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공갈새

공갈새

그녀는 어디로 오는가?-1



	새벽 두시. 아직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방안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눅눅한 피아노와 담배연기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오직 탁자위의 전화벨이 따르릉 하고 울려주길 바랄뿐이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하나 흘러 탁자위에 올려진 두꺼운 유리에 떨어져 내렸다.방안의 공기는 오염된 공장의 실내처럼 뿌옇게 흐려지고 끈적거리는 열기가 가득했다. 그래. 분명 돌아가야만 했어. 욕실에서 얼굴을 씻고 쇼파에 앉아서는 다시 담배를 피워문다. 어쩌면 돌아올것 같지않을 그녀를 그는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 무슨 생각해? 그녀는 주방에서 커피를 끓여오는 동안 줄곧 팔베게를 하고 길게 누워서 천장의 벽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그냥.... 그녀가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 찻잔을 받는다. 너....어제 무슨 일 있었지.... 그는 그렇게 넘겨짚어 그녀에게 묻는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주 미세한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냥,,,내게 말해봐..무슨 일이야... .....사실은...어젯 밤에 누군가 나를 찾아왔어.... 음...누구?..... ................................ 그건 이미 오래전의 기억의 형태로 강가에 흘러들어갔다. 분명 j가 온것이다. j의 방문은 어쩌면 우리가 익숙해진 자아의 다른 형태였다. j는 그렇다.하지만 그녀가 사라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사라진다는 건 일상의 좌표에서의 일탈이다. 그녀는 분명 떠남을 예고했었다. .................................... .....나... 잠시 어디 좀 다녀와야 겠어.... 그녀는 잠깐 어둠이 깃든 오후9시의 풍경을 창가에서 보다 말햇다. ..너 조금 이상한데...어디 갈껀데... 다녀와서 얘기할께... 그래?그럼 그때 듣지...난 널 믿거든.. ................................... 예감은 자꾸 빗나간 화살마냥 엉뚱한 방향으로 기억을 이끌고 간다.마치 내가 알지못하는 과거의 잔상일지도 모를 비릿한 그러한 냄새... 그녀는 어디로 갔는가? ................................... 1990년. 봄이 지나가고 더이상 가난을 견딜수 없었던 날. 사는건 보이지도 않는 희망이라는 이유 하나로 간신히 버텨내던 그런 폐허같은 시간이 있긴 있었다. 우리 더이상 우울하지 않은 작은 아기를 만들고, 그 아기가 영문도 없이 사라지기 전의 기억이다. .................................. j가 말했다. 자네 알고는 있겠지. j의 거칠고도 낮은 음성은 유년의 풀숲에서 그의 발목을 감던 뱀의 비늘같은 참을수 없을 정도의 섬뜩함이 고막을 울리는 것이였다. 뭐...뭐?..무슨 말말을 하아는 ..거야... 입속에 붙어있는 혀는 어더한 무섬증에 그 기능이 흐려졌다. j는 알고 있었다. 이봐.난 안다구,,삶의 모든 풍경에서 편집되는건 아무것도 없는거 알잖아.다만 자네 기억에서만 덮어두고 싶겠지만...누군가는 알게 된다구,,,그게 누구인지는 자네는 알수 없지. 일순간,그 기억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그의 머리를 마구 눌러대기 시작했다. .... ......아마 자네의 아기는 자네의 기억에서만 살아있을껄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갑자기 참을수 없는 본능으로 소리쳤다. ...음 ..자네...신을 믿나? 보이지 않는 신의 모습말이야... 이건 중요한 얘기라구...간단히 말하자면 자네의 기억에서만 아기는 성장하고 나이를 먹고 학교를 다니게 된다는거지. 시간이란 보이지 않는 강과 같아서 그 깊이나 폭도 알수가 없다구... 그래서 우린 대략의 기준을 만들어 낸거지.하지만 그건 상관없지... 우주의 시간은 우리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무한정으로 확장이되지. .......... j는 그렇게 꿈속의 기억으로 찾아와서는 사라져 버린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