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쯤에서 키재기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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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다.
생이 이렇게 무겁다고 여긴적은 많지 않았지.
펄럭이며 살았다라고 말하더라도...
삶이 쉬웁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길이 나락의 벼랑이라고 했더라도...
.......
1)
그녀가 마지막 하얀 점으로 남겨질때까지 바라본다.
그녀를 태운 하얀 택시는 어느순간 사라졌다.
돌아선다.
........
초인종을 누르고 아내는 말없이 문을 열어주고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아무런 말도 질문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쇼파에 털푸덕 앉는다. 누군가 나를 기다렸을 것이라 믿고싶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두아이의 아버지라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삶의 실체이다.
모든게 희미해지고 피곤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삶이 견디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그만 그 끈을 놓고 싶다.
......
아내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 시간까지 함께 머무르는 이유조차 불분명해진다.
조용한 잠이 천정에서 물엿처럼 녹아 뇌수를 적시고...
잠이든다.아주 천천히...
2)
초인종이 울리고, 남편의 익숙한 냄새가 밀려온다.
갑자기 심한 토악질이 넘어올듯 하다.
굽이치는 증오가 온 몸을 스치고,그만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언어라는게 결국은 서로를 전달하는 매개체인데...
우린 그 어떤 전달할 이유도...목적이란게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남편이라는 존재로 있었을까?
심한 몸살을 앓은듯 온 몸은 무력하게 가라앉는다.
......
3)
난 "그"라는 사람에게서 어떤 향수를 느낀 것일까?
그는 내가 떠난 동안에도 발을 떼지 않는다.
가만히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달려온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얽힌다.
무엇이 그를 일렁거리게 하는것일까?
그가 보이지 않을동안까지 시선은 독사의 혀처럼 길게 뽑혀져
서로를 애무한다.
그를 그리워한다는 것조차 죄악이라고 여긴다면
인간은 참 딱하다.
미친듯 서로를 부둥켜 안고 지새운 밤들은 오직 그리움에
지친 세월만큼 서로를 절실히 원했음 뿐이였다.
그는 지금 그 어디쯤에서 호흡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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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식어가고...
겨울에 익숙해지고...
더이상 봄이 오지 않으리란걸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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