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휴일의 기억-사라져버린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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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대기는 악마의 숨결같은 불쾌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태양은 머리위에서 따가운 광선을 뿌려대고,
응고된 기억은 차츰 희석되어간다.
휴일이란 그런것이다.
일상이라고 규정된 틀에서 일탈되는 순간부터
휴일은 분리수거안된 쓰레기통마냥 기억은 뒤섞여서
그 본래의 순수함에서 제외된다.
그 낡고 오래된 기억의 무덤에도 잡풀이 돋아나고,
숲속 하늘에서도 태양이 빛나고 있을것이다.
그 곳에는 휴일의 사나이가 그 무덤을 다듬어 나가기
시작했다.마치 죽은 할아버지의 무덤을 서성이는
어린 손자처럼....
아무래도 그 숲은 예전부터 있었고,아무도 찿아들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기억에서는 변함없이 나이테를 더해가는것이다.
............
사라진 거리에 서있다.
숲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거리가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위에 매달린 그네.
유년의 바다가 뭍어나는 바람이 그 거리를 지나간다.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다.
달라진건...그 기억에서도 여윈 그녀의 이미지.
행복하냐구...유년의 바람이 묻는다.
달라진건 행복이야.니가 서있던 예전의 이 거리에서
몹시 불길한 기억을 만들어내고 있었잖아.
.......
거짓없는 나무는 길 한가운데를 여전히 지켜내고 있다.
큰 도로 중간에 있다는 이유로 그 나무는 뽑혀질 위기가 있었지만,
나약한 사람들의 줄기찬 항의로 결국 살아남은것이다.
두 팔을 쫘악 편듯 커다란 가지가 그 거리를 막아선다.
무성한 푸른잎 아래로 가본다.
햇살이 잎사이로 쏟아진다.
그래.다시 이 거리로 돌아온거야.
거짓없는 나무가 지켜내는 이 거리.
나무야.예전에는 나도 시간에 기대고 살고 싶었어.
그런데,그건 너무 내안의 부족함을 알아버리고는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구.그땐 참 많이도 아팠어,
아직도 기대고 싶니?
사실은...조금 머뭇거린다.
아마도 그런것 같아.아무래도...
시간이란건 웅덩이의 소금쟁이처럼 갑작스럽게
사라지지.시간을 두려워 하지마.넌 두려워 하는 거라구...
발아래 마른 흙을 발바닥으로 밣아본다.
이젠 나에게 기대지 않을래?
거짓없는 나무가 나에게 말한다.
그래.고마워....
난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지.
거짓없이 살아낸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냐.
그건 적어도 기억이 훼손되기전의 삶에서의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더라구....
난 거짓없이 사랑하고 싶어.내안의 분열된 세포 하나하나
그들을 향해 열고서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일거야.
그런 사랑을 너두 할수 있어.
그를 올려다 본다.
정말 나두 그런 사랑을 이제 할수 있을까?
그래.삶에는 기적이란 없어.다만 기적같은 일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그러는거지.
너도 기적같이 사랑하고 기적같이 살아낼수 있는거야.
너의 마음을 믿기만 하면 삶은 조금 새로워지고,
밝아보이는거야.
진실의 샘을 가슴안에 깊이파고서 그 안에 기억들을 던져봐.
그러면 진실은 넘쳐나서는 결국 너에게 보이는 거잖아.
난 조금은 섧은 마음에 눈물이 울컥 쏫구쳤다.
고마워.이제 가야겠어.나중에 다시 이 거리에 올때는
나도 너의 세포처럼 거짓없는 핵을 만들어 낼꺼야.
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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