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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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저 건너편에도 바람이 불고 그가 내미는 손가락 사이마다
바람이 빠져 나갈 것이다.
이편의 강가에는 마른 잔디위에 누군가 마시고 버린
맥주캔이 흰비닐 봉지에 담겨져서 버려져 있다.
강은 그다지 맑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 길지도 않는 강위의 다리위를 바람과 마주하며 걸어보기도 한다.
그 다리로 건너가기 위해 참 많은 길을 돌아서 건너보는 것이다.
그는 지금 빈방으로 돌아간다.
deep purple 의 april 조금씩 볼륨 높아진다.
그는 뿌옇게 흐린 물살이 밀려가는 다리아래 강가에
앉아있다. 강은 흙묻은 비닐처럼 날리고 있다.
그의 독백: 언젠가 이곳에 멈춰 있었던 적이 있었지.
강물에 내다버려도 버릴수 없는게 있더라구...
그게 뭔지 아니?
그녀: 강은 멈춰 있는데 우리가 떠내려 가는 느낌이네요...
그: ......
그녀의 독백: 강물에 당신이 떠내려 가고 있네요...
그래.
그녀는 강을 거슬러 오르고, 그는 떠내려 가고 있는지도...
멈춰 있는순간에도 멀어지고 있었다.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고
과거와 미래를 혼돈시키는 저 먼 별빛들과의
마주함...
늘 빈방은 빈 방으로만 존재해야 한다.
생명의 기원은 영원히 전설로서만 남아야 하지.
사랑의 기원이 결국 허구로서 존재하는 것 처럼...
그는 자정이 되기 전에 떠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은 거리에서 사라졌다.
누구의 말처럼 사과 한알 건내주고 돌아서는 것처럼 쉬웁다.
빈 방에 들어서자,모든게 부서져 있었다.
다시 끼워 맞출수도 없게 형편없다.
부서진 액자 그 안의 일그러진 사진 하나...
부서진 안테나...
부서진 노래들...
결국 내 나이 서른에 부를수 있는 노래 하나 생겼다.
더이상 마주하지 못하는 사진
더이상 수신하지 못하는 기억
더이상 머릿속 바다에 뜨다니지 못하는 무거워진 쉼표 하나.
빈 방에는 온통 어둠이 점령하고 그또한 점령당한 어둠의 노예같은
눈으로 그 어둠을 응시한다.
무기질의 걸쭉해진 어둠은 한덩이의 고체처럼 덩어리져 있었다.
어둠에 갖혀버린 그는 이 어둠이 따사롭다고 생각한다.
태양만이 따사로움을 가져다 주는건 아니다.
이 고요한 어둠조차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넘어가고 있었다.
완벽한 어둠.
그는 차츰 어둠에 분해되어서 그 어둠과 일체감을 느끼고 있었다.
창으로 푸르스름한 빛이 그 어둠을 조각내는 순간
그의 의식조차 조각나버리는 기분이 된다.
모든게 괜찮아.
제자리를 찿아가고 있는거야.
똑 똑 똑...
소리: 여보세요? 계세요?...
그: ...누구..시죠...
소리: 괜찮은거죠?...
그: 그렇겠죠...
소리: ..근데..어딨나요?..안 보이네요...
그: 설마요...
소리: 불 켜보세요?
스위치 켬.
소리: 도대체 당신은 어딨죠?
그: 전 그냥 빈방이죠...그러니깐 보이진 않겠죠...
소리: 그게 무슨 말이죠?
그: 전 당신이 만든 빈방이죠...
소리: ...(믿기지 않는듯)
그: 당신이 만든 모티브가 나를 만든거죠...
소리: 당신 지금 미친거요?
그: 스스로에게 물어보시죠...
소리: 음...
그: 당신은 당신이 만든 모티브에 한동안 속은거지요...
삶을 구성하는데는 그 의식이 모태가 되지요...
그게 삶의 동기지요...생의 욕구이기도 하고...
삶이 당신을 속인적은 이제껏 한번도 없지요.
다만 당신이 만든 덫에 스스로 들어간 것일뿐...
출발점이 다른 생의 시작이 있을뿐...
화면 점점 어두워지고...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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