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퇴임 축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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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그 단아한 모습이 생각납니다.
누구보다도 일찍 오셔서
아이들을 반기는
준비된 선생님
개학 전날이면 미리 오셔서
청소를 해놓으시는 선생님
반듯한 당신의 옷매무새처럼
잘 생긴 나무를 키우듯
하나하나 바른 눈길로
이끌어 주신 당신의 손길을 스친
어린이들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늘 보람만 있었겠습니까?
돌아서면 허전한 우리의 자리에서
거친 눈보라가 몰아칠수록
더욱 따뜻이
어미가 새끼를 품에 안 듯이
당신이 어루만진 수많은 흔적
때론 회의와 후회가
당신 가슴에 하나하나 조약돌로 남아
소근거리는 아픔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하나씩 꺼내어
넓고 푸른 강에 던지십시요.
당신이 가지를 쳐준 나무들은
지금쯤 당신 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싱그럽게 서있을 것입니다.
생각하면 새까맣고 작은 씨앗이
키 큰 나무가 되는 것이 믿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말한마디에 신비로움을 만드는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이제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끼고 선
노랗게 단풍 든 미류나무사이로 비치는
부드러운 저녁 해살처럼
아름답게 행복하십시요
1998. 7.16
박영자선생님의 퇴임을 축하드리며 불암 선생님을 대표해서 마리야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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