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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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국 화
- 당신을 향한 그 기다림-
지난 겨울
모진 강풍에 흩날려
바람 타고 떠돌다
양지 바른 언덕배기에 내려앉아
얼고 녹고, 당신 모르는 외로움에
겨울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촉촉한 봄비 맞으며
아무도 몰래 뿌리를 내렸어요
돌자갈 밭에 억센 뿌리를 휘감으며
흔적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동의 낫에 온 몸이 짤리고
산짐승 지니다가 무자비하게 밟았지만
문드러진 몸을 털고 자세 낮추며
당신의 손길같은 빛을 찾아
새롭게 싹틔우고 가지를 뻗었지요
이 때까지
아무도 나를 들국화라 부르지 않았어요
토끼도 노루도 다녀가고
풀벌레 울음소리 어둠의 공간을 울렸어도
듣고 싶은 당신 음성 어디에도 없었지만
계곡의 물소리 들으며
스쳐가는 하늬바람에 키가 컸어요
뜨거운 햇살
목타는 가뭄에 아침 이슬 마시며
가뭄보다 더한 기다림에
긴 긴 하루 해를 이으며 당신 보고픔에
뻐꾸기 우는 여름 날도 거뜬히 견뎠지요
모진 태풍에
뿌리 몇폭으로 자갈을 거머쥐고
몸 째 한쪽으로 쏠리어도
행여
들려올 당신의 발자국 소리 찾아
귀를 곤두세우며 기다렸지요
이 산속 깉은 곳에
당신은 푸른 하늘 안고
환한 미소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찬서리 된이슬 늦은 계절에
아아 이제서야 나는
당신 앞에 섰습니다
지난한 세월 잊고
무심히 다가서는 당신에게
연보랏빛 매운 향내로 눈물 흘리며
당신 앞의 나는 들국화
당신 부르는 그 이름 하나로
단풍빛 고운 가을을 안고
이제 나는
섬섬옥수 살결 고운 당신손에
고이 잠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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