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거리에 뿌린 기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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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가 푸근해진 겨울날의 날씨처럼 다가오길 바랬어.
엉성하게 짜여진 스웨터를 입고서도 선한 얼굴로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눈이 없어져 버리는 그의
그런 밝은 웃음을 좋아했어. 그가 쑥스러움으로 건네는
장미 한 다발에 감격하는 나 스스로가 대견해서
마주보며 기어이 웃음 터트리는 그런 풍경이 너무 소중했어.
그는 정말 선한 얼굴을 가진 사람 이였어.
그는 어둠에 가려진 상처를 찾아내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그런 남자였지.
처음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몇 번을 주저하던 그의
몸짓이 난 너무 사랑스러웠어. 난 심술쟁이 마냥 무슨 말을
할려구 했느냐구 다그치구...마지막에서야 병아리 소리 만한
목소리로 [으응...그냥...싸아..사랑...한다구...] 이렇게 더듬거리며
말하곤 했지. 그의 난감해 하는 표정이 귀여워서 그 거리에서
키스를 할 뻔했지. 그는 나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어린 아기 곰이
되었어. 맥주 몇 잔에 얼굴이 발그레해져서는 몇 번의 세면을
하고서도 볼은 여전히 붉고 그는 창피해 했지.
한번은 쌈 밥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쌈을 싸서는 내 입에
넣어줬지. 근데,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쌈을 싸서는
나에게 건네 주더라. 난 그냥 사서 먹으라구 하는데두
들은 척 두 안 하구 막무가내로 주는 거야. 그래서
왜 그러냐구 물으니깐 내가 쌈 한 번 싸 줄 때까지 기다린 거라구
하더라구... 그 말에 입 안의 음식물이 튀어나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웃었어. 그냥 싸 달라구 했으면 싸 줬잖아...
라구 하니깐 그냥 예전부터 싸 주고 싶었다 라구 했지.
그의 내면에 흐르는 햇볕에 반짝이는 그런 강이 나에게로 흐른다
는 걸 알았지. 난 정말 그를 사랑하는 것 같았어.
그의 몸짓 하나 하나 내게는 아득한 햇살이 내리는 봄날의 거리처럼
행복감으로 다가왔지.
그는 모른다. 아니 그는 알지만 그런 나마저 사랑해주는 거다.
그를 만나기 전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죽어 가는 어린 토끼처럼
떨고 있었지. 한 때 내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가 아닌 남자의
아기를 가졌었고 그와 헤어지고 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었지.
난 출산의 예비 지식도 가지지 못했었고 그와의 이별이 주는
쓰라림으로 한동안 버림받은 개마냥 망가져 가던 어느 날
유산을 한거지. 몇 개월만에 내 몸 속에 자라던 아기가 핏덩이가
되어 쏟아져 나왔을 때 난 죽음만큼 아찔함에 사로 잡혔었지.
...............
지금의 그를 만난건 그 일이 있고 어느 정도의 수습이 되어 갈
즈음 이였지. 그리고 그는 나와의 결혼을 생각하는 것이지.
난 내 삶이 이제는 그의 안에서 이제 기대고 싶었어.
근데 운명이라고 쉽게 말하던 그런 인연이 내 삶을 뒤집어
놓을 줄 상상도 못했었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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