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속살의 수박을 보다가....툭...부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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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가난한 삶이라고 자부하며 살았었다.
그저 한때는 그랬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저나름대로의 삶을 가누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시골장터의 저 구석에서 검은 얼굴 낮동안 달구어가며
고단한 무게를 얹고 저렇게 마대푸대깔고 앉아 잔파를 다듬어
가지런히 제 발아래 놓아두는 촌할머니의 삶이 있는가하면
언젠가 한번은 지나쳤을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저 허름한
담장을 끼고 돌아가는 가난한아줌마의 삶도 어딘가에서는 존재하는 것이다.
........................
그가 슬며시 내 앞으로 자판기커피를 뽑아다 내앞으로
쑥 내민다.그의 길다란 손가락끝의 손톱아래에는 이미 검은 때가
눌러 붙어있었다.
야!뭐하냐..안마시구...그가 나에게 투박한 말투로 서툴게 지껄인다.
응..그래..커피를 받아들고 그의 뒷쪽에는 그를 배경으로
파란포터위에는 수박이 위태롭게 산처럼 솓아있다.
그래.장사는 잘...되냐? 종이컵안의 커피를 마시다 그는
일그러진 인상을 짔는다.
날이 더워선지 오늘은 참..더럽게 안되네...
그의 검게 탄 이마에 땀이 맺혔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손으로 이마의 땀을 쓸어낸다.
야아..이러다 참말로 굶어죽기 딱 맞다...
연신 차에서는 반복되는 그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쉴새없이
외쳐댄다. 자아...맛있는...달달한 수박이 왔습니다.
한덩어리에 단돈 이천원입니다....달고 맛있는 수박이 왔습니다.
....자아...맛있는...달달한...
그의 걸걸한 음성은 대기의 어디쯤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막막하다.
우리는 잠시 아무말없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나 간다...난 종이컵에 담배꽁초를 집어넣고 손안에서 구기면서 말한다.
그래? 야..그럼 수박 한통 가져가라...
그가 짐칸에 잔뜩 실려있는 수박사이에서 큰놈으로 집어다가
노끈을 묶고서는 내손에 건내준다.난 손을 흔들며 사양하지만
한사코 그는 수박을 내손에 쥐어준다.
그래.고맙다. 나중에 소주나 한잔하자...
그와 난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1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앉아서 소주한잔 나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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