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되어진 자들의 슬픔-<1>
|
| |
|
|
| |
| |
| |
제 1장 - 운명속으로
"제길, 잡을수 있었는데. 오늘 운 드럽게 나쁘네"
도저히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투의 이소녀 이름은 아비스라 한다. 아비스는 오늘 사냥에 허탕을 쳐서 기분이 무척 더러운가 보다. 집에 돌아가 혼날생각에 더더욱 그런지...
"다녀왔어여 대장"
"엉? 근데 왜 빈손이냐?"
"...."
"흐흐흐 빈손으로 그냥온걸 보니 각오는 하고 있겠지?"
"쳇! 알았다구여. 가요가!"
아비스는 투덜대며 우물로 향했다. 사냥을 해오지 못하면 아비스의 키만한 독에 물을 가득채워야함은 물론 저녁까지 굶어야 하는게 이곳의 룰이다.
'꼬르륵~'
"휴...미안하다. 오늘저녁은 없으니깐 니가 좀 참아줘야겠다. 내일은 배가 터지도록 먹여주마"
"아비스 여기 있었구나.배고프지? 대장몰래 가져오느라 진땀좀 뺏지.헤헤"
"우와! 역시 시하밖에 없다니깐. 잘먹겠습니다."
아비스는 정신없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디를 봐도 여자다운 구석이 보이지 않는 아비스는 올해로 18살이 되었다. 여자치곤 키가 꽤 큰편이지만, 삐쩍마른 몸에 성격또한 무지 씩씩한 그런 아이다. 아비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시하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아비스는 그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저기 말이야. 너 혹시..."
"응? 왜 말을 하다말어?"
"아,아니야. 다먹었니?"
"남자자식이 칼을 뽑았으면 풀뿌리라도 잘라야지. 그러고도 남자냐?"
"헤헤... 물기르려면 오늘 밤새야 할텐데 난 그만 가볼께"
"그래그래, 에구 언제 다할려나. 음식 고마웠다."
"그럼 수고해"
"후후...좋은녀석이란 말이야"
아비스는 또다시 열심히? 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대장...아무리 그래도 아비스는 아직 어리잖아여. 더군다나 용의 궁전은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곳인데, 그런곳에 아비스를 보내다니여"
"...걱정마라. 아비스는 무사히 돌아 올거야. 그녀석 팔자가 그런걸 어쩌니"
"저도 따라가면 안될까여?"
"시하야, 네 마음은 알지만 그럴순 없단다. 그녀석의 인생이야 . 혼자서 해야하는 일도 있는거란다."
축늘어진 어깨를 하고 시하가 밖으로 나가자 대장은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겼다.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나...어둠의 골짜기에서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아비스를 줏어다 치료해준게'
어떻게 살아있었는지 온몸은 너덜너덜해져 의식조차 없던 아비스는 한달도 안돼서 건강을 되찾았다.
"그녀석이 자라는걸 보면서 결코 평범한 아이가 아니란건 알았지만....후~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니..."
대장은 이 마을의 수장으로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내다. 재앙이나 사고가 나기전에 꼭 꿈을꿔서 사고를 예방하는..그래서 마을의 수장이 되었지만... 그런 대장이 약 한달전에 꿈을 꾼것이다. 천상의 인물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의 남자가 대장에게 명령했다. 아비스를 용의궁전으로 보내라고... 꿈에서 깨어난 대장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 말을 믿고 용의궁전으로 보낼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예감이 심상치 않았다. 예감을 믿는 대장으로서는 더더욱 그냥 넘길수 없었을테지...
한달동안 고심끝에 드디어 결정을 내린것이다. 겉으론 냉정한척 했지만 누구보다 아비스를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아비스를 강하게 키워야 했기 때문에 표현할수 없었던 것이다. 아비스에게는 용의궁전을 왜 가야하는지 알리지 않았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굳이 알리지 않아도 알게 될테니까..
"다 챙겼느냐?"
"네..근데 꼭 저혼자 가야하는 거에여? 그 먼길을 가려면 무척 심심할텐데"
용의궁전이 위험한 곳이란걸 알면서도 어떻게 태연할수 있는건지..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어서 떠나거라. 덤벙대지말고 언제나 신중해야한다. 이것은 내가 간직했던 물건이다. 나한테는 이제 필요가 없구나. 언제고 필요할때가 있을것이니 소중히 간직해야한다"
"엇! 이건...대장이 애지중지한 물건이잖아여"
"잔말말고 어서 넣어!"
"어라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시하야 오늘 대장이 좀 이상하지않냐?"
"훌쩍! 아비스 몸조심해야해. 그리구 꼭 돌아와야한다!"
"에구, 내가 빨리 가야지 나까지 이상해 지겠네. 그럼 아비스 다녀오겠습니다. 모두들 잘있어여!"
아비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대장과 시하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것이 아비스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되는듯이....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