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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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침.
그렇게 비틀비틀 일어나고서, 어찌어찌 세수도 하고, 이번엔 오죽헌으로 향
했다.
오죽헌. 율곡 이이의 얼이 서린 곳.. 이라고 여기도 멋지게(?!) 묘사를 해내
고 싶지만, 여기서는 도저히 내 두 다리로 설 수 없었기 때문에, 곳곳 둘러보
지 못해서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다. 전시관만 겨우 둘러본 결과, 그곳
에는 정말 이이의 흔적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율곡'. 그렇다. 밤나무도 많았다.
다시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나는, 차에서 아이들과 게
임을 하면서 소란을 피운다고 선생님께 혼날 만큼 쌩쌩해져 있었다.
그래서 정동진에 도착해서는, 바지를 걷고 물 속에 들어가 은성이랑, 쥬리
랑, 선생님이랑 같이 놀았다.
정동진은 드라마 "모래시계"를 찍었던 곳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뭐,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념품 파는 곳에서 빠지지 않는
게 있었다면 바로 모래시계. 그리고 작은 유리병 속에 든 모형 배. 유리 병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세밀한 작업이다.
어쨌거나, 그 정동진 동해의 푸른 물은 정말정말 깨끗하고, 맑았다. 서해안
바닷물은 물 밑이 보이지 않지만, 정동진의 바닷물은 파도가 모래를 씻어내
는 그 바로 전까지는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다. 백담사에서
봤던 그 계곡 물처럼, 유리구슬처럼, 그렇게 깨끗한 바닷물은 정말 오랜만이
었다. 은성이랑 쥬리랑 물장구(?)를 치다 보니 어느 새 선생님께서도 바지를
걷고 들어와 계셨다. 어떤 무리는 아예 바닷물에 빠져서, 정말 홀딱 젖어버
린 무리도 있었다.
이 곳에서도 홍창희 선생님의 카메라(디지털이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탁 트인 수평선. 너무나 멀어서.. 아니면 물안개 때문인지 몰라도 어디가 수
평선인지 모를 정도로 희미한 선이었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
늘. 정말 사진에서나 나올법한 광경들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서 마지막, 정말 마지막 코스인 월정사로 향했다. 이
곳에는 국사 책에 나오는 월정사 팔각 구층 석탑이 있는 곳이었다. 나도, 그
솜씨만큼은 못하겠지만, 작은 돌탑 하나를 쌓아봤다. 나중에도, 내가 생의 마
지막을 맞이할 때에도 생각날 만큼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
음을 담아서, 정성스럽게 쌓아 올렸다.
이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2박 3일의 여행이 끝났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고, 또 안 만큼 서로를 배려할 수 있
게 된 거 같다. 얼마만큼은 정말 맞지 않아서 불편하기도 했고, 또 얼마만큼
은 정말 잊을래야 잊지 못할만큼 뚜렷하게 새겨진 추억들도 있다.
그래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아니 마치면서 생각하기에 아름다웠다고, 소
중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잃어버린 사진 한 조각에 비유하지 못할 그 생생
한 장면들을 오래오래 내 머릿속에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10월 7일에서 9일까지의 가을여행을 마치고 그 아름다움을 회상하며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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