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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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꽃을 시들게 할 수 없는가!
어느 누가 저 싹을 베어 버릴 수 없는가!
「장군, 짐이 명하노니.
그대의 묵직한 칼로, 그 매서운 눈빛으로
저 싹을 한 칼에 베도록 하라」
짐은 견딜 수가 없도다.
밤마다 악몽을 꾼다네.
조용한 비원(秘苑)에 꽃들이 만발하고 있어.
그 놈들이 지칠 줄 모르고 내 발목을 붙잡는다네.
이럴 수가! 그대가 할 수 없단 말인가.
이 나라에서 으뜸가는 장수인 그대가.
「오, 정승! 그대가 있었도다.
짐이 명하노니,
그대의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 명료한 화술로
저 꽃을 꺾어 오게」
짐은 그대를 믿네.
아침에 나와 같이 뜰에 가세.
흙 속에서 돋아나는 싹을 보세.
만인의 추앙을 받는 그대, 현명한 정승이여.
부디 짐에게 말해주게.
들었노라고.
분명히 들었노라고.
이럴 수가! 그대도 할 수 없단 말인가.
짐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누가 짐의 정원에 씨를 뿌렸는가.
누가 짐의 비원에다 꽃가루를 날렸는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지.
「한 번 뿌려진 씨앗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오! 그대들은 너무도 닮아 있군.
꽃의 향기를 닮았고, 뿌리의 살결을 지녔어.
그대들 몸 속에 수액(樹液)이 흐르고 있어.
장군! 내일이면 그대의 칼에 짐의 이름이 지워지겠군.
내일이면, 정승! 더 이상 그대의 알현은 없겠군.
비원에 가득한 꽃망울들이 일제히 열매를 터뜨려
그대들의 웃음소리가 짐의 침소(寢所)를 적시리라.
더 이상 비원은 없다네.
미쳐 버린 왕은 맨 발로 저자 거리에 달려나가,
선량한 백성들을 붙잡는다네.
「짐의 정원에 새싹이 돋았도다」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며, 어깨춤을 춘다네.
「짐의 비원에 새꽃이 피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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