꽃. 작년 이맘때 썼던 시 한귀절도 생각나고 해서 한컷했는데 생각만큼 나오질 못했다. 그러나 어쩌라 기념인 것을... 제비꽃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하여 드러나지 않는 것이 소중하다 하여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얼굴 내밀어 봅니다 타오르는 붉은 노을을 사모했다는 핑계로 봄 밤 꼬박 지새우며 가슴에 멍이 들어 진보랏빛으로 태어난 나는 삐비꽃 필 때 돌아 온다던 님의 기억이 희미한데 보리피리 불고 가는 소년들만 보인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님의 순수한 눈물 마시며 오늘을 맞으렵니다. 내려오는길에 복사꽃이라..., 참으로 조화있게 피어나는 꽃동네를 연상되어 해를 등지고 넘어가는 햇살 기운을 겨우담아 한컷을 찍었다. 나에살던 고향은 꽃피는 동네....복숭아 꽃도 살구꽃도 피었습니다 유년기 노래를 회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