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遊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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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시계 소리에 취해 버린 나
오래 묵은 나의 고독에도
이제는 냄새가 나는가 보다
전기스탠드 아래로 초파리
한 마리가 날아든다
나와 녀석의 눈이
싫지 않게 닮았다 싶더니
녀석이 앙증맞은 걸음걸이로
방바닥을 걸어온다
이 작은 방에
뜨거운 심장을 지닌 자
녀석의 얼굴 앞에
무섭도록 큰 입을 벌려
나는 묵은 고독을
한 움큼 불어 낸다
녀석의 두 날개는
홀랑 벗겨질듯 나부끼고
후들거리는 여섯 다리
지상(地上)을 움켜쥐었다
두어 번의 입김에도
녀석은 지치지 않는다
아마도-
녀석의 천성은
나의 고독보다도 강한가 보다
방바닥에 먼지가 다 일도록
마지막 일침을 가했더니
녀석은 뒤로 몇 바퀴 뒹굴다가
잽싸게 공중으로 솟구치고
어지러운 듯 잠시
거울 앞을 맴돌더니
저 어둠 속에 이름을 지운다
스탠드 불빛 아래
묵은 고독을
바닥까지 게워 낸 지금,
내 존재는 미소처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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